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카카오톡으로 무료 메신저 시장을 휩쓸고 있는 카카오가 국내에서 무료 m-VoIP(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카카오는 4일부터 아이폰 이용자를 상대로 베타 테스터를 모집하고 있는데, 카카오톡 어플을 실행해 ‘카카오팀’을 친구로 추가한 뒤 설정 메뉴로 들어가면 ‘보이스톡 날개 우선적용 신청’이라는 메뉴가 나타나고, 이것을 선택하면 m-VoIP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보이스톡’은 카카오의 m-VoIP 서비스 이름입니다.
카카오는 올해 초 일본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m-VoIP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그간 국내에서는 통신사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마트TV 등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를 놓고 망을 차단하니 어쩌니 하면서 방방 뜨는 상황에서 전화 통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물론, 카카오의 ‘보이스톡’ 이전에 m-VoIP 서비스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VoIP 서비스의 대명사 스카이프(Skype)를 위시해 스마트폰 인터넷전화 어플 붐을 일으킨 바이버(Viber) 그리고 다음의 ‘마이피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m-VoIP 서비스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카카오는 다릅니다.
사용자 4600만명의 카카오톡 vs. 온실 속 화초
카카오톡은 5월 초 기준으로 전세계 가입자가 4,600만 명. 국내 가입자만 3,000만 명을 넘어 선 거인입니다. 여타의 m-VoIP 서비스와 비교해 통신사가 느끼는 체감 온도가 다를 수밖에 없겠죠. 카카오가 ‘보이스톡’ 국내 서비스를 전격 개시한 것도 국내 스마트폰 전체 이용자수와 맞먹는 카카오톡 사용자 파워를 자신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 아이폰에서 확인해보니 주소록에 있는 760여명 가운데 마이피플 가입자는 196명, 카카오톡 가입자는 422명입니다.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은 어쩌면 지금까지 나왔던 모든 무료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다 더한 것보다 위력이 클 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래픽 급증으로 설비 투자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낮아진데다, LTE 마케팅 경쟁으로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만 하는 통신사 입장에서 무료 인터넷전화 서비스의 등장은 매우 못 마땅한 일일 것입니다. 문자메시지 매출을 갉아먹는 것도 모자라, 통신사의 성역이라고 여겨지던 통화 서비스까지 무료로 제공하겠다니... 어쩌면 배은망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어찌 보면 통신사들이 자초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2005~2006년 무렵 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국내에 등장한 것은 불과 1~2년 사이의 일입니다. MVNO도 마찬가지죠. 통신 정책이 지나치게 대형 통신사 위주로 짜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통신 서비스가 통신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유독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통신사 역시 마냥 좋을 수는 없습니다. 서비스 개발, 콘텐츠 발굴 보다는 오로지 회선 경쟁, 가격 경쟁만 하다 보니 서비스 경쟁력이 취약합니다. 모바일 앱 개발사가 메신저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수준, 호들갑을 떨지언정 제대로 대응은 못 하는 이 수준이 정부와 통신사가 입맛 열면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통신강국’이 만들어 낸 경쟁력입니다.
카카오의 무료 m-VoIP 서비스 출시에 통신사들은 “수십조원 투자한 망에 보이스톡이 무임승차했다”거나, “카톡 무료전화 쓰려면 통신요금 40%를 올려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통신사의 호들갑을 전하는 보수언론은 m-VoIP가 통신시장을 망치거나, 요금인상이 불가피한 것처럼 떠들어댑니다만, 소비자들은 출시 사흘 만에 보이스톡 서비스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뉴스가 더 가슴에 와 닿을 것입니다.
보이스톡을 실제 이용해 보니, ‘그 정도면 무료 통화로는 쓸 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전에는 목소리를 바꿔서 통화할 수 있는 음성필터 기능은 별도의 앱을 설치해야 가능했는데, 보이스톡은 이 기능도 기본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무료’인 것 이상의 서비스입니다.
통신사가 돈을 잘 벌어야, IT 생태계가 건강하다?
WiFi 속도가 빨라지고, 이동전화 서비스가 All IP 기술에 기반을 둔 LTE 시대로 넘어가면서 단순 서비스 이용료는 낮추면서 고수익 부가서비스 발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전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문자메시지나 인터넷전화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돈을 벌겠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죠.
얼마 전 작은 IT 업체를 운영하는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데, 통신사 공동의 무료 모바일 메신저가 나온다고 해서 관련 업계의 분위기가 몹시 우울하다는 얘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통신사가 이런 것까지 한다는 게 말이 되나?”고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통신사가 전자지갑이나 모바일 메신저 같은 것에 목을 매는 현실이 어처구니없다”면서, “대형 통신사라는 이들이 작은 벤처가 해야 될 콘텐츠나 개발하고 있는 통신 환경에서 벤처들은 무얼 해야 하나?”고 묻더군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OS에 IE(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심어놓거나, 안드로이드 OS에 구글 검색이 기본 탑재된 것을 가지고 불공정 제소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통신사들이 공동 개발한 무료 메신저를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해서 출시하는 것은 적어도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의 사례 보다 훨씬 더 위중한 불공정 행위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지금껏 통신과 관련된 전체 생태계를 마음대로 주물러 왔습니다. 그것이 정부의 철학이요, 통신사들의 철학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심각한 것은 시장의 환경이 바뀌고 있는데도, 통신사들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통신사들을 걱정하는 언론의 노심초사도 마찬가지죠.
통신사들은 서비스나 요금 관련 이슈가 생길 때마다, 한결같이 전가의 보도를 휘두릅니다. “통신사가 적정 수익을 얻어야 새로운 기술/인프라에 다시 투자할 수 있고, 그래야 IT 시장 전체의 선순환 구조가 유지된다”는 얘기입니다.
정책의 우산에서 벗어나 ‘서비스 경쟁력’ 보여주길...
그런데, 3G에서 4G로 넘어가면서 통신사의 투자비는 늘어납니다. 장비의 대당 가격이 똑같다고 하더라도, 가입자 수나 트래픽 규모가 훨씬 늘어난 환경에서 전체 투자 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통신사의 수익은 어떻게 챙겨줘야 되는 걸까요? 통신사의 재투자와 IT 생태계의 활력을 위해서 정책으로 요금을 올리고, 국민들이 기꺼이 그 정책을 수용하면 통신사는 만족할까요?
어떤 시장이든 기업이 가만히 있는데도 수익이 늘어나는 분야는 없습니다. 시장은 오히려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그 시장에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수익을 높여나가는 것이, 지금껏 큰 혜택 속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통신사들이 이제라도 해야 될 역할입니다.
‘LTE 투자’를 핑계거리로 내세우기도 하는데, 그것은 통신사의 선택입니다. LTE망을 구축하고 마케팅 비용만으로 싸우는 것도, LTE망을 구축한 것에 그치지 않고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도 통신사의 선택입니다. LTE 전국망 경쟁이 본격화된 뒤 3G 데이터 서비스 관련 민원이 크게 늘었다고 하는데, 이런 것은 ‘서비스’가 아닙니다. KTX 열차가 생겼다고, 새마을호나 무궁화호가 수시로 사고가 날 정도로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불안하면 비싼 열차 타라’고 협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문자메시지 수입 감소를 아까워하던 통신사는 이미 시기를 놓쳤고,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을 겁니다. 이제 무료 모바일 메신저들이 무료 인터넷전화 경쟁을 하는 시대가 도래했는데, 과연 통신사의 무료 메신저는 무료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치열하게 경쟁하며 생명력을 키워 온 벤처기업들에 거침없는 행보 속에서, 온실 속 화초로 자라 온 통신사들이 내놓을 대응전략은 과연 무엇이 될지 궁금합니다.
설문조사 결과 카카오의 무료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출시되면 이용하겠다는 응답자가 8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87%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통신사의 적이 되는 걸까요? 예전 같으면 적이 될 자격도 없었을 이 적들을, 통신사는 어떻게 자기편으로 돌려세울 수 있을까요? 최신 스마트폰 가격을 왕창 내리거나, 스마트폰 요금을 하향조정한다면 물론 임시방편은 될 겁니다. 하지만, 그런 고루한 방법 말고 뭔가 새로운 전략을 보고 싶습니다. 통신사의 임시방편으로 얻게 된 혜택은 반드시 또 다른 비용이나 족쇄로 되돌아 올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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