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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서비스 플랫폼(IMS)

IT in ‘나는 가수다’

【사람중심】올해 IT 분야에서 가장 큰 관심사가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2009년 가상화 열기를 이어받아 IT 산업에서 지난해와 올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4월 이후 IT 기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일까요? 우선 농협 사태를 들 수 있겠습니다. 전례가 없는 보안사고였던 데다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웃지 못 할 결말을 남겼으니까요. 하지만 농협 사태는 금융 IT 및 정보보안 담당 기자들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는 주제입니다.

그렇다면 전체 IT 기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이었을까요?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기자들이 모여서 가장 많이 하는 얘기는 ‘나는 가수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는 가수다’는 기자들뿐만 아니라, 취재원들과도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누는 주제입니다.

인터넷 실시간 방송으로 '나가수'를

이런 ‘나는 가수다’가 얼마 전 인터넷 비디오 시장의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잠시의 휴식기를 가진 이 프로그램이 PD를 교체하고 새로운 가수들을 영입, 방송 재개(5월 1일)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기존에 ‘나는 가수다’가 아니더라도 인기가 있는 방송 프로그램들은 늘 인터넷에서 비디오 서비스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해당 동영상 콘텐츠를 서버에 저장해놓고 서비스하는 VOD(Video On Demand) 방식이죠. 하지만, 5월 1일 방송 재개를 앞두고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바로 ‘실시간 스트리밍’이었습니다.

이미 방송된 내용을 저장했다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TV에서 실시간 방송되는 내용을 그대로 스트리밍하는 것이다 보니 기존 VOD 스트리밍과는 준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VOD 다운로드 방식은 8Mbps 정도의 속도로 서비스가 되는데, 비해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는 1Mbps도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bps 수치가 올라가면 갈수록 그 안에 싣는 데이터 양이 많아지는데, 실시간 스트리밍에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실어 보낼 경우 품질을 보장하기가 힘든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모 사이트에서 5월 1일의 ‘나는 가수다’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TV 앞에 앉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인터넷에서 ‘나는 가수다’를 방영하기로 한 것이죠.

스트리밍 전문 벤처 + 클라우드 서비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실시간 스트리밍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끝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습니다. 비디오 서비스 시스템이 매우 복잡한데다, 네트워크에도 적잖은 부담을 줄 수밖에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이 업체는 IT 분야의 여러 기술을 가진 업체들과의 조합으로 ‘나는 가수다’ 실시간 스트리밍을 준비했습니다. 자사 웹사이트에서는 콘텐츠 링크만 제공하고, 서버·스토리지와 네트워크 같은 인프라는 모 통신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잠시 빌려 쓴 만큼만 돈을 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트리밍 기술은 그리드 CDN(Contents Delivery Network) 기술을 가진 국내 모 벤처기업에게 지원을 받았습니다.

짧은 시간에 고도의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최적의 상태로 세팅하기에 적절한 대응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의 실제 용례를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콘텐츠 공급업체 쪽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방송 날짜를 앞두고 서비스를 준비하다 보니 기술 공급업체들과 실시간 스트리밍 환경을 준비하면서 미처 계약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따르다 보면 시간이 흘러가 버리니 일단 실무부터 먼저 시작한 것이죠.

무산된 실시간 인터넷 방송의 아쉬움

하지만, 이처럼 공을 들인 작전은 결국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 때문에 실시간 방송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현재 방송 다음날 오전부터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실시간 스트리밍도 아니거니와 이미 본 방송이 나간 뒤라 접속자가 아주 많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나는 가수다’ 시즌2의 시작이 본 방송과 함께 인터넷에서도 실시간 서비스되었다면 국내 콘텐츠 전송 기술의 성과나 과제를 확인해 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콘텐츠 전송 분야에는 세계 시장에서 주목하는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잘 알져지지 않은 회사들이 해외의 선도적인 서비스에 참여해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텔레콤이 2009년 진행했던 세계 최초의 3-스크린 플레이 서비스(국내에서는 N-스크린 서비스라고 부릅니다)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여기에 우리 벤처기업의 콘텐츠 전송 기술이 채택됐습니다. 세계 최고의 기술로 인정을 받은 것이죠.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서비스를 도입해 짧은 기간 많은 트래픽이 예상되는 서비스를 해결했다면 그 또한 좋은 사례가 됐을 것입니다.

동영상 서비스 확산…CDN기술 발전을 기대한다

비디오 스트리밍 기술은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기술입니다. 동영상 서비스의 경우, 안정된 전송 품질과 화질이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인터넷에서 서비스하는 뮤직비디오 한편을 볼 경우 HD 서비스(6Mbps/240MB)가 1,500원, full HD 서비스(8Mbps/300MB)는 2,000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용자가 full HD 영상을 본다고 하네요. 좋은 화질의 서비스를 한번 접하게 되면 그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서비스에는 눈길이 가지 않는 것이죠. 이러다 보니 예전에는 뮤직비디오를 앨범 홍보용으로 생각했던 음반기획사들이 최근에는 새로운 수익모델로 생각해 뮤직비디오 제작에 더욱 공을 들인다고 합니다.

고객이 이처럼 고화질 서비스를 원하게 되면 콘텐츠가 고화질로 제작되었는지 만큼이나 그 콘텐츠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서비스하느냐가 중요해집니다. CSP(Contents Service Provider)들이 콘텐츠 전송 기술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CDN이라는 영역은 오래 전부터 형성된 시장으로 많은 공급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고, 여기에 최근에는 통신사들까지 발을 들여놓으면서 전문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영상 서비스의 확산은 CDN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되는 동시에, 전문업체들 가운데 옥석을 가려내는 계기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동영상 서비스는 다른 콘텐츠 서비스와 비교해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사용이 훨씬 많습니다. 방송의 특성을 갖고 있어 특별한 이벤트에 실시간성이 요구될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기간의 특정 이벤트를 위해 여유분의 시스템과 네트워크 여유분을 보유한다는 것은 투자 효율이 떨어지니까요.

한 CDN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나는 가수다 실시간 스트리밍이 준비되면서 콘텐츠 전송 기술과 시스템·네트워크를 구성했던 방식이 올해부터는 멀티미디어 서비스 분야에서 굉장히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스트리밍 기술의 발전도 예상됩니다.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최대한 방송과 비슷한 품질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동영상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실시간 스트리밍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겁니다. 고속으로 영상을 스트리밍하면서 QoS(Quality of Service)를 잘 하고, 최대한 버퍼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하는군요.

그 동안 별다른 이슈 없이 주로 가격 경쟁에 치중했던 콘텐츠 전송 기술 시장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의 확산과 맞물려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길 기대해 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