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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애플고객 절반, "아이뱅크 만들어지면 돈 맡기겠다"

[사람중심] 애플이 만약 은행을 설립한다면?

해외에서 재미 있는 설문조사가 있었습니다. 미국 컨설팅 회사 KAE가 미국과 영국에서 5,00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애플이 아이뱅크라는 은행을 설립한다면?’이라는 설문을 한 것입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10% 정도가 애플 아이뱅크에 돈을 맡길 의사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정도면 대단한 수치죠. 그런데 애플 제품을 쓰고 있는 응답자들 가운데서 아이뱅크에 돈을 맡길 의사가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무려 43%나 됐습니다.

그 이유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KAE가 애플 아이뱅크에 예금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었는데, 2/3 가량이 ‘애플을 믿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KAE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애플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쓸 돈으로 은행을 세우면, 개점 첫날에 미국과 영국에서만 3,7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장난스러운 결론을 내렸습니다. 장난이라고는 해도 전세계 40여 나라에 진출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고객이 5,700만명 정도라고 하니, 사용자들이 애플에 보내는 신뢰도는 실로 대단합니다.


실제로 애플 제품을 쓰고 있는 많은 사용자들이 애플의 디자인, 사용자 편의성, 제품의 안정성에 높은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 때 인터넷에는 ‘애플 차기 제품 로드맵 유출’이라는 합성된 이미지 파일이 유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거실에 깔아두는 매트(iMat)에서부터 자동차iCar), 집(iHouse) 심지어 우주정거장(iStation)까지 애플이 만들 거라는 내용입니다.

애플 제품 한 가지를 사용해 보면 다른 애플 제품들도 연이어서 쓰게 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주변에 “애플이 자동차를 만들면 사겠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모든 단말 제조사들이 부러워할 만한 고객 충성도입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열렬한 지지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최근 미국의 인터넷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이 애플에 지는 이유’를 분석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기사는 구글이 애플과 경합하는 분야마다 고배를 들고 있는데, 그 이유가 기술력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밝힌 구글의 폐인은 ‘취약한 제품 디자인’이었는데, 이 ‘디자인’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제품 외형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매체는 구글TV를 예로 들었는데, “소비자들이 구글TV의 복잡성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용자 환경(UI)의 디자인을 지적한 것이죠. 이 밖에도 같은 사람에게서 받은 메일은 하나로 통합해서 수신한다거나, 안드로이드 OS가 애플 iOS보다 많은 기술적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UI가 딱딱한 점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평가는 한마디로 “구글은 기술매니아(얼리어답터), 애플은 일반 사용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입니다. 그리고 이런 철학의 차이는 조직에서 어떤 인력이 더 대접받는지 하는 점과도 연관이 있다고 했습니다. 구글은 기술자들이 인정을 받는 반면, 애플은 제품 디자인을 중요시한다는 거죠. 이러한 차이는 두 회사가 ‘어떤 대학 출신의 인력을 선호하는가’와도 관련이 있다는군요.


기술을 중시하면, ‘기술의 완성도’가 중요한 목표가 되겠지만, 사용자를 중심에 놓으면 ‘얼마나 편리하게 쓸 수 있는가’가 목표가 될 것입니다.

애플이 본체와 모니터가 결합된 매킨토시를 내놓은 것은 “맥이 책상 위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너무 넓다‘는 디자이너 고객들의 불만을 수용한 결과라고 합니다. 이후에 본체를 책상 아래에 내려놓고 사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당시로는 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가로형 본체를 버리고 세로형 본체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호평을 얻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위기돌파력’이라는 책을 보니, 애플에서는 스티브 잡스에게 ‘당신이 잘 못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직원이 더 중요한 자리에 배치되고, 성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잡스가 PC 본체 크기를 줄이기 위해 메모리 크기를 줄일 것을 지시한 적이 있는데, 개발자들은 모니터의 표시능력 등을 고려하면 메모리 용량이 더 커져야 한다고 판단해 칩을 교환하면 간단하게 메모리를 증설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했습니다. 매킨토시는 크기가 작아졌음에도, 메모리 증설로 훨씬 많은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기에 더욱 많은 사용자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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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