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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플랫폼/모바일

스마트폰 시대, 아직도 단말기 판매량을 따지는가?

【사람중심】 통신 3사의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지난 1년 동안 최대 344%나 늘어났다고 합니다. 지난해 7월과 올해 7월을 비교한 결과입니다.

통신사들은 과거 '이동통신사' 시절부터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늘어나기를 학수고대했습니다. 무선 데이터 트래픽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통신사들이 학수고대한다고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순풍에 돛 단 듯이 늘어나지는 않았죠. 무선 데이터 통신 요금이 터무니없이 비쌌고, 그런 반면에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만한 단말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통신사로서는 무선 데이터 사용이 많지 않으면 인프라에 많은 추가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되니 데이터 통신량이 빨리 늘지 않는다고 해도 그리 아쉬울 건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염원하던 '데이터 트래픽 증가'가 불과 1년 만에, 그것도 3.5배로 늘었다고 하니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이 같은 변화가 KT에서 아이폰을 공급한 뒤부터라고 할 수 있으니, 실제로는 9개월 남짓한 기간에 이루어진 변화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안형환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전만 해도 데이터 트래픽은 조금씩 증가하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올해 들어서면서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 스마트폰, 많이 팔리기만 하면 장땡?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즉 스마트폰 판매와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는 이 시점에서 한번 짚어볼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동통신 시장을 분석할 때 주로 단말기 판매량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왔습니다. 사실 매출의 대부분이 음성 서비스인 상황이고 각 통신사의 고객 수에 큰 차이가 있다 보니 매출 비교는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런 때문인지 비슷한 컨셉의 단말기가 경쟁적으로 출시되면, 결국 '몇 대 팔렸나'로 승패를 나누곤 한 것입니다.

방통위가 안형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올해 8월말 기준으로 국내에 보급된 스마트폰이 367만 1,000대에 이를 정도로 이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합니다. SK텔레콤이 213만 7,000대, KT가 132만 2,000대, 단말 출시가 많이 늦었던 LG유플러스는 21만 4,000대입니다.

하지만, 무선 음성 통신이 아니라 무선 데이터 통신의 시대에는 그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무선 분야의 1위 통신사와 단말 분야의 1위 제조사는 공급 수량에서 앞서 있음을 강조하지만, 그것이 별 의미 없는 수치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통신 3사 고객의 무선 데이터 트래픽 사용량을 살펴보면 KT가 443.7테라바이트(TB)로 1위인데, 1년 동안의 증가율 또한 344.1%로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SK텔레콤은 308.1TB로 증가율 232.4%, LG유플러스는 121.7TB이고, 증가율은 114.3%로 집계됐습니다.

몇몇 언론들은 아이폰 3GS와 옴니아2 출시가 이 같은 변화의 계기가 됐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만, 사실상 옴니아2가 나온 뒤 SK텔레콤의 무선 데이터 트래픽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와 관련해서는 유의미한 발표를 본 기억이 없습니다. 반면, KT는 아이폰을 발표한지 두달이 지난 시점(지난해 12월)에 아이폰 발표 이전보다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1.8배 정도 늘어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입니다.


■ LG vs. SK…단말은 1:10, 데이터 사용은 4:10

SK텔레콤의 스마트폰 판매가 KT의 약 2배 가까이 되는데도 무선 데이터 트래픽에서 이 같은 수치가 나왔다는 것은 무선 데이터 통신 시대에 제대로 된 스마트폰이 갖는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LG유플러스의 무선 데이터 트래픽 수치는 '오즈(OZ)'로 국내 시장에 풀브라우징 무선 인터넷 시대를 연 LG의 고객 충성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스마트폰 판매는 SK텔레콤의 10%에 불과하지만, 무선 데이터 트래픽은 40%에 육박하는데, 이는 스마트폰 라인업이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도 고객들이 무선 데이터 통신을 싸고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KT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SK텔레콤의 60% 정도이지만 데이터 트래픽이 SK텔레콤을 누른 이유는 아이폰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높기 때문입니다. 7월 기준으로 아이폰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99MB, 갤럭시S는 241MB, 모토로이는 155MB입니다(T옴니아2는 66MB라고 하니, 아이폰과 T옴니아2가 무선 데이터 트래픽 급증의 시발점이 됐다고 보는 시각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억지스럽다는 생각만 들 뿐입니다).

데이터 트래픽 증가는 통신 3사 매출 구조의 무게 중심을 음성통화에서 데이터로 바꾸어 놓기도 했습니다.

KT의 지난 2분기 실적발표를 보면 데이터 서비스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음성통화 ARPU에 근접했다고 합니다. SK텔레콤도 갤럭시S가 출시된 이후 데이터 ARPU가 빠르게 늘고 있어 연내 데이터 매출이 음성통화 매출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은 데이터 트래픽 급증에 대응하고자 분주합니다. KT와 LG유플러스는 WiFi 핫스팟 증설에 힘을 쏟고 있으며, SK텔레콤은 WiFi에 일부 투자하면서도 펨토셀을 공급에 무게를 실음으로써 차별화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WiFi를 무료 제공하는 것은 돈이 안 되지만, 어차피 정액제 상품 가입으로 만족할만한 데이터 ARPU는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WiFi 핫스팟 확대는 이동통신망의 부하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나쁠 것이 없습니다. 또, 무선 데이터 통신에 익숙해지면 그만큼 앞으로 유료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지금은 스마트폰 고객의 충성도와 경험을 동시에 높이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