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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컴퓨팅/클라우드

스토리지의 비밀, 데이터 복제는 많을수록 좋다?

[사람중심] 빅 데이터의 시대입니다. 스마트폰·태블릿PC의 확산으로 모바일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네트워크 대역폭도 더 넓어지면서 인터넷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고객의 정보나 업무 관련 정보만이 아니라, 문서·이미지·영상 같은 비정형 데이터들이 급증하는 상황은 기업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데이터 폭증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들 비정형 데이터를 어떻게 잘 분석·가공해서 비즈니스에 유익한 정보로 만들 것인가’하는 주제(Big Data)는 지난 해 부터 IT 업계의 최대 화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데이터 급증과 관련해 ‘빅 데이터’라는 주제에서는 다뤄지지 않던 새로운 이슈 하나를 접했습니다. 바로 ‘데이터 복제’와 관련된 것입니다.

기업들은 원래의 데이터를 여러 차례 복제하게 됩니다. 백업용도 있고, 재해복구센터용도 있습니다. 분석용으로도 복제를 하고, 테스트용으로도 복제를 합니다. 원격지에 있는 지점·지사에서도 복제를 하게 됩니다. 원본 데이터는 18개월마다 2배씩 늘어나는데, 복제 데이터는 같은 기간에 약 5배씩 늘어난다고 합니다. 데이터 관리 비용도 그만큼 많이 든다는군요.

이렇게 복제본이 많아지는 이유는 스토리지에서 하나의 복제본을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막아놓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예를 들어, 재해복구 용도로 복제해 간 데이터는 분석용이나 테스트용으로 쓰는 것이 원천봉쇄되어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늘 국내 출범을 공식 선포하는 행사를 가진 액티피오(Actifio, 지사장 정형문)는 이 같은 구조를 바꿔보겠다는 아이디어로 출범한 회사입니다. 하나의 복제본만 만들어서 여러 용도(애플리케이션)로 쓸 수 있도록 하면 기업이 관리해야 되는 데이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하드웨어 비용 및 관리 비용도 많이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액티피오는 스토리지 관리 솔루션을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공급하는 기업인데, 이 솔루션의 컨셉은 매우 간단합니다. 원본을 복제한 데이터를 가상화시켜 놓고, 이것을 여러 애플리케이션에서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PAS(Protection & Availability Storage)라고 한다는군요.


속을 들여다보니 VMware 등이 공급하는 서버 가상화 솔루션(하이퍼바이저)과 비슷한 컨셉입니다. 서버 가상화 솔루션은 하나의 OS를 여러 가상서버에서 나누어 쓸 수 있게 하는 것(가상OS)입니다. 액티피오 솔루션 역시 하나의 복제 데이터(OS)를 여러 애플리케이션(가상서버)에서 나누어 쓸 수 있게 하는 방식(가상 복제데이터)입니다.

액티피오 측은 “미국의 유명 애널리스트들이 ‘액티피오 솔루션은 경쟁자가 없다’고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내세우는 벤처가 나타나면 기존 벤더들이 깍아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액티피오와 관련해서는 평가 자체를 안 한다. 어떤 방식이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지 스토리지 하드웨어 벤더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설명을 듣고 있자니 문득 궁금증이 생깁니다. ‘가상화를 해 놓고 나눠서 쓴다.’ 가상화가 보편적인 기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아주 어려울 것 같지는 않은 방법인데, ‘왜 EMC, HP, IBM 같은 대기업들은 이런 기술을 내놓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입니다.

액티피오 측에 묻자, “스토리지의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너무 단순하고, 너무 공격적인 이유이지만, 서버 가상화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서버 가상화 기술이 서버 전문 업체에서 나오지 않은 것도 결국은 서버 매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니까 말입니다.

시스코의 통합 컴퓨팅 시스템 UCS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스코는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스위치가 통합된 형태의 새로운 x86 시스템을 서버 벤더에 오랫동안 제안했지만, 서버 매출 감소를 걱정한 서버 벤더들의 대답은 언제나 ‘no’였다고 합니다. 결국 시스코는 독자 개발에 들어가 2009년 UCS를 출시했는데, 지금 서버 벤더들도 그와 비슷한 컨셉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언제나 더 효율적이고, 더 빠르고, 더 비용이 절약되는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이러한 전진은 사용자에게는 이득이 되지만, 기존의 패러다임 안에서 돈을 벌고 있는 회사들 중 어느 누군가에게는 탐탁하지지 않은 변화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액티피오는 12월 1일에 지사를 설립한 뒤 두달 동안은 파트너 계약 및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파트너는 5개인데, VMware의 파트너,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상화 파트너, EMC의 주요 파트너, 공공·금융 시장에 지명도가 높은 파트너 등입니다. 또 IBM과는 전세계 SP(Service Provider) 영업에서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합니다. IBM도 스토리지 관리 분야에 다양한 솔루션을 구비하고 있지만, 대규모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SP 고객들은 액티피오 솔루션으로 공략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액티피오코리아는 2월 1일부터 국내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굉장히 큰 국내 기업 2~3 업체와 긴밀한 논의가 오가고 있으며, 이미 본사에 제품 선적을 신청한 사이트도 있다고 합니다. 정형문 한국지사장은 “올해 12~15개 정도의 레퍼런스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목표치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복제 데이터의 급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이 먼저 연락이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액티피오 본사의 R&D 총괄 데이비드 창 부사장(오른쪽 사진)은 “거의 대부분의 스토리지 벤더 하드웨어와 연동될 수 있도록 개발되었고, 하나의 솔루션으로 스토리지 관리 영역의 모든 기능을 수행한다”면서, “경쟁사의 개별 솔루션을 도입하더라도 하나로 묶는 작업은 고객이 직접 해야 되기 때문에 차이가 크다”고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자신했습니다.

기존 스토리지 벤더들이 이와 관련해 어떤 반응일지는 꼼꼼히 체크해 봐야 되겠지만, 빅 데이터를 분석·가공하는 솔루션 못지않게, 빅 데이터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기술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토리지 하드웨어 벤더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할 것 같은 이 솔루션이 국내 시장을 어떻게 개척해 나갈지 기대가 됩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