우리나라는 2002년 대구지하철방화사건 이후 국가통합망(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을 검토해 일부 추진해오다 2008년에 중단이 된 상황입니다. 대규모 재난이 일어났을 때 통신방식을 통일해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것이죠.
* LTE가 공공안전 통신에 성공했다고!
알카텔-루슨트는 6일, 미국에서 공공안전 기관들에게 할당된 주파수 대력(band 14)에서 LTE 네트워크를 이용한 데이터 콜 연결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LTE가 컨수머 시장에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하는 것을 넘어 경찰, 소방 응급의료 분야의 공공안전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입니다.
공공안전 분야에서 무선 광대역 통신은 비디오 감시, 자동차 면허판 인식, 생체 인식, 범죄 현장 무선 인식, 사건 무선 지휘, 지리정보 시스템, 차량 위치 추적 장치 등 고효율 데이터 처리를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술입니다.
기존에 공공안전 분야 통신망으로는 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TRS)인 테트라(TETRA)가 대표주자였습니다. 특정 주파수의 자가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통신이 보장될 뿐 아니라, 가로채기 통화나 우선순위 통화 같은, 재난 현장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능들이 뛰어나 이 시장의 독보적인 주자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TETRA의 단점이라면, 작은 용량의 데이터밖에 전송할 수 없어 비디오나 고화질 사진 같은 데이터를 공공안전 분야에서 이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토로라 같은 회사는 3G와 WiMAX 기술을 TETRA에 연동해 이런 부분을 보완해 나가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WiFi Mesh 기술이 공공 분야에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LTE가 새로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은 기존의 공공안전망 기술들에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고, LTE로서는 또 하나의 날개를 단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미 전세계 대부분의 통신사가 4G 기술로 LTE를 선택한 상황에서 이 기술이 공공안전 통신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면 통신사나 정부 입장에서는 LTE 구축을 더욱 밀어붙일 수 있는 또 하나의 명분이 생기는 셈입니다.
* 와이브로가 해결해주길 기대한다?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미 지난 2007년 7월, 대민 안전을 위해 미국 전역에 걸쳐 호환형 광대역 통신망 구축을 촉진하고,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혁신적 광대역 무선 서비스 개발을 용이하게 하고자 700MHz 주파수 사용 계획 및 서비스 규정을 개정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700MHz 가운데 상위 주파수 대역을 공공안전을 위한 광대역 통신에 할당했습니다.
미국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9.11 사건 등으로 공공안전망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체감한 바 있습니다. 기존에 여러 통신 기술들을 공공안전 통신용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차세대 기술을 적용해 그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2008년에 국가통합망 구축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됐습니다. 당시 정부는 업체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있고(확인되지 않았지만),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등 여러 이유를 들었습니다.
그 뒤 정부는 와이브로로 국가통합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정부 산하기관이 와이브로 기술에서 국가통합망에 필요한 특수 기능들을 지원하려면 5년 정도가 소요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입니다. “열심히 기술개발하면 1~2년 정도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처럼 와이브로에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해 공공안전 통신용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보고자 시도하는 상황에서, 이 시도에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에게 LTE가 공공안전용으로 테스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분명 달갑지 않을 겁니다. 4G 경쟁에서도 많이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 '무사기원'을 바란다
그런데 정작 더 걱정해야 될 것은 와이브로가 아니라, 공공안전망입니다.
국가통합망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고 감사원이 지적했을 때 정부 산하 연구기관은 “오히려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투자계획이 대부분 도시에 집중돼 산간·해안·도서 등지에는 투자가 부족하다는 것이죠. 이런 지역에는 통신수단이 적은 만큼 오히려 공공안전망이 잘 갖춰져야 사고가 났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고, 조기에 복구할 수 있다는군요.
외국에서는 국가통합망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가 복지국가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고 합니다. 아시아를 비롯해 전세계 여러 나라들이 이미 국가통합망을 고도화했거나, 적극 추진 중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정확히 언제 실현이 될지, 개발·구축에 얼마가 들어갈지 모르는 새로운 방식을 한번 시도해 보는 중입니다. 그 사이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기만을 기대해야 하는 건가요?
며칠 전 태풍 곤파스가 불어닥쳤을 때 통신이 두절돼 통신사들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이 두절된 지역에 큰 불이 나거나, 지진이 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관련된 모든 기관이 한 몸인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으려면 재해가 났을 때도 안전하게 통신할 수 있는 공공안전 통신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책이 갑자기 바뀔 리는 없을 테고... 5년 걸린다던 기술 개발이 기적처럼 6개월~1년 안에 완성되기를, 그 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할 뿐입니다(태풍 ‘말로’는 일본으로 우회한다고 하니 일단은 다행이네요).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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