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LG-에릭슨, ‘한국화’로 ‘세계화’에 도전한다

【사람중심】LG-에릭슨이 출범 1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세계 1위의 통신 시스템 공급업체 에릭슨과 LG전자의 조인트벤처인 LG-에릭슨은 지난해 7월 1일 설립돼 KT에 차세대 3G 인프라를 공급한 것을 비롯해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LTE 장비를 공급업체로 선정됐고, 독자 개발한 FTTH(댁내 광가입자망) 솔루션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사업 첫해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LG-에릭슨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사업을 해나갈지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통신솔루션 사업…국내 리더십 강화, 해외영업 확대

LG-에릭슨이 밝힌 주요 사업 계획은 LTE 분야에서 국내 통신산업을 계속 주도하고, 에릭슨과의 협력을 강화해 해외 시장 공략을 확대하며, 안양연구소에서 글로벌 통신장비 연구개발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통신 분야에서는 통신 3사에 차세대 시스템을 공급한 것을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LTE 상용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지원하는데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입니다. 통신사들이 요구하는 솔루션을 적기에 개발·공급하고, 안정된 네트워크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힘쓸 것이라고 합니다.

기업 통신 분야에서는 국내 IP-PBX 및 키폰 시장 1위를 유지하면서 UC, FMC 등 음성+데이터, 유선+무선의 융합 솔루션을 적극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브로케이드와의 OEM 계약을 기반으로 기업 데이터 네트워크 백본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LG-에릭슨은 기업 통신 솔루션 분야에서도 기술 개발부터 해외 영업까지 모든 과정에서 에릭슨과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재령 사장(사진)은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기존에는 기업 통신 분야의 수출품목이 음성 장비 및 단말기 위주였지만, 앞으로는 중·대형 IP-PBX 및 SMB 데이터 장비로 다변화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릭슨과 협력 강화해 해외 시장 개척

LG-에릭슨과 앞으로 에릭슨 본사와 모든 사업 분야에서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여러 분야에 있어서 제품 공동개발 및 마케팅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LG-에릭슨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기술표준화도 주도하고 있는 FTTH 기술 WDM-PON은 올해 에릭슨의 전세계 채널을 통해 영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기술은 기존의 FTTH 기술인 E-PON, G-PON 기술과 달리 가정 내 PC, TV, 인터넷전화기 등 각각 1Gbps의 통신 품질을 보장할 수 있어 전세계 통신사들의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또, LG-에릭슨이 오래 전부터 개발에 공을 들여온 차세대 무선 광대역 기기 펨토셀(femtocell) 역시 에릭슨의 전세계 채널망을 이용해 이동통신 시스템과 함께 공급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마츠 올슨 에릭슨 수석부사장 겸 LG-에릭슨 이사회 의장(사진)은 “LG-에릭슨과 에릭슨이 R&D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모바일 통신 솔루션 분야 세계 1위인 에릭슨의 입지를 활용, 전세계 180여 에릭슨 채널을 이용해 LG-에릭슨 솔루션을 공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령 사장은 “LG-에릭슨과 에릭슨 사이에 상호보완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다”며, “양사는 이 점을 뚜렷이 인식하고 있고, 어떻게 구체화해 나갈지 활발히 논의하고 있는 만큼 보다 공고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습니다.


안양연구소, 글로벌 연구개발 기지로 육성

LG-에릭슨 안양연구소는 현재 700여 명의 연구인력으로 통신사업자용 유무선 통신장비, 기업용 음성/데이터 통신장비를 개발하고 있으며, 차세대 모바일 광대역 통신 기술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는데, 현재 차세대 제품 공동개발 프로젝트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LTE 분야에서도 한국 R&D센터의 결과물이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적용될 것이라고 합니다. LG-에릭슨은 2G(LG정보통신), 3G(LG-노텔) 이동통신 시스템의 핵심인 교환기를 직접 개발해 공급해왔으며, LTE 분야에서도 교환기는 자체 개발한 장비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에릭슨은 한국의 R&D 강화와 관련해 LTE 컴피턴스 센터(Competence Center:특정 기능에 초점을 맞춘 R&D센터)에 우선 투잘르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연말까지 이 컴피턴스 센터 규모가 3배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하는군요.

마츠 올슨 수석부사장은 “한국 모바일 네트워크 시장 리더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LG-에릭슨 R&D 조직의 경험과 기술력은 에릭슨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있다”며, “LG-에릭슨은 에릭슨의 한 가족으로써 긴밀한 협력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동반 성장을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시장에 통할 필살기 갖추기를


LG-에릭슨은 LG전자가 통신 분야에서 4번째로 외국 기업과 합작한 사례입니다. 1969년 기계식 교환기 사업을 위해 독일 지멘스와 합작해 회사가 처음 만들어졌으며, 10년 뒤인 1979년에는 AT&T와 합작해 전자식 교환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당시 회사 이름은 금성반도체였죠. 2005년 3G 이동통신 분야에서 캐나다의 노텔과 합작해 LG-노텔이라는 조인트벤처가 출범했고, 지난해 LG-에릭슨으로 그 명맥이 이어져 왔습니다.

지멘스, AT&T와의 합작이 앞선 기술을 수급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LG-노텔이나 LG-에릭슨은 조금 양상이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외국 기업들 입장에서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LG라는 브랜드가 필요하기도 했겠지만, 오랫동안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요구에 맞는 시스템·솔루션을 공급해온 기술력과 경험이 필요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 만큼 이제는 단순히 대규모 이동통신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win-win하는 차원을 넘어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는 필살기를 갖춰 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우리나라가 무선통신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시장으로 분류되는 만큼 에릭슨과 손잡고 이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나간다면 좋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전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LTE 분야에서 기술·경험이 축적됐다 하더라도 중국의 에릭슨 R&D센터와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릭슨은 중국의 10개 R&D센터에 4,000여 명의 엔지니어가 일하고 있는데, 전체 결과물의 약 95% 정도가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적용된다고 하네요(에릭슨은 중국 외에도 이미 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 미국, 일본, 독일 등에 연구개발센터가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 마츠 올슨 수석부사장이 “중국은 중국시장에서만 통용되는 독자 기술에 집중하고 있어 상충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1년 만에 현실이 많이 달라진 걸까요? 어쨌든 중국이라는 대상은 LG-에릭슨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도 중요한 도전 과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LG-에릭슨이 통신 분야의 오랜 기술력 및 연구개발 노하우를 살려 에릭슨 글로벌 전략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