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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통신 서비스

애플TV를 지탱할 또 하나의 열쇠, 스트리밍 기술

【사람중심】최근 애플TV와 관련된 예측 보도가 나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경제전문지 포천 인터넷판은 한 투자은행의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가 발표한 내용을 인용해 2012년 하반기 또는 2013년 초에 가칭 ‘아이TV’가 시장에 선을 보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애플TV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맥컴퓨터까지 모든 애플 단말과 연결되고,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도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게 보도의 주 내용입니다. 이 같은 전망은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전기 작가인 아이작슨에게 했다는 “정말 쓰기 쉬운 통합형 텔레비전을 만들겠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WiFi, 이동통신 등 무선네트워크를 통해 TV를 비롯한 여러 단말에서 콘텐츠를 공유하게 되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시나리오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것이기도 합니다. 바로 통신사나 포털들이 종종 얘기하던 N-screen 서비스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N-스크린 서비스는 몇 년 전까지는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PC, TV, 휴대폰 이렇게 세 종류의 단말만 생각할 수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던 것 같습니다).

N-스크린 서비스의 요지는 어떤 한 가지 단말로 동영상 콘텐츠를 보다가 자리를 옮겨서 다른 종류의 단말을 켰을 때 이전의 콘텐츠가 계속 이어져서 플레잉되는 것입니다. 집에서 TV를 보다가 출근길에 나섰을 때 스마트폰의 DMB 버튼을 누르면 조금 전 거실 TV에서 보던 드라마가 내용이 이어지도록 스마트폰에 스트리밍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그런데, 벌서 3~4년 째 얘기되어 오던 이 같은 서비스가 어째서 애플TV가 보여줄 서비스의 정수(精髓)가 되는 걸까요? 스티브 잡스의 건강이 나빠지면서부터 애플의 약발이 떨어진 결과인 걸까요? 그 이유는 “N-스크린 서비스가 그리 만만한 기술이 아니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N-스크린의 장벽, 차세대 스트리밍 기술 표준화

2009년. 프랑스텔레콤은 세계 최초로 N-스크린 시범 서비스에 도전했습니다. 일부 가입 가정을 대상으로 TV, PC, 휴대전화에서 콘텐츠가 자유롭게 이어지는 그런 서비스였습니다. 그러나, 시범 서비스는 계획보다 작은 규모로 진행되었고, 그 이후 상용 서비스로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여러 원인을 들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유선과 무선을 넘나드는 콘텐츠의 안정된 스트리밍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White Milk님의 싸이월드에서.  www.cyworld.com/84whitemilk/3331229)

CDN 등 콘텐츠 스트리밍 업계에서는 2009년 즈음부터 ‘어댑티브 스트리밍(Adaptive Streaming)’이라는 기술이 화두였습니다. ‘가변 비트레이트’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네트워크 상태가 유동적인 환경에서도 영상 서비스가 끊어지지 않고 유지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네트워크 백본에서 서비스 이용자의 네트워크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가, 네트워크 품질이 나빠지면 조금 낮은 품질의 영상으로 대체를 하면 화면에 모자이크가 생기거나 영상 전송이 중단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죠.

영상 서비스의 경우, 인터넷처럼 잠시 멈췄다가 다시 연결되는 것은 방송 사고가 됩니다. 따라서, 조금 품질이 나빠지더라도 방송 서비스가 계속 제공되는 것이 더 중요한데, 이를 가능케 해주는 기술이 어댑티브 스트리밍입니다.

문제는 이 기술을 제대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론, 몇몇 스트리밍 전문 기업들이 이 기술을 보유했고, 프랑스텔레콤도 이들 중 한 업체의 기술을 채택했지만(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 기업입니다), 문제는 이 어댑티브 스트리밍 기술을 지원하는 칩셋이 양산되지 않는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프랑스텔레콤은 야심차게 준비한 서비스를, 아주 소규모로 테스트만 한 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댑티브 스트리밍은 비디오 파일을 가장 화질이 낮은 기본 레이어부터 위로 올라가며 몇 개의 레이어로 나누어서 단말마다 몇 개의 레이어를 배정하게 되는데, 이 디코딩이 매우 복잡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복잡하게 디코딩된 파일을 풀어서 이용자에게 보내줄 수 있는 디코더(칩)의이 반드시 있어야 됩니다. 칩을 구하기 힘든 것은 어댑티브 스트리밍이 아직 산업표준이 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표준화 여부를 떠나서 차세대 영상 서비스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애플의 새로운 경쟁력…차세대 스트리밍 기술?

그런데, 애플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스트리밍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애플은 이미 애플TV라는 이름이 붙은 TV용 셋톱박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시장에서 개발 열기가 높은 어댑티브 스트리밍 기술은 물론, 이와 유사한 ‘http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자체 기술까지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 두 기술이 결합돼 영상 서비스를 더욱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레굴루스님의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http://regulus.tistory.com/)

업계 관계자는 “애플TV(셋톱박스)에서 제공되는 비디오 콘텐츠를 보면 거의 TV 수준이다. 우수한 스트리밍 기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애플TV의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보면 화질이 많이 떨어지는데, 이는 네트워크의 영향도 크다. 애플은 네트워크 인프라나, 관련 기술에도 매우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애플이 이처럼 많은 투자를 해서 TV 서비스를 하려는 것은 ‘멀티미디어 서비스 시대의 강자’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동영상 서비스 분야의 한 전문가는 “애플이 현재의 애플TV를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면 ROI를 포기하거나, 서비스 품질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당장에 돈을 번다는 생각 보다는, 멀티미디어 서비스 시대를 주도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애플이 당장에 애플TV를 서비스하지 않고, 내년 이후로 미루는 것이 기술적 문제인지, 투자의 경젱성 문제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통신 서비스 시장의 미래는 멀티미디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CDN 전문기업이나 스트리밍 전문기업이 어댑티브 스트리밍 기술에 관심이 높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에서 OS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애플TV의 연결성에서도 이 OS가 중요한 역할을 하겠죠.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하자면, 차세대 스트리밍 기술이 애플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 줄 새로운 열쇠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i-시리즈 단말과 아이 클라우드 그리고 차세대 스트리밍 기술이 빚어 낼 하모니가 멀티미디어 서비스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몹시 궁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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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