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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이동통신네트워크

LTE 경쟁…잔인한 겨울!

【사람중심】 4세대 이동통신 경쟁의 막이 올랐습니다.

지난 12월 15일 LG유플러스가 국내 통신사 가운데 가장 먼저 3G LTE(Long Term Evolution) 장비 공급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SKT, KT와 달리 3G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았던 만큼 고성능의 데이터 통신 인프라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고, 4G 구축 및 상용 서비스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LTE 구축업체 선정과 관련해서는 SK텔레콤이 좀 더 빨리 움직였기에 가장 먼저 장비 공급 업체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만, “SKT에 뒤지지 않겠다”고 하던 LG유플러스에 한 발 뒤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SK텔레콤도 12월 안에 LTE 장비 공급 업체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로써 LTE 기술은 국내 이동통신 분야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와이브로냐, LTE냐’하는 논쟁은 이제 관심을 끌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여전히 관심꺼리를 만들고 싶은 쪽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3G 인프라가 얼마나 많이 깔렸으며, WiFi 핫스팟은 얼마나 확보됐는지 하는 문제들도 이제는 논쟁의 핵심이 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기 전에 거쳐야 되는 과정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 복병 노키아지멘스

그런데, LTE 망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까지 경쟁의 중심은 통신사가 아니라, 통신장비 공급업체들입니다.

LG유플러스는 이번에 코어 스위치(교환기) 공급업체로는 LG-에릭슨과 삼성전자를, 기지국 장비 공급업체로는 LG-에릭슨, 삼성전자, 노키아지멘스를 선택했습니다. 전세계 이동통신 시스템 분야에서 중국의 화웨이와 함께 3강을 형성하고 있는 에릭슨(LG-에릭슨)과 노키아지멘스는 국내 통신사에게 처음으로 장비를 공급하게 됐습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교환기와 기지국 공급업체를 따로 선정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 결과, 노키아지멘스는 새로운 공급업체 선정 방식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통신장비 공급업체들 입장에서는 SKT와 KT에 두 번의 기회가 더 있는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노키아지멘스입니다.

사실상 LG-에릭슨과 삼성전자는 공급권을 따내는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보면, 경쟁에 초대를 받은 업체 가운데 남은 것은 알카텔-루슨트과 노키아지멘스입니다. 이 가운데 알카텔-루슨트는 기존에 국내 3G 통신 시스템의 거의 절반을 공급한 반면, 노키아지멘스는 유리하다고 평가할만한 대목이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노텔의 무선사업부 인수를 추진하다 막판에 에릭슨에 빼앗긴 것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경쟁에 참여한 업체들 가운데 가장 불리하다고 얘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LG유플러스 경쟁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교환기가 선택되지 못한 핸디캡을 극복하고 기지국 장비를 공급하게 됨으로써 유력한 경쟁자로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노키아지멘스가 LG유플러스에 기지국 장비를 공급하게 된 이유는 바로 월등히 낮은 가격이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노키아지멘스는 이번 LG유플러스 경쟁에서 다른 장비 공급업체들의 절반 정도를 제안했다고합니다. 보통 LTE 기지국 장비 가격이 2만 달러 이상인데, 1만 달러 정도를 써냈다는 것입니다. LTE 네트워크 구축에서 기지국과 교환기의 비중이 7:3 또는 8:2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통신사가 노키아지멘스를 선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이득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장비의 성능과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는 공급업체가 이 정도 가격을 제안한다면 통신사로서는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미 3G 구축 때 KT가 LG-노텔을 선택해 비용 면에 큰 절감 효과를 얻은 바 있습니다. KT는 LG-노텔을 선택함으로써 당초 예상보다 많은 수의 기지국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으로 얘기됩니다.

● 월등한 가격…SKT·KT의 선택은?

일부에서는 교환기와 기지국이 서로 다르면 호환성을 보장하는데 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들어 실제 수주량이 얼마나 될지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LTE는 All IP 방식입니다. 따라서, 이기종 장비들 사이에 호환성 문제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교환기와 기지국이 단순히 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에 기존에 IP 스위치들 간에 신호가 오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죠. 이번에 LG유플러스 경쟁에서 교환기 쪽에 (기지국 장비가 없는) 시스코가 도전한 것만 봐도 이 같은 사실이 증명됩니다.

결국 관건은 구매자인 LG유플러스가 (흔히 하는 표현대로라면) ‘정치적인 이유때문에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LG-에릭슨, 삼성전자와 월등히 매력적인 가격을 제안한 노키아지멘스를 놓고 어느 정도 기지국 물량을 배분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노키아지멘스의 공격적인 영업이 어느 정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렇다면, 이번 LG유플러스의 결정에 이어 연내에 이루어질 SK텔레콤 LTE 공급업체 선정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요? 기존에 3G 네트워크 인프라를 상당 부분 공급한 알카텔-루슨트와 (LG유플러스 때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노키아지멘스. SK텔레콤이 두 업체를 모두 선택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LG유플러스, SK텔레콤과 달리 KT는 2011년 하반기에나 LTE 공급업체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경우 앞선 통신사들이 구축한 장비의 평가를 지켜보면서 선정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기존에 국내에서 레퍼런스 사이트가 없던 노키아지멘스로서는 불리함을 극복할 수도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봅니다.

통신사의 새로운 세대의 이동통신 시스템 구축에 선정되면 공급업체로서는 많게는 조 단위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게 됩니다. 4~5년 만에 한번 찾아온 큰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지명도가 있는 이동통신 장비 공급업체는 삼성전자와 LG-에릭슨을 비롯해 알카텔-루슨트, 노키아지멘스, 화웨이까지 모두 5개사입니다. 삼성전자, LG-에릭슨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업체 가운데 과연 누가 웃게 될까요? 이번 겨울을 기점으로 앞으로 5년이 따뜻할지, 추위에 떨게 될지 결정됩니다. 잔인한 겨울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