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네트워크&통신/이동통신네트워크

이동통신 시스템도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사람중심】 국내 통신사들의 차세대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KT는 지난 15일 세계 최초로 무선통신망에 그린통신망 기술인 ‘클라우드커뮤니케이션센터(Cloud Communication Center)’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CCC는 기존 무선 기지국에서 하나의 장비 안에 있던 디지털신호처리부(Digital Unit, DU)와 무선신호처리부(Radio Unit, RU)를 분리한 것입니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DU를 별도의 DU센터에 집중시키고, 사용자 단말에 신호를 보내는 RU와는 광케이블로 연동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RU를 기존 장비(일체형) 보다 소형화할 수 있고 가격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은 절약하면서도 음영 지역 없이 더욱 그물처럼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 전력 소모량 ‘45% 절감’ 예상

이렇게 되면 고객 입장에서는 더욱 빠르고 안정성 있게 대용량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화 품질 또한 향상될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KT는 CCC 도입으로 절약한 비용을 관련 사업 활성화에 재투자함으로써 국내 중소 협력사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입니다.

KT가 CCC 도입에서 서비스 품질, 비용 절감과 함께 가장 강조하는 또 가지가 바로 ‘친환경’입니다.

기존 방식의 기지국에서는 DU와 RU가 결합된 장비를 사용하다 보니 가입자가 늘어나거나 서비스 제공 지역을 확대하려면 장비를 수용하는데 일정 규모 이상의 면적이 필요하고, 냉방 및 전력 장치들도 제대로 갖춰야 했습니다. 하지만 CCC를 적용하면 작은 공간에 RU만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전력 소모 등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기지국을 설치할 상면 임대 비용이 상당 부분 절약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KT는 고객과 데이터 사용이 많은 서울·수도권에 CCC 무선망을 도입함으로써 기존 방식 대비 수도권 무선망 용량이 약 1.5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기지국 설치) 임차료와 유지보수비 등 망운용 비용이 약 9% 절감될 뿐 아니라, 전력 소모량은 45% 정도 줄어드는 등 연간 탄소배출량이 1만 톤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KT의 CCC 도입은 전세계 통신사 가운데 DU와 RU를 분리해서 대규모로 구축하는 첫 번째 사례입니다. KT는 이를 위해 2009년 6월 에릭슨과 협약을 맺은 뒤 일산 연구소를 중심으로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KT의 CCC 구축은 전세계적으로 무선 데이터 통신량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무선통신망을 효율성 있게 운용하고자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KT는 이미 와이브로 망에서는 수도권 20개시와 5대 광역시에 이미 CCC를 적용한 상용망을 구축했으며, 3G 망 CCC는 내년 초부터 2012년까지 서울·수도권 지역에 구축하고, 2012년 LTE 망을 구축할 때도 CCC를 적용할 계획입니다.

● 서비스 음영지역 없고, 품질은 좋아진다

지금까지 세계적인 이동통신 시스템 공급업체들은 기술이 바뀌더라도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하나의 시스템을 도입해 2G부터, 3G, 와이맥스, LTE까지 소프트웨어만 교체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이렇게 하면 장비 도입 비용은 줄이면서 운영 노하우는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에릭슨, 노키아지멘스, 화웨이 같은 기업들이 국내 통신장비 공급업체와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과거 한 외국계 통신장비 공급업체 관계자는 “세계적인 이동통신 시스템 공급업체들이 적게는 1년에 수십만 대에서 많게는 1백만 대 이상의 시스템을 생산하는데 이 물량이 모두 단일 기종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1년에 1만 대 미만의 시스템을 생산하는데 2G, 3G, 와이맥스 시스템이 모두 다르다. 장비 원가에서 엄청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임에도 국내에 이동통신 시스템을 공급할 수는 없었던 시절입니다.

지금은 국내 기업들도 단일 장비에서 여러 통신 기술을 수용할 수 있아고 강조하고 있는데, KT가 이번에 도입한 CCC 시스템은 이 같은 방식에서 한발 더 진화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그것이 멀티 프로토콜 시스템이든 아니든 기지국이 필요한 지역에 대형 시스템을 한 대씩 구축해야 했지만, 이제는 조그만 소규모 기지국(RU)만 설치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과거처럼 장비가 크고 비쌀 때는 비용과 공간 문제로 원하는 지역에 충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지국 장비가 저렴해지고 소형화됐기 때문에 최대한 음영 지역 없이 이동통신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서울의 강남역 네거리나, 신촌에서 주말에 간혹 통화 품질이 불안정하거나, 12월 31일이면 문자 전송이 잘 되지 않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될 겁니다. 인구가 많지 않은 외곽지 지역이나, 신흥 거주지 등에서 통신서비스 안정성에 불만을 느끼는 일도 사라지겠죠.

지난해 열렸던 국내 첫 4G 세미나에서 이미 에릭슨, 노키아지멘스, 화웨이는 CCC와 같은 개념의 장비들을 소개했습니다. DU와 RU가 분리됨으로써 전봇대 중간에 매달아서 설치할 수 있을 만큼 장비가 소형화됐더군요. 이처럼 새로운 개념의 장비를 대규모로 구축하는 첫 번째 사례가 우리나라에 나왔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아마 앞으로는 KT뿐만 아니라 다른 통신사들도 CCC 방식의 시스템을 도입하게 될 겁니다.

● 비용이 확 준다고… 그럼 통신비는?

그런데 문득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런 장비들이 도입되면 통신비는 낮아질까요? 막대한 인프라 운영 비용이 10%나 줄고, 전력 사용은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니까 하는 말입니다.

물론 예상되는 대답은 뻔합니다. “수익을 내야 새로운 기술에 투자할 수 있다”, “통신사의 투자가 위축되면 전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 오랫동안 들어온, 전가의 보도와 같은 답변들입니다. 그렇다고 적자가 나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매년 수익이 좋아졌다고 자랑을 하죠.

우리나라처럼 철저하게 대형 통신사 위주의 정책을 구사하는 상황에서, 기술 발달로 구축·운용 비용까지 줄어드는데도 통신사들이 또 다시 틀에 박힌 논리를 꺼낸다면 너무 우습지 않겠습니까? 통신비를 내릴 생각이 없다면 -물론 당연히 그럴 테지만- 뭔가 그럴듯한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내던지, 아니면 사회에 환원이라도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