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페이스북은 SNS 업계의 리더이기도 하지만, 컴퓨팅 기술 측면에서도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페이스북은 자신들만의 데이터센터 노하우를 시장에 공개하면서, 관련된 기업들이 기술을 공유하고 협업을 추진해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효율적인 데이터센터를 개발·운영하는 일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바로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Open Compute Project, OCP)’입니다.
공기 대신 액체로 열을 식혀 냉각 효율을 높여야 한다거나, 중앙 UPS와 PDU(Power Distribute Unit) 시스템을 없앤 서버를 만들어야 한다거나, 발전기가 멈춰 섰을 때를 대비해 8분이던 배터리 백업 시간을 45초로 줄여야 한다는 등의 주장은 일면 황당무계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데이터센터의 혁명을 이룰 ‘진짜’프로젝트라는 기대를 갖도록 만듭니다.
오픈컴퓨트프로젝트..."진정한 개방형 SDN 구현"
그런데 지난해 5월 페이스북은 네트워크 업계에 새로운 충격을 던졌습니다. 서버와 스토리지에 이어 네트워크 장비까지 오픈소스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스위치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분리한, 진정한 개방형 SDN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입니다.
네트워크 업계의 핫이슈인 SDN 분야에 도전장을 던진 페이스북의 발표는 네트워크 업계에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사용자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되었던 SDN이 ‘오픈데이라이트’를 기점으로 기술력에서 앞선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들 쪽으로 흐름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나온 발표였기 때문입니다.
자체 기술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데 오랜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OCP를 추진하며 ‘데이터센터 오픈소스화’에 풍부한 경험과 아군을 확보한 페이스북의 등장은 특정 제조사에 얽매이지 않는 네트워크 환경을 원했던 사용자(기업)들은 물론이거니와,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싶었던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에게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페이스북의 ‘OCP 스위치 개발’선언 이후 많은 네트워크 기업, IT 기업, 네트워크 컨소시엄들이 이 진영에 합류했는데, 최근 OCP를 다시금 주목하게 만들 새로운 발표가 나왔습니다. 자타공인 데이터 네트워킹 업계의 2위 기업인 주니퍼네트웍스가 OCP 스위치를 발표한 것입니다.
OCP 하드웨어와 주니퍼 Junos OS의 결합
주니퍼는 지난주 '아시아태평양 애널리스트&미디어 이벤트' 행사에서 자사의 단일 네트워크 운영시스템 Junos OS를 OCP 하드웨어 디자인에 결합한 TOR(톱 오브 랙) 스위치 ‘주니퍼네트웍스 OCX1100’스위치를 내놓았습니다.
주니퍼 아태지역의 시스템 엔지니어링 담당 러셀 스킹슬리 부사장은 “OCP 스위치 개발은 수십 수만 개의 스위치를 가동하는 매우 큰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가진 기업들을 위한 프로젝트”라며, “OCX1100은 네트워크 시장의 리더기업들 가운데서 처음으로 개발된 OCP 스위치로, 오픈아키텍처 기반이어서 스위칭 플랫폼을 간소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범용 OCP 하드웨어에 검증된 Junos OS가 올라감으로써 대규모·대용량의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주니퍼가 내세우는 장점입니다.
주니퍼네트웍스 OCX1100은 다음과 같은 주요 기능 및 이점을 제공합니다.
- 파이썬(Python)을 비롯한 오픈·표준 기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로, 맞춤형 스크립트 및 애플리케이션이 Junos와 연동되어 지원된다.
- 퍼펫(Puppet) , 셰프(Chef) 같은 툴이 Junos 자체 설치되도록 지원해 자동 프로그래밍 및 프로비저닝이 가능하다.
- Junos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로 실시간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
- 오픈 네트워크 설치 환경(ONIE: Open Network Install Environment)으로 다른 네트워크 OS의 로딩 및 분할이 가능해 고객들이 한 벤더에만 제한되지 않아도 된다.
-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모두에 주니퍼의 기술지원서비스가 제공되므로, 고객의 리스크는 낮추고 신뢰성은 향상시킨다.
기업의 네트워크 고민...네트워크 업계의 새로운 도전과제
주니퍼 본사의 마케팅 및 전략 담당 마이크 마셀린 부사장은 “OCX1100은 주니퍼가 새로운 클라우드 기술이 가져오는 혼란에 대비하고, 대용량 클라우드 제공업체가 비용효율적이면서 신뢰할 수 있는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제품이다”면서, 주니퍼는 고객들이 현재와 미래에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공하는 오픈 아키텍처 기반의 제품을 만들고, 지속적인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웹2.0 기업이나 웹호스팅 기업 같은 대형 클라우드 빌더들은 수만~수십 만개의 서버를 지원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습니다. TOR 스위치도 그 고민의 중요한 한 부분이죠.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은 자체 제작 스위치나, 화이트박스(white box) 스위치를 이용하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오픈소스 기반 스위치를 개발하고,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이 큰 난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 정도가 오픈소스 네트워크 장비를 외주를 통해 만들고 있는 정도입니다.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는 많은 기업들이 안고 있는 이 문제에 해답을 제시하고자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페이스북은 이미 코드명 ‘웨지(Wedge)’라는 스위치와 이 스위치를 위한 운영체재 ‘FBOSS’를 개발해 파트너와 고객들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OCP 진영의 ‘첫 번째 공적’이라 할 수도 있는 시스코 역시도 지난 11월 드디어 OCP 참여를 선언했을 정도입니다. 기업이 자신들의 비즈니스 특성에 맞는 네트워크 장비를 직접 만들고, 운용하려는 것은 이제 네트워크 업계가 외면할 수 없는 경향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오픈소스 컴퓨팅 기술의 새로운 강자 페이스북을 주도로 만든 하드웨어에, 네트워크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과 풍부한 경험을 지닌 주니퍼의 OS가 결합되어 탄생한 ‘OCX1100’은 많은 기업들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성능과 안정성을 갖춘 오픈소스SW 기반의 스위치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 것은 분명하고, 기업들은 이런 솔루션에 자신들이 원하는 기능과 운영모델을 접목하면 되니까 말입니다.
오픈소스 스위치 대중화의 시발점 될까?
사실, 페이스북이 ‘웨지’와 ‘FBODSS’를 발표했을 때 컴퓨터리셀러뉴스(CRN)는 "페이스북이 오픈소스 랙스위치로 시스코와 주니퍼를 노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주니퍼는 시스코와 함께(시스코 만큼은 아니겠지만) 오픈플로우 진영이나 SDN 흐름에 가장 늦게 참여한 기업입니다. 그 사실은 곧 주니퍼가 네트워크 업계에서 기득권 세력 중의 하나였다는 반증이 될 겁니다.
하지만 기업이란 결국 고객의 요구와 변화를 주시하고 거기에 발을 맞출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주니퍼가 이처럼 빨리 OCP 스위치를 내놓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경쟁사인 시스코 역시 OCP 진영에 합류하면서 “우리는 OCP 커뮤니티를 고객들이 마주한 도전과제에 부응해 공동개발 솔루션을 만들어 갈 훌륭한 포럼으로 바라본다"고 말로, 이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 의미가 있음을 시인한 바 있습니다.
네트워크 업계가 거부할 수 없는 이 거대한 흐름에 주니퍼가 먼저 몸을 던졌고,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적어도 주니퍼의 OCP 스위치 발표는 시스코를 포함한 여타의 네트워크 솔루션 전문업체들에게는 큰 메시지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주니퍼는 당장 내년 1분기부터 이 스위치를 시장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이를 계기로 좀 더 많은 OCP 스위치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 가운데서 고객들이 옥석을 가려내어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의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네트워크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찾아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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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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