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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플랫폼/모바일

아이폰 시간오차, WCDMA 때문이라고?

【사람중심】 애플 아이폰에서 시간이 실제 시간과 맞지 않아 KT가 미국 애플 본사에 기술문의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CBS의 이 보도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 3Gs에서 시간이 정상 시간보다 30~40초 빠르게 표시됐고, KT에서도 이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CBS는 “KT 측은 '사례들을 일부 확인했고, 원인을 규명하고자 애플에 문의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KT는 또 “WCDMA는 비동기식 기술이라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답변을 했다는군요.

    시간이 다르게 나타나는 두대의 아이폰 (출처 : 노컷뉴스)

아침에 일어나 PC 앞에 앉았다가 이 기사를 읽고는 약간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출근한 뒤 서울 삼성동 모 기자실에 앉아 있을 때도 이 기사가 화제가 됐습니다.

그러던 중 한 기자가 KT에 문의전화를 했는데, KT 측에서 “CDMA는 동기식이라 오차가 전혀 없지만, WDMA는 비동기식이라 약간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이폰만이 아니라 다른 폰에서도 이 같은 오류가 나타나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며 씩씩거리더군요. 기자가 기술자가 아니니 기술적으로 정확히 짚고 넘어갈 수는 없지만, 어쨌든 대답이 좀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동통신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친구에게 전화로 물어보았습니다. “KT 측에서 이렇게 답변했는데 말이 되는 거냐?”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이 친구가 명쾌하게 대답하더군요.

“삼성이나 LG의 휴대전화도 특정 WCDMA 기종에서 가끔 1~2초 오차가 생길 때는 있다. 비동기식이라 완벽하게 맞지 않는 일이 가끔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30~40초씩 오차가 난다는 것은 통신기술하고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그러면서 그 친구는 이렇게 예를 들어주었습니다. “시계 제조사가 만든 시계 중 어떤 모델에서 몇십분의 일초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시간이 틀릴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몇십초씩 틀린다면 그게 시계냐?”

후배 기자가 취재차 통화를 한 곳은 KT 홍보팀이었습니다. 홍보팀이었기에 기술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기 힘들다고 했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지만, WCDMA 기술이 비동기식이라서 그럴 수 있고, 다른 회사 단말에서도 그렇다는 답변은 무척 무성의하고, 안일한 대응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CBS는 아이폰 3Gs 23대를 직접 확인했고, 이 가운데 19대의 아이폰에서 오작동이 일어났다면서 "국산스마트폰은 규격화를 통해 기지국으로부터 현재시간을 내려받지만, 외산 제품은 도입할 때 시간 규격화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모 이통사 관계자의 얘기도 소개했습니다.

이러한 점을 십분 이해하고, CBS 자체 조사에서 OS를 업그레이드한 단말에서만 시간 오류가 있었다는 점까지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아이폰에서 나타난 시간 차이는 분명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휴대폰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 어쩌면 ‘기능’이라는 항목에 포함시킬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기본 중의 기본 기능에서 문제가 생긴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러나 정작 문제는 시간 오류보다 KT와 애플의 대응입니다. 애플코리아는 “공식적으로 애플코리아에 접수된 문의가 아니라 본사에 접수된 사안이기 때문에 아는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비동기식의 특성에, 외산 단말기에, OS 업그레이드까지 겹쳐 그렇게 시간 차가 많이 날 수 있었다고 너그럽게 이해를 한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KT와 애플의 대응은 너무 무성의합니다.

저도 아이폰을 써 보면서 그 매력에 푹 빠진 사용자 중 한사람이지만, 단말 제조사나 이를 공급하는 통신사의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답변들이 우호적인 사용자들까지 힘빠지게 만든다는 걸 한번쯤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차라리 “시간 오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고객들에게 죄송하다. 애플 본사에 문의를 한 상태이고, 최대한 빨리 원인을 찾아 오류를 바로잡겠다.” 이렇게 답하는 것이 더 좋았을 텐데... 씁쓸하네요.

<사람중심 김재철>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