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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시스코코리아 지사장 교체…이문철 부사장 대행 체제로

【사람중심】 시스코시스템즈 장성호 한국지사장이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주 목요일(31일). 시스코코리아 장성호 지사장이 물러나게 되었다는 소식이 시스코코리아 및 네트워크 업계 관계자들에게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11월 28일 취임했으니, 소문이 사실이라면 1년 2개월만의 퇴임. 역대 시스코 한국지사장 가운데 최단명입니다.


장성호 사장이 물러나면서 공석이 된 시스코코리아 사장 역할은 당분간 본사 소속의 이문철 부사장이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히는 ‘지사장 대행’이라고 하는데, 새 지사장을 뽑을 때까지 임시로 지사장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문철 부사장은 과거 시스코코리아에서 CFO 역할을 했었고, 이후에 일본 지사의 CFO를 거쳐 현재는 본사 감사팀에 소속된 인물이라고 합니다. 이 부사장은 벌써 두 달 전부터 한국에 들어와 이른 바 ‘숫자를 챙기기 시작했다’는 것이 시스코 주변의 얘기입니다. 이미 실질적인 지사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시스코 관계자는 “그 동안 이 부사장이 사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는 COO였다가, 이번에 사장 대행을 맡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시작된 ‘지사장 교체’ 소문

시스코 한국지사장 교체와 관련된 소문은 사실 지난해 여름부터 꾸준히 흘러나왔습니다. 시스코가 새 회계년도를 시작하는 8월이 되기 전부터 “지사장이 교체된다더라”는 얘기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었습니다. 네트워크 비즈니스 경험 부족으로 지사를 잘 이끌지 못했다는 평가에서부터, 채널 파트너들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했다는 등의 평가들이 있었죠. 특히 국내 고객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자세를 취한다는 점 때문에 ‘삼성스럽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더군요. 장성호 지사장이 이른 바 ‘수퍼 갑’이라고 하는 삼성전자 출신인 점에 빗댄 평가였습니다.


시스코 아태지역 본부는 약 6개월여 전부터 장성호 지사장과 관련한 평가를 듣는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시스코 관계자들로부터 “아태지역 사장이 직접 시스코코리아 매니저급 이상의 인력들을 일일이 만나 평가를 듣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스코 한국지사와 네트워크 업계에 따르면, 당시 지사장 평가 인터뷰에서 매우 원색적인 평가를 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후속 조치가 없자, 시스코코리아 내부에서는 그냥 넘어가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였습니다. 당시 시스코코리아 모 관계자는 “아태지역 사장이 지사장을 직접 뽑은 장본인이다 보니, 짧은 기간에 교체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렇게 됐으니 (장 지사장이) 길게 가지 않겠나”고 말하더군요. 그러나 이번에 전격적인 교체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때 아마도 당시에 평판을 들었던 것이 결국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장성호 지사장이 물러나는지와 관련해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들은 즉답을 피하고 있습니다. “아는 바 없다”거나, “경질 통보를 받은 사실은 본인 이외에는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답들을 내놓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부인 또한 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쨌든 장성호 지사장 외에 각 사업부문장 중에서도 경질 대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스코코리아 내부와 채널 파트너들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상황입니다.


본사는 내부 승진…한국지사는 외부 영입?

시스코가 과거에도 지사장을 교체하기 전에 본사 소속의 인사들이 한국에 들어와 COO 역할을 하면서 실질적인 지사장 역할을 했던 전례를 생각해보면, 두 달 전부터 숫자를 챙기며 영업을 총괄하는 본사 파견 임원이 있었다는 것은 지사장 교체의 사전 포석이었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스코코리아는 초대 지사장 이후 계속해서 시스코 비즈니스를 해본 경력이 없는 인물들이 지사장으로 취임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사장이 외부에서 수혈되면 적지 않은 외부 인력을 충원하기 마련이고 조직이 자리를 잡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과정도 되풀이됐습니다. 또, 본사가 직접 검증해서 지사장 자리에 앉힌 인물들은 한결같이 채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시스코에는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또는 네트워크 업계에서 영입되어 와서 능력을 보여준 많은 인재들이 존재하는데, 왜 시스코 본사는 그런 인물들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요? 영어로 매우 완벽하게 소통을 해야 한다거나, 큰 조직을 거느려 본 경력이 있어야 된다거나 하는 기준이 정말로 최우선이었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시스코 비즈니스 경험과 시스코 내부의 검증’이라는 기준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항목이라는 얘기일까요? 만약 지사 내부 인력들이 지사장을 맡을 만한 ‘급’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면, 그런 인사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조직을 물갈이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것은 또 왜일까요?


시스코시스템즈 존 챔버스 회장은 지난해 10월 “몇 년 안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공표한 며칠 뒤, 본사 부사장 가운데 두 명을 (그 동안 공석이었던)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두 사람은 첫 번째 잠재적 후보구도에 서게 됐다. 이들과 함께 회사 내부에서 다른 후보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시스코가 늘 외부에서 사장을 영입하는 것은 아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본사-내부 발탁, 지사-외부 영입’이라는 철칙이라도 있는 건지, 아니면 한국지사 내부 인력만 유독 못 미더운 건지 모르겠습니다.



반복되는 지사장 외부 수혈, 교훈은 없나

이문철 부사장이 새 지사장을 선임하기까지 한시적으로 지사를 맡는다고 한다면, 시스코코리아의 새 수장이 외부에서 수혈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습니다. 하지만, 최근 주니퍼네트웍스가 자진 퇴임한 강익춘 지사장 후임으로 채기병 현 지사장을 내부 승진시키자 “씁쓸하다”고 얘기하는 시스코코리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존 챔버스 회장은 훌륭한 경영인으로 존경받는 인물입니다. 그는 “실패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로부터 배우지 않는 사람에게 줄 자리는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간 시스코코리아를 거쳐 간 지사장들이 어떤 가르침을 남겼는지와 관련된 얘기는 시장에서 듣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은 최소한 ‘이러저러한 일은 해서는 안 되겠구나’하는 점은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시장에서 지사장이 바뀌고 물러나기까지 늘 비슷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같은 방법을 택한다면, 시스코 본사의 리더십에 먼저 의문을 가져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한국시장의 수장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최소한 한국지사에 몸담고 있는 인력들이 어떤 얘기를 하는지 정도는 관심을 가져 보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것 없는 지사 운영이라면, 오로지 이름값에 기대는 것 말고는, 최근 한국에서 겪고 있는 부진을 돌파할 뾰족한 전략이 보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 챔버스, 시스코 한국지사장은 왜 내부승진 없나요?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