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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4S 국내 출시, 과연 순조로울까?

【사람중심】 애플이 미국 현지시간으로 4일,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아이폰 4S를 발표했습니다. CPU, 카메라 등이 업그레이드된 제품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최근 출시된 듀얼코어 CPU 탑재 스마트폰들과 비슷한 사양입니다.

애플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출시되는 그 어떤 스마트폰 보다 더 큰 관심을 끌었고, 더 많은 추측성 뉴스를 쏟아냈던 아이폰 5는 나오지 않은 것에 실망감도 큰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국내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심지어 모 언론은 ‘김태희 기다렸는데, 마누라 온 격’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내걸기도 해서 마우스를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 4S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대가 큽니다. 우선 가격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16GB 모델이 199달러, 32GB 모델이 299달러, 64GB 모델이 399달러입니다. 최근 몇 달 사이 출시된 듀얼코어 CPU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드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가격입니다.

여기에 스마트폰 만족도에서 경쟁사들과 근본적인 차이를 구분짓는 iOS가 버전5로 업그레이드됩니다. 12일에 공개가 되는데, 다운로드나 업그레이드를 스마트폰에서 직접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큰 차이입니다.


최신 스마트폰의 절반 가격

애플은 아이폰 4S의 1차 출시(14일) 및 10월 말로 예정된 2차 출시에 우리나라를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국내 통신사들이 아이폰 4S를 조기에 들여오기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아이폰 4S는 순조롭게 국내에 들어 올 수 있을까요?

이런 의문을 갖게 되는 이유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아이폰 4나 아이패드 등이 늘 한국에 뒤늦게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이는 애플의 정책 때문인데, 애플의 정책만이 유일한 이유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아이폰 4S의 국내 조기 출시에 의문을 갖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애플 제품의 국내 출시가 늦어지는 큰 이유 중 하나로 국내 기업의 언론을 통한 애플 흠집내기와 여기에 편승한 정부의 까다로운 검증을 꼽고 있는 상황입니다. 갤럭시S가 출시되자 아이폰4의 국내 출시가 차일피일 미뤄졌고,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는 들고 다니기에는 크기가 너무 크다고 지적하는 기사가 도배되었습니다. 애플이 “아이패드는 휴대용(손에 들고 다니는)이 아니다”고 했는데도 말입니다.

정부나 기업은 이런 시각이 근거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많은 네티즌들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기업을 보호하는 정책은 일정 수준에서 유지돼야 하는 것이 많지만, 그렇게 해서 국산 제품을 산 고객들이 느끼게 되는 박탈감이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부품 성능이 최우선?…골 깊은 불만은 ‘서비스’

몇 달 전 각 제조사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일제히 내놓고 각자 해외 벤치마크 사이트에서 ‘속도 1위’를 했다고 경쟁적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당시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면서 ‘국산 제품들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고, AS도 확실하다. 반면, 애플은 AS에 불만이 높다’고 소개한 기사가 있었는데 거기에 달린 댓글은 너무나 의외였습니다.

댓글의 가장 큰 줄기는 두 가지였는데 ‘달리기 빠르다고 머리 좋냐? 안정성에 신경 좀 써라’가 그 하나였고, 다른 하나는 ‘작년에 나온 안드로이드폰은 금방 공짜폰 되고, OS도 업그레이드 안 해준다.반면, 아이폰은 2세대 제품도 아직 OS 지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 확보될 때까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외국 보다 휴대폰을 비싸게 팔아 왔고, 스마트폰 기술 개발을 게을리 했던 그 대가를 소비자가 치루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정부가 언론이 국산 제품을 두둔하는 가운데, 서비스는 제자리걸음이거나 후퇴하고 있습니다.


약정 요금제·기존고객 대우...구조적 문제 어떻게 넘나?

아이폰 4S는 불과 서너 달 전에 나온 우리 기업들의 ‘세계 최고 스마트폰’과 비교해 가격이 절반 수준입니다. 80~90만원대 제품을 현금을 내고 샀거나, 2~3년 약정으로 구입한 사용자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아이폰 4S는 아무 걸림돌 없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을까요?

만약 조기에 국내에 들어온다면, 최신 안드로이드폰 가격이 크게 낮아질까요? 그렇게 되면 1~2달 전에 이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은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폰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 요금제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에 아이폰4를 계약한 고객을 위해 어떤 새로운 혜택이 발표될까요? 그리고 이런 정책을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밀어붙일 수는 있는 걸까요?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시장은 출고가격을 높게 책정해놓고 ‘보조금’과 위약금을 빌미로 몇 년씩 고객을 볼모로 잡는 구조에서 애플처럼 새 제품의 가격을 크게 낮추고, 기존 제품도 4~5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최신 OS를 지원하는 정책은 때때로 기존 고객과 새 고객의 이해가 엇갈리는 상황을 빚어 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5%가 시장을 지배하는 힘은?

국내 언론들이 기존의 최신 안드로이드폰과 비교해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평가하는 아이폰 4S지만, 아이폰 4S의 등장은 그 자체로 빅 이슈입니다. 미국의 통신 3사 모두를 잡았고, 조만간 새로운 저가 버전까지 나오면 애플의 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높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듀얼코드 CPU 안드로이드폰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보는 모양입니다. 애플이 아이폰 4S를 발표하자마자, 국내에 최근 출시된 LTE폰과 비교를 하기 시작했으니까 말입니다. 결국 또 ‘속도’ 논쟁이고, ‘얼마나 똑똑한가’는 여전히 뒷전입니다.

애플은 전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점유율이 5%에 불과한 회사입니다. 그러나 2009년 집계로 전세계 스마트폰 수익의 30%가 애플의 것입니다. 아이폰 4S의 출시 및 그와 함께 발표된 애플의 가격 정책이, 5%가 시장을 지배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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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