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SDN 시대 주니퍼의 생존법...고객에게 배우고, R&D는 과감하게!


[사람중심] 클라우드 컴퓨팅, 가상화, 사물인터넷, 소프트웨어정의(SDx)……. IT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시대입니다. 특정 기업과 하드웨어 편중 현상이 약해지고, 소프트웨어 기반 IT의 중요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기업이 직접 만든 하드웨어가 각 분야 유명 벤더의 하드웨어 보다 더 주목받기도 합니다. 일부 벤더들은 ‘구글형 데이터센터 시스템’, ‘아마존형 IaaS 플랫폼’을 자사의 차별 요소로 공공연하게 강조하기까지 합니다.

데이터센터용 하드웨어 가운데서도 일찌감치 가상화 기술, 클라우드 방식을 받아들였던 서버·스토리지와 달리 네트워크는 아직도 혼란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과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는 아직도 검토 단계이고, 오픈소스 기반의 스위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의문부호가 있는 상황입니다.


데이터 네트워킹 분야 부동의 1위 시스코시스템즈가 SDN 분야에서도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아키텍처와 플랫폼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여타 벤더들은 SDN과 기존 방식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이 적지 않습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여전히 시스코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고, SDN으로는 다른 벤더와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 벤더들의 이 같은 고민과 관련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기업은 아마 주니퍼네트웍스일 겁니다. 주니퍼는 시스코만큼 절대강자는 아니지만, 시스코에 대항할만한 유일한 벤더로 평가받기도 하고, 여타 경쟁사들과는 남다른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치는 한편으로 보면 “기술력은 있지만, 시스코만큼 여유를 부릴 수도 없는” 위치이기도 합니다. 시스코처럼 자신들을 중심으로 시장의 질서를 만들 수 없기에 시장에 자신들을 오픈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독자적인 기술 영역을 계속 구축해야 하는 것입니다. 


주니퍼가 네트워크OS JUNOS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단순화’와 ‘SW 플랫폼’을 내세운 ‘뉴네트워크 전략’을 수립한 것이나, 업계 최초로 네트워크 장비의 콘트롤 플레인과 포워딩 플레인을 분리한 것이나, 대용량 네트워크를 더욱 단순하고 경제적으로 구성·이용할 수 있는 메타패브릭 아키텍처를 내놓은 것도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주니퍼 “역사상 가장 강력한 솔루션 보유”

지난 9일 열린 ‘2015 주니퍼네트웍스 솔루션데이’에서 그 어느 때보다 네트워크 업계가 빠른 변화를 맞이한 시대에 주니퍼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최근 동향을 전체적으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주니퍼 아태지역의 러셀 스킹슬리 엔지니어링 및 COE(Center of Expertise) 부사장은 “네트워크 산업 전반에 매우 많은 변화가 일어나면서 고객들이 ‘소프트웨어 회사들처럼 전략을 바꾸라’는 고객의 요구가 있다.”면서, “고객의 이야기에서 방향을 찾는 것, 범용 실리콘과 커스텀 실리콘을 차별화하는 것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니퍼는 이번 행사에서 자사 솔루션의 여섯가지 과제(영역)를 소개했습니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메타패브릭 기술을 좀 더 공개되고, 운영을 쉽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서비스프로바이더(SP) 에지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원하는 서비스를 쉽고 강력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SP들과 NFV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 나가고 있다. ▲SP 코어 분야에서는 콘트롤-포워딩 플레인 분리 기술 기반으로 슬롯당 3TB 처리량을 구현했습니다. 이 분야에서 경쟁사들은 아직 최대 1TB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액세스&애그리게이션 분야에서는 IT 산업이 all-IP로 흘러가면서 IP로부터 출발한 주니퍼의 강점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스킹슬리 부사장은 “지금이 주니퍼 역사에서 가장 솔루션이 강력한 시기다. 가장 빠른 코어 라우터, 가장 빠른 코어 이더넷 스위치, 가장 빠른 방화벽은 경쟁사들을 멀찍이 앞서 있다. 이처럼 강력한 솔루션은 SDN 등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와 밀접하게 연계가 되어 있는 부분이다.”고 설명했습니다.


“100Gbps 이상 네트워크에서는 독자개발 칩이 대안”

이번 솔루션데이 행사에서 주니퍼는 커스텀 실리콘(독자개발 칩)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 부분에서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시장에서 x86서버 같은 범용 하드웨어의 비중이 커지고, 네트워크 기능 역시 NFV 같은 방식으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에서 고성능 실리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이러한 물음에 주니퍼는 확고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주니퍼의 설명에 따르면 x86 시스템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독자개발 칩의 요구가 높아지는 교차점이 100Gbps라고 합니다. 100G 네트워크 부터는 x86 기반의 장비가 성능을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100Gbps 이상의 쓰루풋과 안정성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네트워크 전문벤더가 독자개발한 칩이 훨씬 매력적인 대안.”이라는 것이 주니퍼의 설명입니다. 


스킹슬리 부사장은 “100G 미만 네트워크에서는 x86 기반 시스템이 꾸준히 시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x86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성능이 업그레이드될 것이고 그에 따라 네트워크 속도도 조금 더 빨라지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의 네트워크 요구도 높아질 것이기에 여전히 실리콘 칩의 가치는 크다.”면서, “100Gbps 교차점에서 고객이 목적성(성능)으로 가든, 경제성(비용)으로 가든 주니퍼는 모두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웹스케일 기업들과 SDN 협력...교훈 얻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진 것은 뭐니뭐니 해도 SDN과 관련된 분야였습니다. 주니퍼는 VM웨어와 가상화 네트워킹 분야에서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오픈컴퓨프로젝트(OCP) 기반의 스위치를 가장 먼저 출시한 네트워크 벤더이기도 합니다. 


주니퍼의 스캇 스네든 SDN 및 가상화 분야 CoE 이사는 “페이스북, 아마존 등 웹2.0 트렌드에서 움직이는 웹스케일 기업들의 네트워크 전략이 가장 흥미롭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주니퍼는 이런 기업들과 어드밴스트 라우팅, MPLS 네트워킹 등 데이터센터 에지 분야에서 많은 협력을 하고 있는데, 함께 작업을 하면서 적지 않은 교훈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스네든 이사는 “웹스케일 기업들로부터 교훈을 얻어와서 시장에 전할 수 있는 메시지는 세 가지인데, ▲단순화 ▲자동화 ▲가상화가 그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데이터센터 아키텍처를 ‘단순화’하면 물리적 컴포넌트를 빌딩블록화해서 재사용할 수 있고, 아키텍처를 표준화하면 네트워크 구성 ‘자동화’의 수준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으며, 단순화·자동화가 준비되면 네트워크 ‘가상화·운영자동화’가 가능해져 본격적인 SDN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SDN, NFV에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IoT 같은 분야는 장밋빛 미래를 쏟아낼 수 있다. 그렇지만 SDN·NFV는 하이퍼사이클의 최정점에서 떨어지고 있는 단계다. 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기술이 의미가 없거나 한계가 노출됐다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실제로 테스트하거나 매우 깊숙이 검토해보는 단계라는 의미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연말부터는 이 과정을 지나서 SDN·NFV가 본격 적용되고, 가치가 평가되기 시작할 것이라는군요.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에서 주니퍼의 목표는 엔드투엔드를 다 커버해서 네트워크를 좀 더 쉽게 구축하고, 쉽게 운영·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스네든 이사는 “SDN의 기본 사상은 과거에 서버·네트워크에 몇 달, 몇 주가 걸리던 시간을 대폭 단축하자는 것이다. 지금 가상 서버를 매우 간단히 구축하는 것처럼 네트워크 구축도 민첩하게 바꿀 수 있다”면서, “주니퍼와 VM웨어가 협력해 SDN을 구축한 사례가 많이 생겼다.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좀 더 즐기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데 주니퍼의 기술과 솔루션, VM웨어와의 협력이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매출의 20% R&D 투자...“고객의 고민에서 다시 출발한다”

주니퍼는 연간 5조 정도의 매출 가운데 20%를 R&D에 투자한다고 합니다. 기술 투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IT 업계에서도 그 비중이 꽤 높은 편인데, 한국주니퍼네트웍스 채기병 사장은 “시장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평균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R&D 투자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그 대답은 ‘고객’이었습니다. “어떤 영역에 어떻게 투자할 지 그 소스는 고객들로 부터 얻는다. 앞으로 트래픽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 같다거나, 서비스의 트렌드가 어떻게 바뀔 것 같다거나, 이런 부분의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고객의 얘기들이 주니퍼의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단초가 된다.”

관련 기사 - 주니퍼, '오픈컴퓨트프로젝트 스위치' 발표

                  VM웨어의 네트워크 가상화..."파트너는 주니퍼"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