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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통신 서비스

통신사 vs. 카카오톡…‘공공의 적’ 배틀?

【사람중심】 카카오. 무료 모바일 메신저로 시작해, 사진 충심의 SNS, 이제는 게임 플랫폼으로도 인기를 넓혀 가고 있는, 스마트폰 시대에 국내에서 가장 각광받는 이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카카오는 우리나라 통신사들에게는 가장 마뜩찮은 존재일지 모릅니다. 전세계 가입자 6000만명이 넘는 카카오톡이 무료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로 통신사의 SMS 수익을 갉아먹는 것도 모자라, 무료 음성통화 서비스 보이스톡까지 출시해 통신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통신사들은 보이스톡 사용을 부분 차단하고 있고, 카카오 측은 미국·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만 보이스톡 서비스에 장애가 잦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통신사들의 얘기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보이스톡 같은 서비스는 통신사 수익성 확보에 지장을 준다. 통신사가 제대로 수익을 못 내면, 신기술 투자가 어려워져 서비스 품질이 나빠지고, IT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입니다. 통신사가 오랫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왔던 논리이고, 언론들도 자신들이 마치 통신사인 양 똑같은 칼을 휘두르기를 서슴지 않습니다.


카카오톡·라인 같은 무료 모바일 메신저나 보이스톡·마이피플 같은 무료 인터넷전화는 통신사들의 논리대로 하면 IT 산업의 선순환 구조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공공의 적’입니다. 선순환 구조에 기생해서 그것을 야금야금 좀먹는 암덩어리 같은 존재인 거죠(물론, 여기서 ‘공공’이라는 영역은 통신사의 영향력이 미치는 영역으로서의 ‘공공’, 통신사의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장하는 영역으로서의 ‘공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런 인식에 기반해서 통신사들은 카카오톡이 통신사의 규제를 받아야 된다는 논리를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카카오톡이 SMS와 같은 서비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온 뒤로는 앱 장터에서 필요한 콘텐츠를 사서 이용하면 되는데, 통신사가 기존에 제공하던 것과 똑같은 서비스는 규제받아야 된다고 하면 과연 가능한 콘텐츠·서비스는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스마트폰에서 음식이 나오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되는 걸까요?


기존의 서비스 제공업자가 유료로 하고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기존 사업자에게 규제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워낙 이런저런 권리를 통신사에게만 쥐어주다 보니 통신사들이 스스로를 규제기간으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문제는 방통위도 같은 주장을 했다는 것입니다. 통신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통신망을 빌려 재판매하는 사업자도 아닌데 규제를 받으라고 한다면, 결국 통신사가 허용해주는 서비스만 하라는 얘기인 건가요?


영화 ‘공공의 적 1-1 강철중’ 포스터 중에서


“카카오톡, 통신사 수익 향상에 긍정적”

그런데, 지난 주말에 증권사들의 분석과 관련해 재미있는 기사나 등장했습니다. ‘공공의 적’ 카카오톡이 통신사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신증권은 “서버에 접속해서 즐기는 애니팡은 한 게임당 대략 93KB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를 LTE요금제로 환산하면 5원 정도이고, 매일 1시간씩 애니팡을 하면 한달 데이터 소비량이 163MB 정도”라며,“대부분의 이용자가 초과 이용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애니팡을 이용하지는 않겠지만, 데이터 소비를 유발하는 아이템이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통신주에 긍정적이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신영증권도 “모바일 메신저 사용시간은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애니팡·아이러브커피 같은 모바일 게임이 등장함으로써 전체 사용시간은 늘어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군요.



증권사들이 애니팡 같은 게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없는 LTE 서비스에서는 ‘데이터 사용이 곧 수익’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3G 보다 LTE 요금제가 비싸기 때문에 무료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이런 콘텐츠들이 통신사의 가입자당매출(ARPU)를 높이는데 한몫을 할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분석입니다.


스스로에게 타격을 주는 통신사?

‘공공의 적’ 취급을 받던 무료 모바일 메신저가 이런 활약을 하고 있는 사이, 통신사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지나친 보조금 경쟁으로 너무 많은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는 바람에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공공을 자청하더니 그 공공의 이익에 위해를 가하는 형국입니다.


출처 - ‘스마트러시’ 블로그


방통위가 보조금을 강하게 단속하자, 번호이동이 급격히 줄었다고 합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추석 연휴 직후(2일)의 휴대전화 번호이동 건수는 모두 2만 3625건이었는데, 이는 일주일 전과 비교해 22.8% 늘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2011년 추석 직후에는 167.3%, 스마트폰이 보급되지 않았던 2010년 추석 직후에도 71.2%가 늘었다고 합니다. 명절 연휴는 번호이동이 급격히 늘어나는 이른 바 ‘특수’였는데, 올해는 그런 현상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회사 이름만 다를 뿐 서비스가 거기서 거기다 보니, 보조금도 안 주는데 굳이 통신사를 옮겨야 될 이유가 약해진 것이고, 소비자들은 방통위 단속이 끝나면 다시 보조금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고 기다리는 겁니다. 오랫동안 정책의 보호 아래 온실 속 화초로 자라 오면서, 서비스나 콘텐츠 발굴 보다는 보조금 경쟁이 비즈니스의 주축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죠.


통신사, 공익은 ‘서비스’와 ‘요금제’에서 찾아라

엄청난 적자와 부채에 시달리던 영국의 BT가 회생할 수 있었던 계기는 영국 정부가 망 중립성 정책을 강력하게 실시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자신들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쓰는 재판매 사업자들과 요금으로 차별화를 하기 힘들어지자, 적극적으로 콘텐츠 발굴에 나선 것입니다. 


이 때 BT는 자신들의 통신망과 호환되는 콘텐츠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도록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와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공개하고,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쉽게 개발 및 서비스할 수 있는 IMS(IP Multimedia Subsystem)라는 플랫폼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BT 내부의 콘텐츠팀이 외부의 개발자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있던 체질을 그대로 둬서는 경쟁 속에서 자생력을 길러 온 외부의 개발자들을 이길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랍니다. 영국정부도 BT도 우리 정부나 통신사와는 다른 결정을 내렸지만, 그것이 결국은 BT를 강하게 만드는 전환점을 만든 것이죠.


콘텐츠 발굴과 함께 ‘공공의 이익’을 통신사가 해야 될 역할 중 하나는 요금제의 발굴일 것입니다. 미국의 MVNO ‘보이저 모바일’은 지난 5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선보였는데, 월 19달러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고, 월 39달러면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무선인터넷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MVNO들의 이 같은 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미국의 대형 통신사들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서비스 이용 패턴을 분석해 가족요금제를 세분화하기도 하고, 개인이 약정한 데이터를 최대 10대의 기기에 나눠 쓸 수 있는 ‘데이터 공유 요금제’도 선보이고 있습니다(하나마나한 ‘이번 달에 남은 데이터 다음 달로 이월하기’ 같은 정책과는 분명히 다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데이터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게 허용하면, 결국 개인 단말들의 데이터 서비스 이용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고, 이용자는 개별적으로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했을 때 보다 요금이 절약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군요.


공익, 공공의 이익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줘!

‘공공의 적’이라던 무료 모바일 메신저는 참신한 콘텐츠로 통신사의 수익 향상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공공의 적에 맞서 ‘공공의 이익’을 지키겠다던 그 ‘공익’들은 오히려 공공의 이익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통신사가 이제껏 주장해왔던 논리대로라면, 지나친 보조금 경쟁으로 수익이 줄어들었으니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을 테고, 결국 IT 업계의 활성화·고용창출 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상일 테니까 말입니다.


공익들은 공공의 적들이 자신들의 수익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움직임들을 보면서 이제부터라도, 진짜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콘텐츠·서비스를 만드는데 힘쓰게 될까요? 아니면, 정부의 단속은 잠깐의 소나기일 테니 굳이 골치 아프게 아이디어를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공공의 이익을 외치면서 스스로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리는 이 줄타기는 언제까지 계속되는 걸까요?

(공익이란 표현을 썼는데, 공익근무요원들을 비하할 뜻은 추호도 없음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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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