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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HP-시스코, 날카로워지는 대립각

【사람중심】 시스코시스템즈(www.cisco.com)와 등을 돌린 HP가 전방위로 시스코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한국HP(www.hp.com)는 6일, 한국 알카텔-루슨트와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위한 ‘파트너십 데이(Alcatel-Lucent & HP Partnership Day)’ 행사를 가졌습니다.

알카텔-루슨트(www.alcatel-lucent.com) 아태지역 제휴 부문 크랙 스미스 부사장, HP 아시아태평양 지역 얼라이언스 담당 필립 소트웰 이사, 한국 알카텔-루슨트 신원열 사장, 한국HP 함기호 부사장 등 주요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 행사에서 두 회사는 한국 시장에서의 협력 가능한 사업 부문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협력 증진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이번 회동은 지난해 HP와 알카텔-루슨트가 통신사업자 및 기업 고객의 ‘엔드-투-엔드 변혁(transformation)’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공동으로 공급하자는 데 뜻을 함께하고 글로벌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뒤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서로 협력하겠다고 선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내놓은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HP와 알카텔-루슨트는 올해 5월, UC&C(통합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 환경 구축 및 운영 지원 솔루션 부문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제휴를 바탕으로 기업이 보다 효율적으로 UC&C 환경을 구축·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이번 ‘파트너십 데이’에서 나온 구체적인 내용은 UC&C 분야에서 알카텔-루슨트의 솔루션과 HP의 서비스를 결합해 미디어 종류나 사용자 위치에 관계없이 UC&C 환경을 구현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알카텔의 오픈IP 텔레포니 아키텍처, 고객센터 솔루션 세계 1위 제네시스의 솔루션, HP의 UC&C 컨설팅 서비스 등을 결합해 고객의 전략 수립 및 기획 단계부터 교육, 디자인, 실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접근 방식으로 차별화를 할 게획이라고 합니다.

한국HP 영업 총괄 함기호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양사의 결합 포트폴리오는 통합적이고 개방된 서비스 방식을 원하는 기업 고객에게 고가용성의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접점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알카텔-루슨트 EMG 사업부 김광직 전무도 “양사는 기존 기술의 결합은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반적 통합 계획 등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솔루션에 공통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긴밀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효과적인 UC&C 환경을 구현해 기업 고객의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사업 계획을 밝혔습니다.

어쨌든 이번 발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HP는 시스코와 점점 더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MS와 공동 R&D를 포함한 사업 제휴를 하기로 한 것이 그 시발점이었습니다. 데이터센터용 통합 컴퓨팅 시스템(UCS)를 발표해 사실상 독자적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에 뛰어든 시스코에 대응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입니다.

알카텔-루슨트와 협력키로 한 UC&C 분야 역시 시스코의 핵심 사업 중 핵심 사업입니다. IP 네트워크 인프라에서부터 다양한 UC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제품군을 보유한 시스코에 대응해 알카텔-루슨트의 솔루션에 자사의 컨설팅 역량을 결합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입니다. HP가 보유한 컨설팅 역량과 고객 기반은 시스코가 UC 사업을 확장하는 데 분명 껄끄러운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HP는 7일에도 ‘Change the rules of Networking’이라는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쓰리콤을 통합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HPN(HP Networking) 조직의 제품 및 파트너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행사의 슬로건인 ‘Change the rules of Networking’은 시스코 중심의 IP 네트워크 시장을 HP 중심으로 돌려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HP는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차세대 무선네트워크(WiFi) 전문업체 콜루브리스를 인수할 때도 “우리의 목표는 시스코를 잡는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HP의 선언은 ‘그냥 해보는 소리’ 즈음으로 여겨졌지만, 이후 쓰리콤과 Q로직 등 일련의 네트워크 전문업체를 인수하면서 허언이 아님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시스코 역시 UCS를 발표한 이후 EMC, VM웨어와의 연대를 강화해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완전히 독자 행보를 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IBM과는 파트너이지만, HP는 적이다’고 규정하고 있다 합니다.

시스코가 가상화와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의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분야에서 새로운 아키텍처를 만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에 대응해 가상화 스위칭과 관련한 IEEE 표준을 만들고자 VEPA(Virtual Ethernet Port Aggregator) 워킹그룹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VEPA 워킹그룹을 이끌고 있는 회사가 바로 HP입니다.

오랜 기간 끈끈하게 이어져 왔던 동반자 관계를 뒤로 하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두 회사가 시장에서 제대로 격돌할 시기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웃게 될까요? 또, 두 회사는 다시 화해하기 힘들어진 걸까요?

<사람중심 김재철>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