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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워크/협업

시스코 UC, 또 한번 변신하다

[사람중심] 번신翻身. ‘물건이나 몸을 한 번에 뒤집음’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마음 따위를 변하게 하여 바꿈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飜身이라고 쓰기도 합니다. 이 용어는 마오쩌뚱이 중국을 개혁하던 시기에 널리 쓰였다고 합니다. 낡은 방식을 혁신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자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스코시스템즈가 최근 협업(collaboration) 분야에서 또 한 번 몸을 뒤집었습니다. ‘재버(jabber)’라는 UC(Unified Communication) 통합 솔루션을 발표한 것입니다. 이번 발표는 웹엑스를 인수해 처음으로 자사 UC와 연동했던 지난 2008년 이후 이루어진,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재버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통합 UC 클라이언트’입니다. 시스코는 재버를 ‘expanding to web applications’라고 표현했는데, 다양한 웹 애플리케이션을 다양한 단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 환경을 확대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기존에 시스코 UC 클라이언트는 단말의 형태별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PC용은 CUPC(Cisco Unified Personal Communicator), 모바일 단말용은 Cisco Unified Mobile Communicator로, 클라우드용으로는 웹엑스 커넥터(WebEx connector)가 있었죠.

   (시스코의 기존 UC 클라이언트)

그런데, 이번에 재버가 나오면서 이들 클라이언트가 하나로 통합되었습니다. 그러면서 OS를 중심으로 Jabber for Mac, Jabber for Windows하는 식으로 버전을 나누었습니다. Jabber for iPhone/iPad/Android/BlaccBerry 등의 모바일 버전도 나왔습니다.

기능 면에서 보면 기존에는 각각의 클라이언트별로 일부분씩 제공되던 기능을 모두 통합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웹엑스에서는 채팅(IM)과 영상만 제공되었다면 재버에서는 이 밖에도 프레즌스, 디렉토리, 음성사서함 같은 기능이 모두 제공됩니다. UC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능을 OS나 단말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시스코 Jabber 클라이언트 개요)
 

재버라는 UC 통합 클라이언트의 등장은 그 동안 하드웨어에는 강점이 있는 반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던 지적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시스코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와 견줄만한 완벽한 UC 통합 클라이언트가 갖춰졌다. 여기에 하드웨어의 장점을 더하면 경쟁력에서 확실한 우위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모바일에서 고화질 영상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도 시스코가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협업에서 ‘영상’은 빼놓을 수 없는 경험치인데, 모바일 협업에서 고화질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는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협업 분야에서의 변화는 재버 클라이언트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스코는 데스크톱 가상화와 협업이 결합된 영역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가상 PC상에서 영상회의 기반 협업을 할 때 보다 향상된 품질을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상 PC 환경에서도 3D 그래픽 화면을 공유하며 회의를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코는 이 같은 사용 환경을 다수의 사용자로 확대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수의 인원이 고화질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협업’은 많은 인원이 동시에 접속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안정된 품질과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는 것이 시스코의 설명입니다.

2007년 3월, 웹 기반 협업 전문업체 웹엑스를 인수한 시스코는 2008년 봄에 열린 채널 세미나에서 자사의 협업 솔루션에 웹엑스를 결합한 제품을 공개했습니다.

당시에 시연된 웹엑스는 회사 내 다양한 정보를 통합 화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직원 검색, 파트너 검색 기능까지 결합돼 업무 영역을 선택하면 그 업무와 관련된 내부 직원 및 파트너를 즉각 검색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A사 라우터 교체 프로젝트’라는 태그를 누르면 웹엑스 화면이 마치 도미노처럼 움직이면서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데이터 및 관련자 정보가 가득 펼쳐지는 광경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이 밖에 구글 어스 서비스와도 연동되어 있어 회사의 누군가가 특정 지역으로 출장을 간다고 했을 때는 해당 지역의 지사 또는 파트너에 출장 목적과 관련된 전문 인력이 있는지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등 당시로서는 놀라운 기능들이 많았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진화한 재버는 보다 다양한 UC 애플리케이션들이 결합됨으로써 협업의 효과를 더욱 높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시스코는 영상회의 전문업체들의 협공을 받고 있습니다. 폴리콤, 라이프사이즈 같은 영상회의 전문업체들은 시스코 이외의 시스템, 네트워크 업체들과 제휴를 강화하면서 이들의 장비 및 UC 솔루션과 자사의 영상회의 시스템이 긴밀히 연동되도록 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기존의 IT 인프라를 그대로 두고서도 영상회의와 UC가 잘 결합된 협업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영상회의 업체가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시스코는 이러한 업계의 표준화 연대에 맞서 “시스코 역시 철저하게 표준을 지원한다. 하지만, 시스코의 하드웨어와 솔루션으로 엔드-투-엔드 환경을 갖추면 경쟁사들의 제휴에서는 얻을 수 없는 차별화된 가치를 맛볼 수 있게 된다”도 강조해 왔습니다. 여기서 차별화된 가치는 특별한 기능, 관리 효율성, 네트워크 최적화 등이 될 것입니다.

UC 클라이언트를 완전히 일신해 단말과 OS의 제약을 제거했다고 하는 시스코의 새로운 시도가 경쟁사들의 연대에 맞서 어떤 차이점을 보일 수 있을까요? 스마트워크와 모바일 영상회의에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양 진영의 흥미진진한 한판승부가 기대됩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