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2009년 10월, ‘뉴 네트워크’ 전략을 발표하며 미래 통신 환경을 위한 네트워크 플랫폼 구현에 힘을 쏟고 있는 주니퍼네트웍스가 모바일 네트워크를 혁신할 새로운 솔루션들을 발표했습니다.
주니퍼는 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1’에서 차세대 이동통신 환경과 관련해 일련의 솔루션 및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MWC 2011에서 주니퍼의 발표는 ‘뉴 모바일 네트워크’라는 표현으로 함축되는데,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운 연결을 제공하는 모빌리티의 편리성에, IP의 확장성·단순성을 결합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뉴 모바일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더 많은 가입자를 수용하면서도 데이터 통신의 안정성은 높이고, 네트워크 운영은 더욱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주니퍼의 주장입니다.
● All IP 시대에 대비한 전략의 변화
IP 네트워킹 전문업체 주니퍼가 이동통신의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4G 이동통신이 All IP 환경에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데이터가 모바일 네트워크 위를 떠다니게 됩니다. 2014년이면 5억 개의 스마트폰이 공급되고, 매월 370만 테라비트의 데이터 트래픽이 일어날 것이라는군요.
모바일 네트워크가 4세대(4G)로 진화하는데서 주니퍼가 가장 관심 있게 보는 부분은 ‘음성까지도 IP망에서 통신을 한다’는 점입니다. “IP라는 주특기를 살려서 다가오는 모바일 브로드밴드 시대에 새로운 역할을 가지고자 한다”는 게 회사가 탄생을 할 때부터 오로지 IP만들 화두로 붙들고 있었던 주니퍼의 각오입니다.(주니퍼(Juniper)라는 회사 이름에 IP라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IP’라는 철자가 들어가는 이름을 짓고자 여러 단어를 놓고 고민했던 창업자가 딸에게 그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해서 탄생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주니퍼는 2009년 ‘뉴 네트워크’ 전략을 발표하면서 그때까지의 전략을 전면 수정하게 되는데, 회사의 기술·제품에서 근간이 되는 ‘실리콘,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모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네트워크 장비의 기반이 되는 실리콘(ASIC) 분야에서는 모바일 광대역 통신에 가장 적합한 네트워크 장비를 만들 수 있는 ASIC으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보다 많은 가입자를 수용해 더 많은 대역폭과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말입니다. 시스템 측면에서는 하나의 시스템을 메트로·모바일·비즈니스 에지에 두루 쓸 수 있는 ‘유니버셜 에지’로 업그레이드하고, 소프트웨어는 자사의 JUNOS 운영체제를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 단말 세 영역에 최적화시켜 시장에 공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이번 MWC에서의 발표는 시스템과 관련된 것입니다. 유니버셜 에지를 만드는, 코드명 ‘팔콘’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나온 것입니다.
● ‘모바일 데이터 전송 코어’ 장비 출시
주니퍼가 새로 발표한 ‘MX 3D’와 ‘MCG 5000’은 이동통신 환경에서 데이터 패킷을 처리해주는 패킷 코어 장비입니다.
3G에서는 신호가 들어오면 기지국 옆에 분배기가 있어 음성·데이터를 나눠서 보내는데, 데이터를 처리하는 SGSN, GGSN 장비를 패킷 코어라고 부릅니다. 패킷 전달 노드 역할을 하는 SGSN(Serving GPRS Support Node)은 패킷 라우팅 및 전송, 이동성과 논리적 링크를 관리하는 장비이고, GGSN(Gateway GPRS Support Node)은 GPRS 패킷을 적당한 패킷 데이터 프로토콜 형식(IP 등)으로 바꾸어 전송하는 IP의 최종단 역할을 하는 장비입니다.
음성도 IP에서 처리하는 4G에서는 EPC(Evolved Packet Core)라는 시스템이 패킷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EPC 안에는 MME(3G의 SGSGN)와 S-GW/P-GW(3G의 GGSN)라는 장비가 컴포넌트로 들어가게 됩니다. 주니퍼의 MCG 5000은 콘트롤 GW(게이트웨이)인 MME 장비이고, 광대역 GW인 MX 3D는 S-GW/P-GW 장비입니다.
주니퍼 발표의 핵심은 ‘MX 3D’와 ‘MCG 5000’을 3G와 4G 환경에서 모두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3G 전용 패킷 코어 장비보다 성능이 훨씬 우수한 패킷 코어 장비를 이용하다, 4G 패킷 코어로 손쉽게 마이그레이션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들 제품과 함께 정책 관리 SW인 PCRF도 함께 선보였는데, 주니퍼는 MX 3D와 MCG 5000, PCRF를 묶어 ‘오픈 모바일 코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주니퍼가 뜬금없이 이 시장에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주니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에릭슨에 OEM으로 패킷 코어 장비를 공급해왔는데, 에릭슨이 이 장비를 약 30개 캐리어의 3G망에 구축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All IP 모바일 네트워크 구축이 본격화되는 시기를 맞아 주니퍼 자체 브랜드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주니퍼는 이번 MWC에서 발표한 이 제품들을 6월에 정식 출시할 예정입니다(시스코 역시 몇 년 전 스타렌트라는 회사를 인수해 ASR이라는 브랜드로 패킷 코어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4G가 IP 네트워킹 전문 벤더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새로운 시대에 맞는 네트워크 해결책”
주니퍼는 이번에 새로운 패킷 코어 장비들을 발표하면서 몇 가지 장점을 얘기했습니다. 우선 모바일 가입자 수용 규모에서 경쟁사들과 큰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주요 경쟁사들 제품이 단일 장비에서 200만, 500만 정도의 가입자를 수용하는 것과 달리, 자사 장비는 900만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서비스를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광대역 GW인 MX 3D는 서비스 딜리버리 에지로도 쓸 수 있는데 MPLS VPN 서비스, 캐리어급 NAT 서비스, IDP 서비스, 서버 로드밸런싱, 비디오 최적화 캐싱 등의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서비스 가운데는 주니퍼가 자체 보유한 것도 있고, 에코 파트너들과 공동 개발한 것도 있습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동영상 서비스는 오픈웨이브가 개발한 것이고, 정책 관리 솔루션 PCRF는 오픈넷과 브릿지워터라는 회사의 제품입니다. 애플리케이션 로드밸런싱은 라드웨어가 개발했습니다. 이들 제품은 주니퍼 SDK를 이용해 각 벤더가 개발, 주니퍼 장비 안에 탑재됐습니다.
주니퍼는 자신들의 새로운 시도 즉 ‘New Network’ 전략이 모바일 환경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단말용 플랫폼인 주노스 펄스(JUNOS PULSE)를 단말에 적용하면 모바일에서 보다 완벽한 보안과 커넥티비티를 구현해 모바일을 비즈니스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통신사가 오픈 모바일 코어를 구축하면 무선 인터넷의 품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통신망의 TCO는 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을 혼자 힘으로 끌고 가려 하지 않고, 수많은 에코 파트너들과 함께 이루어 내겠다는 것입니다. JUNOS 운영체제를 적극 공개하는 전략으로 말입니다.
한국주니퍼네트웍스 김병장 이사는 “기존 네트워크 장비 벤더의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 큰 생태계를 만들어서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네트워크의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주니퍼의 뉴 네트워크 전략이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14일 5억 8,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차이나모바일이 IP 백본을 주니퍼로 교체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주니퍼 펄스 플랫폼 가운데 모바일 단말 보안 솔루션을 자체 브랜드로 공급하는 보안 전문업체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안철수연구소도 그 중 하나입니다.
네트워크 장비의 코어라고 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공개함으로써 더 방대하고, 생명력이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보겠다고 하는 주니퍼의 전략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 지 궁금합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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