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네트워크&통신/유선네트워크

알카텔-루슨트, 지금까지의 라우터는 잊어라!


【사람중심】통신장비 업체 알카텔-루슨트가 지난주 엄청난 용량의 라우터 장비를 출시했습니다. 지금까지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코어용 라우터를 보유하지 못했던 알카텔-루슨트가 이 시장에 처음으로 던지는 출사표입니다. 


7950 XRS(Extensible Routing System)는 트래픽 처리 용량에서 기존의 코어 라우터들을 압도하는 제품입니다. 가장 상위 제품인 7950 XRS 40 모델은 최대 처리량이 32테라비트입니다. 최상위 모델인 '7950 XRS 40' 1대 분량의 라우터를 경쟁사 최상위 코어 라우터로 구축하려면 12대의 장비를 구축해야 된다는 것이 알카텔-루슨트의 설명입니다.


7950 XRS는 용량을 극대화함으로써 여러 장점을 제공합니다. 


용량은 5배 이상, 전력 소모는 2/3에 불과

우선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을 크게 줄여줍니다. 전력 소모량 면에서는 경쟁사들의 장비와 비교해 약 66%의 전력만 소모한다고 합니다. 보통의 코어 라우터가 1기가비트 당 2.5와트의 전력을 소비하는데 비해, 알카텔-루슨트 7950 XRS는 1.5와트만을 소비합니다. 여러 대의 장비를 한 대의 장비로 대체할 수 있는 만큼 공간 효율도 높습니다.


알카텔-루슨트 레이먼트 장 아태지역 IP솔루션사업부문 CTO는 “티어1 통신사들의 전체 비용 중 전력 비용이 30%에 이른다.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존 코어 라우터로 증설하다가는 엄청난 전기요금이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터센터 공간 및 운영 효율성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경쟁사 코어 라우터로 7950 XRS를 대체하려면 7미터×23피트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알카텔-루슨트의 설명입니다. 여러 대의 코어 라우터를 한 대의 장비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코어 네트워크 디자인이 단순해져 통신망 운영 및 유지보수가 매우 쉬워진다는 점도 알카텔-루슨트가 내세우는 장점입니다.


광네트워크 분야의 강자답게 옵티컬-IP를 공히 운영·괸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도 제공됩니다. 옵티컬 인터페이스는 시스코나 주니퍼 모두 제공하는 기능이지만, “기존에 알카텔-루슨트 광네트워크 장비가 전세계적으로 많이 구축돼 있기에 7950 XRS를 도입하면 옵티컬-IP 통합의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이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다양한 기능 지원, 여러 통신망에 두루 적용돼

7950 XRS는 이처럼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용량을 지녔으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우선 메트로 네트워크, 리전 네트워크, 클라우드 컴퓨팅 등 여러 용도의 네트워크에 두루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들 네트워크는 기존에 서로 다른 성격의 장비를 도입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알카텔-루슨트의 설명입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의 코어 라우터들과는 다른 점입니다. 더 많은 사용자가 복수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보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최상의 품질로 제공받기를 원하는 것이 최근의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입니다. 이처럼 변화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코어 라우터가 사용자의 변화를 더욱 잘 이해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7950 XRS의 컨셉이라고 하는군요.



7950 XRS는 통신서비스 품질을 보장하는 QoS(Quality of Service), 네트워크에 결점이 생겼을 때 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복구시간을 최소화시켜 주는 OAM(Operation, Administration and Maintenance),  멀리 떨어진 통신망들을 연결해 가상 LAN을 만들어줌으로써 과도한 투자 없이도 네트워크 규모를 확장할 수 있게 해주는 PBB(Provider Backbone Bridging) 같은 기능을 지원합니다.


보통 트래픽 처리량이 월등하면 트래픽을 전송하는 것 외에는 극히 단순한 기능만 제공되고, 기능이 다양한 라우터는 처리량이 매우 크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 라우터의 속성입니다. 하지만 알카텔-루슨트는 두 가지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시키는데, 특별한 칩셋을 썼기 때문입니다.


알카텔-루슨트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400기가바이트를 지원하는 ‘FP3’ 네트워크 프로세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FP3는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각종 기능을 칩셋에 심어넣을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래머블 칩셋입니다. 이것이 7950 XRS가 큰 용량을 제공하는 동시에, 다양한 기능도 제공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알카텔-루슨트 레이먼트 장 이사는 “용량과 기능을 다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이분법을 버렸다”면서, “단순히 현재 급증하는 트래픽 폭증만 해결한다고 해서 통신사업자의 고민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7950 XRS는 현재 요구되는 다양한 기능과 미래의 요구사항들까지도 수용할 수 있게 개발된 차세대 코어 라우터다”고 설명했습니다.


코어라우터 대형화 시대, 알카텔-루슨트의 성적표는?

최근 네트워크 장비 공급업체들은 ‘코어 라우터의 대용량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모바일 인터넷의 보편화, 대용량 콘텐츠 이용의 증가 등으로 트래픽이 늘어나는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신사들은 투자가 급증하는 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통신망의 디자인을 혁신해서 통신망 투자와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물론, 좋은 콘텐츠·서비스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 통신망이 혁신되어야 합니다. 적은 비용으로 더욱 용량이 크고, 용도는 다양하며, 운영하기는 쉬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투입되는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알카텔-루슨트가 거대한 용량에 다양한 서비스 지원 기능을 가진 라우터를 내놓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문제는 알카텔-루슨트가 코어 라우터 시장에 처음 도전한다는 점입니다. 이 시장에서 부동의 지위를 고수하고 있는 시스코시스템즈, 주니퍼네트웍스를 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알카텔-루슨트는 “트래픽 급증과 비용 증가로 고민하는 통신사들이 네트워크의 전체 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고, 우리의 기술이 시장에 검증되어 있다는 점에서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7950 XRS에 적용된 FP3 칩셋은 이미 네트워크 카드 형태로 시장에 출시되어 통신사들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또한 에지 라우터인 SR 시리즈는 이미 400여 통신사들이 도입한 제품입니다. “유럽과 북미의 통신사들은 기존 SR 장비 고객의 면면을 보고 XRS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알카텔-루슨트 측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시장으로 범위를 한정시키면 역시 쉽지 않습니다. 지금껏 국내 통신사들이 장비를 도입하던 방식을 떠올려 보면, 에지 라우터의 점유율이 높다는 점을 믿고 코어 라우터를 전격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트래픽의 급증으로 투자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통신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가장 빠른 LTE망 구축으로 오히려 고민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상황이죠. 국내 통신사들이 ‘네트워크의 전면적 개편’과 ‘안정성 및 친숙함’ 가운데서 어떤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알카텔-루슨트 코어 라우터의 성적이 달라지겠습니다.

관련 기사 - 통신기술 종가(宗家)의 절치부심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