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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통신서비스 안정성 높이는 ‘백조의 물장구’


출처 :SK그룹 블로그

[사람중심] 통신강국, 초고속 인터넷 1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지만, 통신 서비스 품질이 늘 만족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서울 모 지역에서 A 통신사의 이동전화 서비스가 3시간 동안 장애를 겪었다’거나, ‘부산 모 지역의 몇천 가구에서 B 통신사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접속이 불안정했다’는 뉴스는 잊을만 하면 한번씩 들려옵니다. 아마 이용자들이 모르고 지나가거나, 언론에 포착되지 않은 장애들까지 더하면 장애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는 조금 더 빈번할 겁니다.


장애가 나서 네트워크가 불통이 되거나, 접속이 불안정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 가운데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장비가 너무 낡기 전에 최신 장비로 바꾸고, 시스템 과부하와 보안 점검 등을 꼼꼼히 한다고 해도 100% 완벽할 수는 없겠죠.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통신장비 공급업체가 인증기관의 테스트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서비스 장애나 불안의 요인을 최대한 제거할 수는 있습니다. 바로 ‘사전 테스트’입니다. 이런 저런 경우를 가정해서 테스트를 해서 안정성에 의구심이 드는 경우(특정한 서비스 이용 환경이나 애플리케이션 사용 등)가 체크되면 미리 그 문제를 해결해서 미래에 일어날 지도 모르는 장애를 원천봉쇄하는 것입니다.


‘당연한 소리를 하고 않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사전 테스트라는 것이 매우 여러 방식이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장비 공급업체가 인증기관에서 진행하는 테스트입니다. 그리고 통신장비를 도입한 통신사 측에서도 테스트를 합니다. 통신 단말을 만드는 기업들도 여러 통신장비와의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그런데도 예고 없는 서비스 장애가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인증기관에서 진행되는 테스트는 성능의 최소 기준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웬만큼 쓸만합니다’는 정도의 수준을 보기 위한 테스트라는 것이죠. 하긴, 인증기관 입장에서 ‘100% 보장하니까 믿고 쓰세요’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전문 테스트 솔루션을 쓰거나, 통신사가 직접 기준을 만들어 테스트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 둘 가운데서는 전문 테스트 솔루션을 쓰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입니다. 전세계 수많은 통신사, 단말제조사에 도입돼 온갖 테스트를 다 해본 솔루션을 이용하면 그 만큼 많은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지난 주, 통신장비 테스트 분야의 세계 1위(시장점유율이 80%라는군요) 기업인 스파이런트커뮤니케이션즈가 국내에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스파이런트 관계자들을 만나 최근 이슈가 되는 LTE 및 보안 분야와 관련된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선 전세계 통신사들이 LTE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부터 모바일 통신 분야에서 전문 솔루션을 이용한 사전 테스트의 중요성이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은 컴퓨터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발전했고, 데이터 트래픽은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특히 LTE 환경에서는 대역폭이 넓어진 만큼 이전보다 훨씬 용량이 큰 앱과 서비스가 이용되기 때문입니다. 변화된 환경에서 서비스가 단말기 배터리 사용시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세밀하게 테스트돼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테스트가 이동통신 서비스의 각 단계에 맞게 진행돼야 합니다. 사용자 -모바일 백홀-EPC(Evolved Packet Core, 4G망의 중심)-IP 코어-인터넷-데이터센터에 이르기까 각 단계의 서비스 쟁점이 다르기 때문이죠.

통신사의 가장 큰 이슈가 ‘서비스 대역폭’이라면, 기업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보안’입니다. 따라서 보안 장비도 다양한 경우를 가정해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야 이상징후를 미리 발견할 수 있고, 이전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공격이 등장하더라도 최대한 효과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된다고 합니다.


스파이런트는 테스트 장비의 핵심 경쟁력을 ‘실제 환경과 같은 가상 환경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서 테스트할 수 있는가?’하는 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진 스파이런트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사장은 “모바일 서비스나 보안과 관련해서는 워낙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통신사나 기업들이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해보기를 원한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실제 상황과 같은 환경을 구성해 테스트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파이런트가 통신 분야 테스트 장비 업계에서 80%의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가장 다양한 테스트 환경을 ‘시뮬레이션(simulation)’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십만, 수백만 이용자가 동시에 모바일 네트워크에 접속한 상황을 구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군요.


스파이런트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장점은 ‘에뮬레이션(emulation)’입니다. 한 대의 단말에서 여러 기지국에 접속을 해서 테스트를 할 수도 있고, 하나의 단말을 여러 사용자인 것처럼 설정해서 테스트를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데이터를 가지고 그 상황을 정확히 재현해 내는 것도 스파이런트가 자랑으로 내세우는 부분입니다. 장진 부사장은 “재현해 낸 시나리오를 랩에서 구현해 보면 반드시 동일한 장애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이 밖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한 대의 장비에서 통합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고 말했습니다.


오른쪽 그림은 스파이런트 홈페이지에 받은 것입니다. 빙산이 바다 위에 안정감 있게 떠 있을 수 있는 것은 물 밖에 보이는 것보다 물 아래 몸을 숨기고 있는, 훨씬 큰 뿌리 때문이라는 뜻일까요? 빙산은 수면 아래에 전체의 8/9이 있다고 합니다.


통신 서비스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 즉 그것의 품질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 들어가는 노력이 크면 클수록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속도, 앱 등)의 만족도가 커지겠지요. 마치 백조가 호수 위에서 우아하게 떠다니기 위해서 물 아래에서는 엄청나게 물장구를 쳐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통신 인프라에 투자되는 규모에 비해서는 테스트와 관련된 투자가 적다고 합니다. 그래서 통신사 보다는 삼성전자와 같은 단말 제조사가 더 큰 고객이라는군요. 스마트폰 보급이 급증한 뒤 서비스 불통 뉴스도 간간히 나오고, 특히 LTE는 서비스 품질 논란도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니, ‘LTE 전국망 완료’니 하는 홍보에 열의를 보이는 것만큼 서비스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투자에도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백조의 물장구 같은 노력이 없이는 아무리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TV 광고로 도배를 한다고 한들, 소비자는 그 서비스가 아름다운 춤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될 테니까요.


아래는 장진 스파이런트 아태 지역 총괄 부사장과의 일문일답입니다.


- 전용 테스트 장비의 가치는 어떤 것인가?

“통신사나 단말 제조사도 많은 경험을 갖고 있지만, 모든 상황을 다 예측해서 테스트를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문 업체는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테스트를 한 경험이 있기에 더욱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다. 서비스 안정성을 높이고, 문제점을 조기에 개선하기 위해 전문 테스트 장비를 써야 되는 이유다. 서비스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 장비 제조사가 테스트를 하는데, 통신사가 따로 해야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장비 제조사가 하는 테스트는 표준 시험이다. 성능의 최소 기준을 검증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통신사는 성능이 아니라, 서비스를 검증해야 된다. 다수의 사용자가 접속했을 때도 서비스가 잘 되는지, 기지국 간에 로밍은 잘 되는지, 여러 장비를 연동하고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혼용했을 때도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된다.”


- LTE에서 테스트가 더 중요해지를 설명해 달라.

“ LTE는 3G 보다 유연하다. 2G, 3G 애플리케이션들과 연동해서 사용하는 환경을 다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코어가 이전보다 훨씬 커져야 한다. 데이터 서비스에 훨씬 많은 사용자가 접속해서 훨씬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을 이용하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많이 생길 수도 있다. 당연히 테스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 스파이런트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테스트를 했다고 들었다.

“지난 3월에 주니퍼네트웍스와 함께 한 테스트였다. 3G와 LTE 애플리케이션들을 테스트할 수 있는 스파이런트 장비를 주니퍼의 Q패브릭 스위치에 연결해서 10G 1,536포트 테스트를 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네트워크 장비 테스트였다.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규모였다. 그만큼 많은 서비스 트래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는 어떤가?

“한국은 LTE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어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신 분야에서 선진기술을 워낙 빨리 도입하기 때문에 안정화를 위해서는 테스트가 더욱 중요하다. 한국은 시장 규모에 비해 테스트에 투자를 적게 하는 편인데, 서비스 안정성을 높이려면 테스트에 더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