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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컴퓨팅/클라우드

KT 클라우드…목동이냐 목천이냐

【사람중심】 수익성이 꾸준히 낮아지고, 그에 반해 운영 비용은 꾸준히 늘면서 주름이 깊어만 가는 통신사들에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는 기존의 고민을 해결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줄 것으로 주목을 받는 아이템입니다.

탄탄한 네트워크 인프라와 유무선을 포괄하는 서비스, 풍부한 사용자 기반을 가진 통신사는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력에서 IT 서비스 전문업체나, 인터넷 서비스 전문업체와 비교해 분명히 유리한 입지를 가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해외 통신사들보다 한발 늦은 감은 있지만, 국내 통신사들도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이고자 발빠르게 뛰고 있는데요, 최근 KT의 움직임이 흥미롭습니다. 이유인즉슨, KT 안에서 두 개의 조직이 클라우드 서비스 적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KT는 ‘목동 IDC’로 대표되는 국내 최대의 데이터센터 사업자입니다. 따라서, IT 하드웨어 시스템 임대 위주였던 기존의 서비스를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도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이석채 회장 직속 조직이라고 알려져 있는 ‘클라우드추진본부’가 바로 새로운 움직임의 진원지입니다. IT 업계에서 일각에서 “이석채 회장의 ‘우리도 클라우드 해야지’ 하는 한마디 때문에 급조되어 정확한 개념 정립도 없이 유명 외산 장비를 조합해 흉내만 내고 있다”고 비아냥을 하던 그 조직입니다.

그런데, 실상은 좀 다른 모양입니다. 이제 걸음마를 떼고 있는 단계이니 아직 뭐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기존에 KT가 해오던 사업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에 IT 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거든요.

이 클라우드추진본부의 목표는 기존에 KT가 데이터센터를 만들 때 해오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시설의 화려함 보다는 내용 면에서 제대로 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기존 데이터센터와 비교해 10배의 가격 효율, 즉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더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만들겠다는 것이죠.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조직에는 이미 이름만 대면 알만한 세계 유수의 IT 전문업체들이 한번씩 불려갔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제시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솔루션 가격에 추진본부 측이 “그 정도 가격의 솔루션을 도입하면 서비스 비용을 이 정도는 받아야 될텐데, 그 정도 비용을 내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받을만한 고객을 한곳씩 추천해보라”고 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유명 브랜드 제품이라고 해서 무작정 덮어놓고 도입하지는 않겠다는 것이겠죠.

어쨌든 KT 클라우드추진본부는 현재 유명 브랜드 IT 제품들은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대신 실리콘밸리 등지를 뒤져 국내에 브랜드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에게 공급돼 성공 모델을 가진 업체들을 적극 물색 중이라는군요. 그리고 이렇게 물색된 솔루션들은 번거로운 BMT(벤치마크테스트)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시범 적용해보면서 가치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라고 합니다.


KT 클라우드추진본부의 이런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관심 속에 모습을 드러낸 ‘유클라우드 서비스(www.ucloud.com/main.kt)’에 이런 저런 불만(또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 다듬어야 될 부분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KT 클라우드추진본부가 보여주고 있는 행보에서 아직은 ‘숙성’의 맛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KT라는 조직이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건 바로 ‘신선함’이겠죠. 이러한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도 열이면 아홉 "신선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기존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던 쪽에서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니, 둘 중 누가 잘 할지 지켜보는 일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인터넷의 확산은 데이터 트래픽의 급증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은 이처럼 늘어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고 운영·관리에도 더 많은 노력이 들지만, 과거처럼 서비스 비용을 많이 받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종량제 서비스라는 것은 이제 사라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런 고민에 어느 정도 해결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프라 투자는 줄이면서 활용도는 높일 수 있고, 관리도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신선한 시도를 하고 있는 KT가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해봅니다. 다른 통신사들에게도 좋은 롤 모델이 될 것이고,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좋은 IT 인프라·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에 이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까 말입니다.

<사람중심 김재철>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