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를 위한 레이스가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국내 통신사들이 최근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에 일제히 4G 기술 검토에 들어갔거든요.
통신사들은 빠르게는 5월 말, 늦게는 7월 중순부터 기술 검토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출발을 알리는 RFI(Request For Information, 정보제공요청서)를 통신장비 공급업체에 발송한 것이죠.
RFI는 통신사가 “새로운 기술(여기서는 LTE)을 도입하려고 한다. 그래서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요청서)를 내려고 하는데, 당신네가 생각하는 LTE의 모습은 어떤 거냐? 망은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좋으며, 어떤 성능과 기능이 구현돼야 한다고 보냐?” 하는 점들을 묻고, 각 공급업체의 생각을 들어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통신장비 공급업체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밝힌 답변서를 보내면, 통신사가 이 답변서들을 토대로 통신사 나름의 망 디자인, 성능, 기능 등을 고민해 다시 통신장비 공급업체에 제안하는 것이 RFP입니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것은 LG유플러스입니다. 5월 말에 LTE와 관련된 RFI가 나왔고, 6월 초순에 이미 답변서를 받아갔다고 합니다. 사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2G, 3G, 4G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이른바 ‘4G 레디(ready)’ 장비를 일부 지역에 도입하면서부터 테스트를 계속하는 중입니다. 3G 네트워크가 없기에 그만큼 4G에 목마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죠.
KT는 LG보다 조금 늦은 6월 중순에 LTE RFI가 나왔습니다. 답변서는 6월 말에 제출이 됐고요. KT는 지난해 스웨덴의 에릭슨과 협약을 맺은 뒤 일산 지역에서 HAPA+ 기술을 필드 테스트까지 마친 바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가장 시작이 늦었던 것은 SK텔레콤입니다. LG유플러스(850MHz), KT(900MHz)와 달리 아직 LTE 주파수를 선택하지 않은 SK텔레콤은 7월 중순에 RFI가 나왔는데, 7월 말까지 답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텔레콤은 특정 통신장비 공급업체와 LTE 기술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정도의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어쨌든 여러 장벽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들이 대놓고 LTE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눈치를 보며 되도록이면 LTE라는 얘기를 입 밖에 꺼내려 하지 않았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 14일 늘어나는 고속데이터 수요에 대응하고자 LTE 서비스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11년에는 서울 지역에서 LTE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운명의 6개월, 연말에 공급권 판가름 날듯
통신장비 업계로서는 앞으로 6개월이 향후 3~4년을 좌우하게 될 전망입니다. 내년 7월 LTE 주파수 배정이 마무리되므로, 통신사들이 올해 연말까지는 같이 갈 장비 공급업체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죠.
통신사의 대규모 사업에서 RFI가 나온 뒤 통상 8개월 정도면 장비 공급업체가 결정되는 것에 비추어 봐도 대략 연말 즈음이 장비를 결정하는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LG유플러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KT, SK텔레콤도 공급업체 선정 시기는 비슷하게 맞추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이동통신장비 공급업체들은 세 통신사 공히 8월 말 경에 RFP가 나올 것으로 보는 분위기입니다. RFP가 나와서 공급업체들이 제안을 하면, 그 제안한 내용이 통신사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같은 그림이었는지를 비교해보는 ‘디자인 리뷰’를 거쳐 공급업체가 최종 선정됩니다.
‘디자인 리뷰’를 거치고 나면 일부 공급업체를 추려서 추가 개발 작업 및 테스트를 거친 뒤 공급업체를 최종 결정하게 되는데, 사실 디자인 리뷰를 통과하면 큰 변수가 없는 한 통신사가 장비를 사겠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버라이존의 LTE 서비스 계획)
통신사들의 RFI가 나오고 디자인 리뷰를 통과하기까지 걸리는 몇 달의 시간은 앞으로 통신장비 공급업체들이 몇 년 간 안정된 매출을 보장받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노키아-지멘스 네트웍스, 삼성전자, 알카텔-루슨트, LG-에릭슨, 화웨이 이들 5개 회사가 과연 시장을 얼마나 나누어 가지게 될지, 3G 네트워크 구축 때와 달리 어떤 공급업체가 새롭게 부상할지 등 공급업체들 간의 경쟁을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혹시 이 와중에 정부가 와이브로를 위해 어떤 새로운 정책을 내놓게 되지는 않을까요?
어쨌든 앞으로 몇 달은 여러 모로 흥미진진한 시간이 되겠네요.
<사람중심 김재철>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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