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새해 벽두부터 주식시장에서 통신장비 업종이 주가 고공행진을 펼쳤습니다. 새해 주식시장이 개장되고 거래 이틀만에 20%가 넘는 수익률을 보인 통신장비 전문 중소업체들이 기사에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연초부처 통신장비 전문업체의 주가가 오른다는 건 올해 이 분야에서 통신사들의 투자가 많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한 경제신문은 통신장비 업종이 이 같은 상승세를 보인 이유가 ‘트래픽 과부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며 무선네트워크망 증설 기대감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트래픽 과부하 우려 때문에 무선망을 늘린다면 결국 무선 데이터 통신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는 얘기이겠죠.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는 영화제목에까지 쓰여 너무도 익숙해진 용어가 되어 버렸는데, 굳이 설명하자면 이 표현은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72년에 미국 과학부흥협회에서 했던 강연 제목 ‘예측가능성-브라질에서의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카오스 이론에서는 미래 결과의 예측불가능성을 뜻하기도 한다는군요. 시공간을 가로질러 어떤 하나의 원인이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만큼 큰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나비의 날갯짓, 스마트폰
2011년 벽두부터 주식 시장에서 통신장비 업종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나비효과라는 이론에 대비해 본다면, 나비의 날갯짓은 아마 아이폰의 등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이폰의 등장이 국내에서 스마트폰 시장이 꽃을 피우는 단초가 됐고, 그로부터 1년 만에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수가 700만 명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아이폰 도입 두 달 만인 2009년 12월, KT의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얘기입니다. 또, 지난해 중반의 한 통계를 보면 그 1년 전과 비교해 통신사들의 무선 데이터 통신량이 최대 344%나 늘었습니다.
지난 7월 통신 3사 고객의 무선 데이터 트래픽 사용량을 살펴보면 KT가 443.7테라바이트(TB)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1년 동안의 증가율은 344.1%인데, 아이폰이 도입된 때로 부터는 약 9개월 정도 지난 시점입니다. SK텔레콤은 308.1TB로 증가율 232.4%, LG유플러스는 121.7TB이고, 증가율 114.3%를 보였습니다.
아직 지난해 연말의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것이 이미 6개월 전의 데이터이고, 그 사이에 스마트폰·무선인터넷 열풍은 더욱 뜨거워졌으며, 스마트폰의 선택 폭도 더욱 다양해졌으니 지난 7월 보다는 큰 폭으로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났을 것입니다.
이러한 무선 데이터 트래픽 증가는 통신사들이 WiFi에 돈을 쓰도록 만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급증’하는 데이터를 모두 이동통신 기지국으로 처리하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러다 보니, 이동통신 고객의 데이터 트래픽만을 처리하기 위한 백홀(back haul)로 WiFi를 구축하기 시작한 겁니다.
정액제 무선 데이터 통신이 활성화된 외국에서는 이미 WiFi를 모바일 백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속도는 느리지만 종량제 요금이 책정돼 사용자가 많지 않다 보니 백홀이 필요 없었습니다(물론, 그러면서도 통신사들은 무선 데이터 ARPU(가입자당 매출)가 늘어나면 좋겠다고 염원해 왔죠).
● 나비의 날갯짓을 태풍으로 만든 WiFi
어쨌든 WiFi 구축이 늘어나자 생각지도 못했던 측면에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통신사들이 유선 네트워크를 증설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SK텔레콤 같은 경우 KT에 한발 뒤늦게 WiFi 핫스팟을 구축하면서 무선에서 많은 데이터 트래픽이 일어나게 될 것에 대비해 기지국 쪽 전송 네트워크를 증설했습니다.
지난해 중반 SK텔레콤은 모바일 백홀용으로 PTS(Packet Transport System) 증설에 나섰습니다. PTS는 TDM과 패킷(IP)을 동시에 처리해주는 장비입니다. 또, MSPP(Multi Protocol Provisioning Platform) 장비에 이더넷 카드를 증설하는 사업도 동시에 추진했는데, 이 작업은 지난 연말까지 SK텔레콤의 2,500개 기지국까지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기지국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 데이터 네트워크로 연결(aggregation)해 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가을 광 백본 업그레이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3G망이 없는 LG유플러스로서는 LTE를 구축해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본격 제공하면 트래픽 증가가 그만큼 클 것이므로 철저히 대비하려 할 것입니다.
기존에 회의실에서 노트북에 LAN 케이블을 꽂지 않고 인터넷을 하던 정도로 쓰이던 WiFi 때문에 통신사의 최상위 백본을 증설한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입니다. 물론 SK텔레콤이 KT에 비해 유선 네트워크 여유가 적어 네트워크 증설이 필요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입니다.
SK텔레콤이 이 사업을 추진하던 당시 통신장비 업계는 데이터 처리 용량의 증설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들을 했습니다. WiFi를 통해 데이터 트래픽이 더욱 늘어날 것은 자명한데다가, LTE에 대비하려면 IP 트래픽을 더욱 많이 처리할 수 있는 준비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올해 통신사 유선네트워크 투자 기대돼
그런데, 역시 올해 들어 이런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상반기에 3사 모두 캐리어 이더넷을 강화하거나 BMT를 할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캐리어 이더넷은 전송과 IP 트래픽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장비를 이용해 통신사들이 원하는 고도로 안정성이 높고,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IP망을 구축하는 기술입니다.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지만, 스마트폰 확산으로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자 인프라 비용을 줄이려고 WiFi 핫스팟을 확대했고, 이것으로 데이터 트래픽이 더욱 늘어난 것이 통신사의 가장 중요한 핵심 네트워크에 변화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 학습효과는 LTE 투자를 앞두고 데이터 네트워크를 더욱 단단히 대비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고요.
그리고 올해 유선 네트워크 투자에 기대치가 높아진 것이 통신장비 제조사들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이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고작 몇백 킬로바이트 또는 몇 메가바이트에 불과한 데이터가 통신사로 하여금 핵심 네트워크를 보완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고, 이 분야의 전문업체들이 올해 좋은 성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게 만드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비스 이용이 늘어나면 데이터 트래픽이 늘어나고, 인프라 투자가 뒤따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인프라 투자를 하게 만드는 그 서비스가 IPTV나 초고속 인터넷 같은 서비스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WiFi에 접속해서 이용하는 작은 서비스들이라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 정도면 ‘스마트폰 나비효과’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지 않을까요?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elfgoodguy)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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