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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통신 서비스

모바일인터넷 시대, 전화 찬밥시대

[사람중심] “집 밖에서 돌아다니면서 마음대로 전화를 쓸 수 있다니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통신사들이 이동통신 비즈니스에서 취하는 태도는 이 문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보조금을 미끼로 족쇄를 채운 고객을 위해 ‘서비스 혁신’을 할 리 만무한 시절이었고, 이동전화는 전화 통화가 절대적인 역할을 차지하는 도구였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무선통신망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통신사들이 킬러 서비스로 꼽은 것도 이 ‘전화’의 연장선상에 있었습니다. ‘HD 영상통화’와 ‘HD 보이스’가 통신사들이 큰 자랑거리였죠.


10~20대의 절반…“전화/SMS 보다 인터넷/앱 선택”


그러나 통신사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야말로 ‘전화 수난시대’입니다. 에릭슨의 조사 결과, ‘휴대전화에서 전화/SMS 또는 인터넷/앱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국내 휴대전화 사용 중 25%는 인터넷/앱을 선택했습니다. 미국 보다 11%나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10~20대 연령층에서는 절반 이상이 인터넷/앱을 선택한 것은 놀라운 결과입니다. 


특히 휴대전화에서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이용해 본 사람일수록 전화 사용의 의존도가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OTT 서비스 사용자의 주간 비디오 콘텐츠 사용빈도는 51%로 피처폰 사용자(22%)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인터넷전화와 영상통화 역시 OTT 서비스에서 즐겨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피처폰 사용자들보다 OTT 서비스 상에서 인터넷전화는 7%, 영상통화는 6% 더 많이 사용합니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서 인터넷전화 등을 충분한 품질로 제공하다 보니 더 이상 통신사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또, ‘인터넷통화 사용 이후 일반통화 사용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점점 더 일반통화를 적게 사용하게 됐다는 대답이 37%나 됐습니다. 전체 OTT 서비스 이용자 중 무려 47%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이상 인터넷통화를 이용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모바일 메신저에 잠식당하는 인터넷통화

이동전화에서 전화의 퇴조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이미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이 모바일 메신저에서 인터넷통화를 제공하고 있지만, 얼마 전 페이스북에 인수된 세계 최대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이 2분기부터 인터넷통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니,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통화 서비스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시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NHN의 ‘라인’ 역시 최근 9개 나라에서 ‘라인 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2007년에 영국 BT의 고위관계자로부터 ‘BT의 전체 매출에서 일반전화 매출은 이미 10%도 안 된다. BT는 이미 전화사업자가 아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당시에 BT는 이미 초고속인터넷과 IPTV에 가입한 고객에게는 인터넷전화를 무료로 제공하고, 초고속인터넷만 쓰는 고객에게도 저녁부터 아침 출근시간 전까지는 인터넷전화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LTE망 구축 경쟁이 시작된 뒤로 매년 7~8조원의 설비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매출에서 설비투자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세 번째로 높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이동통신망’, ‘세계 최초의 광대역 LTE-A’ 등을 자랑하지만, 설비투자비를 많이 들였다면 차세대 인프라를 남보다 빨리 구축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전화 라이선스’에 기대지 않는 혁신 필요해

전문가들은 이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더 이상 새로운 스마트폰 고객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연 1000만명에 이르는 번호이동 가입자를 놓고 경쟁하는 것도 정부의 규제 때문에 앞으로는 예전 같지 않을 겁니다.


네트워크 속도나 차세대 통신망 조기구축에 기대는 ‘통신 강국’ 타이틀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이동통신 이용자가 얻는 혜택도 없습니다. 모바일 메신저로 통신사의 SMS 서비스를 무색케 하고, 이미 모바일 메신저에서 인터넷통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는 벤처의 혁신이 통신공룡들에게 필요할 때입니다.


7년 전 BT의 고위 관계자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라이선스에 기대는 통신사 내부 조직에게 혁신의 DNA는 없다!” 전화가 더 이상 플랫폼이 될 수 없는 시대에 새로운 플랫폼을 찾지 못한 통신사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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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