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LG유플러스가 지난 15일 LTE 시스템 공급업체를 발표함으로써 드디어 국내에서도 LTE 시대의 서막이 열렸습니다. LTE는 그간 토종 통신기술인 와이브로 때문에 금기시되었던 기술이지만, 역시 대세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LG유플러스가 국내 통신사 가운데 가장 먼저 LTE 시스템 공급업체를 발표한 지난 12월 15일, KT는 세계 최초로 무선통신망에 그린통신망 기술인 ‘클라우드커뮤니케이션센터(Cloud Communication Center)’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CCC는 기존 무선 기지국에서 하나의 장비 안에 있던 디지털신호처리부(Digital Unit, DU)와 무선신호처리부(Radio Unit, RU)를 분리한 것입니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DU를 별도의 DU센터에 집중시키고, 사용자 단말에 신호를 보내는 RU와는 광케이블로 연동하기 때문에 커버리지를 늘리기 위해서는 필요한 지역에 일체형 장비를 구축할 때와 비교해 시스템 비용이 크게 줄어듭니다.
통신사가 저렴한 비용으로 커버리지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고객 입장에서는 보다 향상된 품질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장비 도입 비용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 및 전력 사용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도 누리게 됩니다.
KT는 고객과 데이터 사용이 많은 서울·수도권에 CCC 무선망을 도입함으로써 기존 방식 대비 수도권 무선망 용량이 약 1.5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기지국 설치) 임차료와 유지보수비 등 망운용 비용이 약 9% 절감될 뿐 아니라, 전력 소모량은 45% 정도 줄어드는 등 연간 탄소배출량이 1만 톤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혁신적인 네트워크 디자인을 선택한 것과 별개로, 통신 기술 면에서 KT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연내 LTE 시스템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내년에 곧바로 구축에 들어가는 것과 달리, 현 3G 기술의 연장선상에 있는 HSPA+를 먼저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국내 통신사 가운데 가장 먼저 3G 인프라 구축에 나서 ‘Show’ 바람을 일으켰던 KT가 4G 경쟁에서는 한 박자 쉬어가는 모습을 보인 것이죠.
KT의 CCC 도입 발표에서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대목은 바로 HSPA+입니다. KT는 LTE 기술을 선택한 LG텔레콤, SK텔레콤 달리 현 3G 기술(HSPA)의 최종 진화 단계라고 할 수 있는 HSPA+를 우선 도입키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KT는 LTE가 아니라, HSPA를 선택했을까요?
HSPA+ 기술은 데이터 트래픽 급증으로 고민하던 전세계 통신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도입한 기술입니다. 처음 목표는 21Mbps였지만, 2009년에 호주 텔스트라가 42Mbps 시연에 성공해 상용 서비스를 하고 있고, 2010년에는 84Mbps 테스트에도 성공했습니다. 42Mbps HSPA+를 도입하는 나라들도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속도가 이미 70~80Mbps까지 나오다는 점에서 현 단계의 LTE가 지원하는 100Mbps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여기에다 HSPA가 진화한 기술이어서 안정성 면에서 LTE 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LG-에릭슨 관계자는 “소규모로 서비스에 도입된 지 이제 1년 정도가 된 LTE와 비교해 HSPA+는 오랜 기간 상용화되어 기술의 안정성이 완전한 수준에 오른 HSPA의 연장선상에 있고, 속도만 놓고 보면 LTE에 크게 뒤지지 않기 때문에 채택하는 통신사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HSPA 기술에서 LTE로 넘어가는 가장 큰 이유가 모바일 환경에서 데이터 통신 서비스를 더욱 고품질로 제공하기 위한 것임을 생각하면 HSPA는 이러한 목적을 상당 부분 충족시켜주는 기술입니다. KT 입장에서는 아이폰 사용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는 문제를 HSPA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KT가 올해 와이브로 전국망 구축에 많은 비용을 쓴 것이 LTE를 구축하기 전에 한 단계를 더 거치게 된 이유가 아니겠냐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정부의 강권으로 와이브로 전국망을 구축하는데 수천억 원을 투입하다 보니 아무래도 템포를 조절할 여유가 필요했다는 것이죠.
그것이 투자 회수 기간이든, 많은 비용을 쓴 뒤 숨을 고르는 기간이든 간에 KT로서는 의미가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적은 비용을 투입해 안정적으로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 쉬어 가는 동안 경쟁사들이 구축한 LTE 기술의 안전성도 검증할 수 있을 겁니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는 내년 여름부터는 수도권에서 LTE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KT도 HSPA+를 수도권 위주로 적용할 것이라고 합니다. 과연 기존 기술의 상위 버전을 채택한 KT와 새로운 기술을 채택한 SK텔레콤·LG유플러스 중 누가 웃게 될까요?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두 회사는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아 올 수 있을까요? 새해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 시장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참, PC 매거진의 자료를 보니 HSPA+와 관련한 내용이 있어 소개합니다(와이맥스와 HSPA+의 체험 테스트를 비교한 것이었습니다. 원문은 http://www.pcmag.com/article2/0,2817,2359139,00.asp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내용 중 일부를 요약해보면 HSPA+는 구축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빠른 속도를 지원하고, 기존 3G 네트워크와 호환되며, 기존 3G 장비를 대부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더군요. 이 때문에 “통신사가 기존 라디오 스펙트럼만으로도 그들의 가입자를 밀어내지 않고도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와이맥스는 이론상으로는 70Mbps까지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훨씬 낮은 대역폭을 나타나낸다는 것이 이 테스트의 평가였습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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