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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변화의 시스코 그리고 ‘코리아 3.0’

【사람중심】 시스코시스템즈의 ‘코리아 3.0’ 전략은 과연 국내 시장에서 시스코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인가?

시스코의 ‘코리아 3.0’ 전략에 업계의 관심이 높습니다. ‘코리아 3.0’은 한국에서 시스코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본사가 가진 역량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업의 규모는 물론, 질적인 측면에서도 한 단계 도약을 이루어내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코리아 3.0’은 2014년까지 매출을 지금의 2.5배 가까이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본사의 마케팅과 기술, 자금 등이 대대적으로 지원되는데, 이미 아시아 지역에서는 호주와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 본사 부회장 방한, 한국 상황 점검

이와 관련해 시스코는 지난 12일 본사 영업을 총괄하는 로버트 로이드 부회장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코리아 3.0’과 관련해 정부기관, 통신사업자, 대기업과 파트너십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방한이라는군요.

그는 “한국은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워크, 협업, 비디오 등 시스코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는 시스코가 가진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파트너십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로이드 부회장은 이번 방한 기간 중 한국지사로부터 ‘코리아 3.0’과 관련한 업데이트도 들었다고 합니다. 아마 시스코 한국지사가 ‘코리아 3.0’이라는 기치 아래 어떤 중기 전략을 실행할 지, 어떤 방법론들을 고민하는지 듣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사실 시스코코리아는 오는 8월 ‘코리아 3.0’ 전략이 가동되는 것에 대비해 지난 2월 워크숍도 진행했습니다. 팀장급 이상이 참가한 이 워크숍에서는 ‘코리아 3.0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놓고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다고 합니다.

국내 솔루션 기업의 인수 및 제휴를 강화하는 방안, 400억원 규모의 시스코 캐피탈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으며,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한 영업조직을 만드는 것은 어떤가 하는 의견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됐다는 것이 시스코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시스코코리아 복도에  ‘코리아 3.0’과 관련된 포스터, 티셔츠 등이 걸려 있습니다.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 목표는 ‘2014년까지 매출 2.5배 성장’

한국 시장의 요구를 전달하는 체계를 강화하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합니다. 기존에는 각 영업부서가 개별적인 요구를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본사에서 한국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만큼 한국 시장과 관련된 문제를 본사와 논의하는 전담 조직을 만들자는 것이죠. 본사와 시장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이 만들어진다면 그건 본사의 어떤 지원보다 의미 있는 변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시스코코리아 모 직원은 “2014년까지 매출을 현재의 약 2.5배나 끌어올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하지만 시장이 잠기 침체 국면인 만큼 본사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하니, 기대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직원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매출이 부진을 겪으면 아무래도 지원이 약하기 마련인데, 본사가 마음먹고 지원을 하겠다니까 일단 제대로 영업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본사의 지원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특히 ‘결과에 상응하는 지원’이 아니라, 일단 지원을 적극적으로 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로버트 로이드 부회장은 “투자의 규모는 한국 팀이 계획을 얼마나 잘 실행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벤처 투자 펀드, 송도 U-시티 관련 투자 등 시스코가 이미 한국에 투자한 것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외국계 기업 ‘고위층’의 발언은 늘 애매모호하군요.

하지만,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새롭고 흥미로운 파트너십들도 시작하면서 한국 시장에서의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는 말에서 시스코 과연 어떤 방식의 새로운 시도를 펼쳐 기존 네트워크 사업의 틀을 벗어날 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 스위치·라우터 공급업체? “낡은 시각”

지난주 존 챔버스 회장이 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최근 약간의 침체기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혁신을 다짐하면서 “기존에 핵심 가치로 삼았던 사업들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와 관련해 로이드 부회장은 ‘스위치&라우터, 협업,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비디오, 아키텍처’를 5대 핵심 가치로 소개했습니다. “5대 영역에 시스코의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사업의 실행 속도를 높여 성공을 거두겠다는 의지다. 이에 맞춰 앞으로 각 분야별로 시장에서의 위치를 재고하는 활발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아키텍처라는 것은 단순히 네트워크 장비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UC 아키텍처, 데이터센터 아키텍처 등 중요한 사업 영역을 포괄하는 엔드-투-엔드를 아키텍처로 제공한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경쟁사들은 “시스코가 네트워크 본류에서 멀어졌다. 여러 회사를 마구잡이로 인수해 문어발식으로 사업 영역만 확대했다”고 지적합니다. 이것이 최근 위기의 이유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스코는 “우리를 더 이상 스위치/라우터 공급업체로 보지 말라”고 말합니다. ‘본심을 잃었다’거나,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지적은 시스코를 과거의 틀 안에 가두어 놓은 채 평가하는 낡은 시각이라는 것입니다.

시스코코리아는 ‘코리아 3.0’을 계기로 영업과 마케팅에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5대 핵심 영역에 전력을 집중하기 위한 조직 변화도 예상됩니다. 이 새로운 전략이 시장에서 ‘시스코는 위기다’고 얘기하는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을까요? 올해 네트워크 분야에서 가장 귀추가 주목되는 움직임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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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