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며칠 전 케이블TV에서 ‘맨 인 블랙’이라는 예전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15년 전에 본 영화라 ‘지구에 외계인이 같이 살고 있다’는 기본 컨셉을 제외한 모든 내용이 하나같이 새로웠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외계인과 관련된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 MIB였습니다.
이 조직의 사무실은 단순히 외계인의 민원을 듣고, 거주지 이주 등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상은 지구에 살고 있는 외계인의 이동과 신상의 변화 등을 감지해 우주로부터 어떤 위협이 있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콘트롤 타워더군요. 영화 속 MIB가 단순히 외계인 관리만 하는 조직이었다면, 왜 갑자기 다른 별의 우주선이 지구 대기권에 들어와 싸울 준비를 하는지, 그것이 지구에서 외계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어떤 일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갑자기 ‘맨 인 블랙’의 콘트롤 타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난주에 참석했던 어느 기자간담회 때문입니다. 컨택센터(콜센터) 분야 부동의 1위 기업 제네시스의 기자간담회였는데, “콜센터를 기업의 비즈니스 콘트롤 타워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 이날 발표의 요지였습니다. ‘콜센터’와 ‘콘트롤 타워’라... 쉽게 연결이 되지 않는 주제일 수도 있는데, 실제로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컨택센터는 단순 전화 상담만 하는 곳이 아니니까요.
알카텔-루슨트로부터 독립한 제네시스
제네시스는 2000년에 프랑스 알카텔에 인수된 이 회사는 독립적으로 운영돼 오다, 지난 2010년 알카텔-루슨트의 엔터프라이즈마켓그룹으로 통합됐습니다. 그러다 올해 퍼미라가라는 펀드에 인수돼 완전히 독립된 회사로 새출발을 시작했습니다.
제네시스는 전세계 소프트웨어 회사 가운데 Top 50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컨택센터 분야에서는 브랜드 파워, 기술, 솔루션, 파트너, 고객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월등한 1위를 달리고 있는데요, 프로스트설리번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컨택센터 솔루션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6.7%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인 어바이어(11.9%) 등이 하드웨어를 포함한 매출인 반면, 제네시스는 오로지 소프트웨어만을 공급해 이루어낸 실적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새 출발을 한 제네시스는 올해 17% 성장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지사는 22%로 본사 보다 월등히 높은 목표를 세웠다고 하니, 의욕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의욕으로만 보기에는 시장이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컨택센터를 필요로 할 만한 기업과 공공기관은 전부 다 컨택센터를 보유한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는 현상유지도 만만치 않게 느껴지는데, 본사의 기대치보다 높은 성장률을 내걸었다?
일과 사람의 정보가 모이는 컨택센터
제네시스코리아호의 초대 선장을 맡은 지운섭 사장은 “과거의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본다면, 실적이 줄어들지만 않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제네시스코리아는 새로운 각도에서 시장의 문을 두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시각’이란 컨택센터를 ‘비즈니스IT의 콘트롤 타워’로 만드는 것입니다. 도대체 콜센터가 어떻게 ‘비즈니스 콘트롤 타워’가 될 수 있을까요?
컨택센터는 과거 ‘콜센터’로 불리다가 ‘컨택센터’라는 보다 세련된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단순히 고객의 전화에 응대한다는 의미의 콜센터와 달리, ‘컨택센터’는 고객과 기업이 만나는 접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전화나 e메일로 상담을 하면, 기업은 고객의 상담 내용에 가장 잘 응대할 수 있는 기업 내 전문가를 찾아 연결을 해줍니다. 이러한 고객 응대는 고객의 만족감을 높이는 것을 넘어,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의 시작입니다. ‘비즈니스 컨택’의 씨를 뿌리는 것이죠.
컨택센터는 최근 들어, UC(통합커뮤니케이션) 시스템과 결합돼서 필요한 전문가의 현재 상태(통화중, 자리비움 등)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연결하거나, SNS와 쌍방향으로 연동되는 등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습니다. 이런 컨택센터의 역할을 또 다시 확장해 기업의 고객 관리 및 대고객 서비스 전반을 관장하는 콘트롤 타워로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제네시스코리아의 도전입니다.
상담전화가 걸려오면 비즈니스IT가 가동된다?
최근의 컨택센터는 단순히 전화나 e메일로 고객을 응대하는 일은 물론, 업무 프로세서를 파악해 고객의 응대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또, 회사의 업무 특성을 파악해 유기적이고 경쟁력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인력을 관리하는 워크포스(WorkForce) 최적화도 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SNS나 인터넷 게시판, SNS, 메신저 등 다양해지는 고객 접속 채널에 대응하는 것도 컨택센터의 주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컨택센터는 고객의 불만이나 문의, 주문에 응대하는 특성상 CRM, SCM, ERP 등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들과 일정 부분 연동되어 있고, 각 애플리케이션들의 일부 정보도 이곳에 모이게 됩니다. 제네시스는 이 역할을 더 강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들에서 좀 더 많은 정보를 전달받아 이것을 취합하면, 기업이 고객의 불만을 낮추고 만족감은 높이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더 보강해야 되고, 어떻게 미리 예측해서 움직여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운섭 사장(왼쪽 사진)은 “컨택센터가 이미 회사의 비즈니스 특성, 인력(조직) 관리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더 많은 정보들을 취합해서 세밀하게 분석하면 어떤 방식, 어떤 채널로 비즈니스 이슈에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 최적의 정책을 이끌어 낼 수 있다. UC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을 자동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가장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고, 이것을 자동화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중심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컨택센터다”고 설명했습니다.
클라우드 시대의 콜센터…비즈니스 콘트롤 타워
컨택센터가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탈 PBX’와 ‘클라우드’라고 합니다.
과거 교환기 중심의 컨택센터는 이 하드웨어의 역할을 중심으로만 운용됐지만, 이제는 교환기에 여기에 연결된 네트워크의 범주에서만 운용이 됐지만, 이제는 교환기에서 소프트웨어를 떼어내서 범용 서버에 이식한 SIP 서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환기가 아니라, ‘IP’가 중심이 되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IP로 연결된 다양한 시스템, 애플리케이션들과 더욱 유기적으로 연동될 수 있습니다.
교환기의 구속을 벗어나 범용 SIP 서버로 둥지를 옮기면 컨택센터가 하던 일을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 결합시키는 것이 쉬워집니다. 컨택센터의 역할이 전체 비즈니스IT와 한 몸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돼야 ‘비즈니스 콘트롤 타워’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지운섭 지사장은 “국내 시장에 클라우드 컴퓨팅에 관심이 높고,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교환기 중심의 컨택센터 구조가 혁신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면서, “제네시스는 범용 SIP 서버 기반의 컨택센터 분야에서 최강자이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컨택센터를 넘어 ‘비즈니스 콘트롤 타워에 도전한다. 제네시스의 경쟁력을 차별화하는 것은 물론, 고객(기업)이 조직과 비즈니스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전이 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전화가 걸려오면 고객의 불만을 접수하고, 상품 주문을 받는 단순한 역할에서 출발한 콜센터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요?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모든 정보와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자동으로 전략을 수행하는 맨 인 블랙의 콘트롤 타워 같은 콜센터.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인터넷을 뒤져 영화 사이트에서 ‘맨 인 블랙’ 1편의 태그라인, 즉 이 영화를 한 줄로 설명한 글을 찾아보았습니다. 우연일까요? ‘CIA보다 비밀스럽고, FBI보다 파워풀하다’라고 되어 있네요.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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