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과 비용의 부조화…통신망에도 코디네이터를

[사람중심] 지난 주에 LG-에릭슨의 초대로 여수 엑스포에 다녀왔습니다. 스웨덴관을 방문해 LG-에릭슨의 브리핑도 듣고 각종 시연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에릭슨은 스웨덴의 국민기업이라 엑스포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 같습니다. 2년 전 상하이 엑스포 때는 스웨덴관의 몇개 층을 에릭슨이 사용하기도 하더군요.

여수 엑스포에서 LG-에릭슨이 브리핑한 핵심 내용은 HETNET입니다. HETNET은 고도의 코디네이션을 통해 모바일 네트워크에 음영이 없도록 한다는 개념인데 기지국/중계기를 도심의 가장 효과적인 위치에 구축하고, 또 구축된 장비의 신호를 재조정함으로써 통신 서비스의 안정성과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네트워크 코디네이션만으로 음영지역을 없앤다? 

에릭슨이 HETNET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온 이유는 트래픽의 급증과 무선 인터넷 단말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통신망의 수용 능력(capacity)과 지원 범위(coverage)를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인가?’하는 고민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모바일 트래픽 급증으로 인프라 투자는 늘어나지만, 수익은 정체되는 것이 최근 전세계 통신사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딜레마입니다. HETNET은 인프라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투자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론 같은 것인데, 기존에 구축해 놓은 망의 경계에 효과적인 수요 계획을 세움으로써 마이크로셀과 피코셀만으로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마이크로셀은 사용자가 밀집된 지역에 설치돼 보다 조밀한 커버리지를 제공하고, 피코셀은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에 설치돼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둘을 같이 사용하면 매크로 기지국을 추가로 배치하는 것보다 비용은 훨씬 적게 들면서도 통신 품질은 향상시킬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 중요한 것이 정확한 수요 예측과 계획입니다. 통신사와의 협력을 통해 통신사의 네트워크 특성이나, 지역별 인프라 현황 등을 잘 알고 있어야 가장 효과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죠.

통신사들 상대의 설문조사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네트워크 커버리지’가 꼽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통신망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문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LG-에릭슨은 HETNET의 요점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연도 해보였는데, 그 내용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SON…통신망 자동 배치, 구성 그리고 치유

첫 번째 시연은 SON(Self Organizing Network)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에릭슨은 SON을 3단계로 보고 있는데 1단계가 self configuration(자동 배치), 2단계가 self organization(자동 구성), 3단계가 self healing(자동 치료)입니다.

1단계 시연은 도심의 어떤 지역에 피코셀을 추가 구축해야 될 때를 가정한 것이었는데, 본사 시스템에서 해당 지역의 장비 구성과 피코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 관련 정보를 보내면 엔지니어가 현장에 출동, 태블릿PC를 보면서 빠르게 피코셀 구축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도심 인구밀집 지역에 기존에 알지 못하던 음영 구간이 발견됐을 때 소형 기지국을 가장 쉽고 빠르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2단계 시연은 빌딩과 빌딩 사이에 새로운 건물이 생겼을 때를 가정한 것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램 상의 기존 네트워크 배치도에 새 건물을 설정(면적, 인원 등)해주면, RF 출력과 신호 감도를 어떻게 조정하면 되는지를 계산해 줍니다. 새 건물에 추가로 장비를 설치하지 않아도, 양쪽 빌딩에 설치된 장비를 조정하는 것만으로 새 건물과 건물 주변 지역에 안정된 통신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SON의 이러한 단계별 표준은 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 연구개발 중인데, 현재는 2단계 표준의 세부 사항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확정됐다고 합니다. 전세계 통신사들 가운데서 네트워크 고도화가 빠른 통신사들은 이미 2단계의 절반 정도까지 적용을 하고 있다는군요.

에릭슨은 이러한 SON을 직접 운영·관리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통신사들이 통신망 공급업체에 전체 운영·관리를 일임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데, 인프라 공급업체가 통신사가 보유하고 있던 네트워크 운영 인력 전체를 수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에릭슨의 경우, 통신사의 통신망 운영 전체를 책임지는 대표 사례가 홍콩과 호주입니다. “통신망의 성능을 어떤 수준으로 보장하겠다는 목표치와 계획을 평가하고, 현잔 테스트를 충분히 한 뒤 전권을 위임받는다. 전문 인력들이 네트워크를 최적화해서 운영하기 때문에 통신사 입장에서는 장애의 위험을 줄이면서 서비스 품질은 더욱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LG-에릭슨의 설명이었습니다.

MCA…더 빠르고 안정된 무선인터넷을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시연은 MCA(Mobile Cloud Accelerator)였습니다. 모바일 클라우드 가속은 무선 통신장비 분야 1위인 에릭슨과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분야 1위 아카마이의 손을 잡고 만들어 낸 것으로, 보다 빠르고 안정된 무선 인터넷 접속을 구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MCA는 세계에 그물처럼 연결된 아카마이의 유선 네트워크에 에릭슨의 무선통신 시스템이 연결돼 네트워크 상태가 가장 좋은 경로로 트래픽을 전송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모바일에서 웹 페이지 로딩 속도를 높이고, 로딩과 로딩 사이의 편차를 줄이고, 로딩 실패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시연에서는 MCA가 적용된 네트워크와 그렇지 않은 네트워크를 직접 비교했습니다. MCA가 적용된 네트워크에서 웹페이지를 더 늦게 클릭했음에도 더 빨리 접속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양쪽 단말에 어떻게 트래픽이 전송되는지도 실시간 그래프로 볼 수 있었는데, MCA가 적용된 네트워크에서는 그래프가 수평 상태에서 거의 변동이 없는 반면, 적용되지 않은 네트워크에서는 상하 편차가 매우 심한 그래프가 나타났습니다.

MCA를 적용하면 통신사는 망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아카마이의 CND이 좋은 트래픽 전송 경로를 찾아주므로, 통신사가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굳이 무선 네트워크 확충에 많은 비용을 쓸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만큼 운영비용(OPEX)도 줄어들 테고, 리스크도 줄일 수 있겠지요. MCA는 지난해 발표됐는데, LG-에릭슨은 올해 들어 국내 통신사들과 MCA 적용 여부를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LG-에릭슨 관계자는 “캐싱을 통해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 데이터를 가져다 놓기 때문에 원거리 서버에서 매번 가져오지 않아도 되므로 서비스 지연 현상을 줄일 수 있다. 무선 구간의 고객 등급이나 콘텐츠 종류에 맞게 우선 순위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통신사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MCA로 캐싱을 하게 되면 OTT 사업자의 트래픽 양을 줄이는 효과도 적지 않을 것 같군요. 

수익과 비용의 불협화음…해결책은?

LG-에릭슨 헨리 얀슨 고객 솔루션 및 고객관계 총괄 매니저는 코디네이션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통신사 무선네트워크의 전형적인 형태는 10%의 사이트가 매우 많은 트래픽을, 또 다른 10%가 적당한 트래픽을, 나머지 80%는 매우 적은 트래픽을 처리한다는 점이다. 트래픽의 특성을 잘 분석해서 코디네이션을 하면 어디에 스몰셀을 설치해야 하고, 망 관리의 초점을 어디에 둘 것이며, 전송망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최적화할 수 있다.”

2020년이 되면 500억개의 단말이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라고 합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가장 빠른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작년 한해에 8,000만대의 스마트폰이 팔렸고, 2015년에는 1억대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도시의 네트워크 트래픽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1900년에는 인구 1백만명이 넘는 도시가 전세계 16개에 불과했지만, 2012년 현재 442개입니다. 2008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매달 500만명 정도가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해 이미 도시 인구가 그 밖의 지역 인구를 모두 더한 것보다 많아졌습니다.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커버리지가 매우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에는 하나의 매크로셀 당 3개의 스몰셀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 예상대로 구축해도 트래픽을 다 처리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인프라를 늘릴 수 없는 것이 통신사들의 고민입니다. 네트워크를 사용한 만큼 요금을 매길 수는 없기 때문이죠. 반대로, 수익이 늘지 않으니 인프라 투자를 멈추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이제는 번호의 자부심이 아니라, 서비스 품질과 요금이 통신사를 선택하는 기준이니까요.

2015년이 되면 통신사의 비용이 수익 보다 높아질 지도 모른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습니다. 네트워크 장비 구축은 최소화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배치·설정함으로써 통신망의 효율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방법. 수익과 비용의 불협화음 속에서 고민하고 있는 통신사에게는 이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스마트TV나 보이스톡이 등장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으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영화를 누릴 수 없을 테니까요.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