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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컴퓨팅/클라우드

대륙의 클라우드…도시전체를 서비스 플랫폼으로!

[사람중심] 지난 주 통신솔루션 전문기업 알카텔-루슨트가 기업용 데이터 네트워킹 관련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중국 상하이에 <클라우드 컴퓨팅 체험센터>를 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체험센터는 말 그대로 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경험해 보는 공간입니다. 특정 산업군에서 사용하는 비즈니스 툴을 클라우드 공간에 올려놓고 운용해 본다든지, 업무 현장에서 직접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해 기업별로 맞춤형 체험을 할 수도 있다는군요.


VMware·시트릭스·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가상화 솔루션 전문기업, EMC·넷앱 같은 스토리지 전문기업,  델·HP 같은 서버 전문기업 그리고 F5·포티넷 같은 네트워크 보안 전문기업들의 솔루션으로 고객이 원하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꾸며 볼 수도 있습니다. Software as a Service. UC as a Sevice, VDI as a Service, Business Process as a Service 등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체험센터는 '알카텔-상하이벨'의 엔터프라이즈 그룹과 컨설팅 회사 캡제미나이가 함께 만든 것으로 지난 달 문을 열었습니다(알카텔-상하이벨(Alcatel- ShanghaiBell)은 지난 2001년 알카텔이 중국의 상하이벨을 인수해서 만든 통신장비 공급업체). 현재까지는 전세계에서 중국 상하이 단 한곳에만 있는 첨단 시설이라는군요.


상하이에 문을 여는 세계 유일의 ‘클라우드 체험센터’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하니 문득 지난 달 중순, 상하이 출장을 갔던 기억이 났습니다. 시스코시스템즈 초청으로 <모바일 아시아 엑스포>와  미디어 및 애널리스트 대상의 시스코 자체 행사에 참가하러 간 것입니다. 그런데 행사 일정 가운데 시스코 체험센터(experience center) 방문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시스코 체험센터는 e-러닝, e-헬스케어, 도시 방범 및 교통량 관제 등 시스코의 인프라 및 솔루션으로 구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서비스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클라우드 컴퓨팅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시스코 역시도 “클라우드 서비스 체험센터는 전세계에서 상하이에만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시스코 체험센터 역시 클라우드 컴퓨팅의 효과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꾸며졌습니다. 시스코는 EMC, 넷앱, VMware 등과 긴밀한 협력을 맺고 있는데, 이들 업체와 함께 만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용 솔루션 패키지를 기업 규모나 업종에 맞게 제시하고 있었으며, 오토 스케일링 등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꼭 필요한 기능도 시연하고 있었습니다.


기업이 직접 IT 환경을 갖춰 놓고 이용하다가, 통신사업자나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빌려 쓰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회사에서 쓰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들이 제대로 돌아갈까?’, ‘회사 안 전산실에 서버가 있는 것만큼 성능과 안정성이 보장될까?’하는 점들이 가장 걱정되겠지요. 


이런 우려사항들을 미리 체크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있다면, 고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고려하게 될 것 같습니다.시스코 차이나 관계자는 “우리는 ‘보는 것이 믿는 것(Seeing is Believing)’이라는 철학 아래, 최근 클라우드에 관심을 많이 갖는 고객들에게 시스코 클라우드로 구현 가능한 기술들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약 9개월의 준비 끝에 ‘클라우드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오픈했다”고 말했습니다.


왜 미국·유럽이 아니라 중국인가?

그런데, 시스코와 알카텔-루슨트는 왜 상하이에만, 세계에서 하나뿐인 클라우드 컴퓨팅 체험센터  를 운영하는 것일까요? 중국이 큰 시장이기는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중국’이어야 했을까요?


그 해답은 중국 정부의 정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클라우드를 국가가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로 선정해 놓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에 힘입어 중국은 전세계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가장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중국 정부가 ‘클라우드 환경이 정상 작동하려면 도시의 인프라 전체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 정부는 도시의 IT 인프라를 강화함으로써, 도시 자체를 ‘클라우드 서비스 딜리버리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교육·헬스케어·전자정부·스마트에너지·교통·중소기업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죠. ‘보안이 우려된다’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며 공공 부문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용을 가로막고 있는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입니다.


몇년 전 대륙의 ***라는 사진들이 인기를 끈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중국이 아직도 많이 낙후되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사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클라우드 컴퓨팅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전략을 접하고 보니 대륙의 클라우드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터미널 ‘에지 300’

시스코 클라우드 체험센터에서는 중국이 가진 ‘클라우드 컴퓨팅의 역동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바로 ‘시스코 에지 300(Cisco Edge 300)’이라고 하는 게이트웨이 장비입니다. 


중국 정부와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해 시스코 차이나와 HSJC라는 중국 파트너가 공동으로 개발한 ‘에지 300’은 4~8포트 이더넷 스위치, 무선랜 액세스포인트(AP)를 통합했고, HDMI 연결단자와 USB 포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장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가상 PC(VDI)용 씬클라이언트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전자칠판 위 벽에 부착된 장치가 '에지 300'입니다.)


시스코 관계자는 ‘에지 300’을 “교육 산업에 특화된 ‘중국 맞춤형 교육 클라우드 터미널(Customized China Education Cloud Terminal)’이라고 소개했는데, HD 영상회의, 문서 검색, 전자책 등을 이용해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교육 콘텐츠가 서버에서 돌아가니 대용량 동영상 파일도 수업에 십분 활용할 수 있고, 여러 교실·학교에서 정해진 시간에 특정한 강의를 공유할 수도 있었습니다.


교육에 특화된 것이기는 하지만 ‘에지 300’은 교육용으로만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클라우스 센터에 있는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이나 교통관제 시스템에 접속해 노트북 화면이나 텔레비전 화면에서 모니터링하는 시연도 흥미로웠습니다.


‘에지 300’에 있는 USB 포트는 키보드와 마우스 연결을 위한 용도가 가장 컸습니다. TV와 연결된 ‘에지 300’의 USB 포트에 마우스·키보드를 꽂으면 VDI에 접속해 PC처럼 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인식을 높이고 인프라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중국 정부가 하고 있다면, ‘에지 300’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다양한 서비스에 쉽게 접목시키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국의 클라우드 vs. 중국의 클라우드

작년 가을 국내 한 가상화 세미나에서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 애널리스트로 부터 “아시아에서 한국과 중국이 데스크톱 가상화 기술에 유독 관심이 높다”는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가 민간 기업에서 검토가 활발해지는 수준인 반면,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공공 영역의 다양한 서비스에 데스크톱 가상화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의 출발은 정부가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정책으로 밀어붙이고, 민간 기업들이 여기에 부응했기에 얻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네트워크가 속도가 빠르다는 것만 가지고 IT 기술을 잘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사회라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특히 우리는 무선랜이나 클라우드 컴퓨팅처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의 사용을 ‘보안’이라는 이유로 제한하는 분위기입니다. 사용 자체를 제한하는 분위기이니, 서비스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한참 먼 얘기일 수밖에 없죠.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적극 활용해 교육과 공공 서비스의 혜택을 보다 확산시키려는 시도, 이를 위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서비스 플랫폼이 되야 한다는 생각. 과연 중국은 ‘짝퉁이나 만들어 내는 나라’일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요? 중국이라는 나라의 실상은 보지 않고, 뜬구름만 잡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