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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이동통신네트워크

통신사들이여 '서비스의 자부심'을 빌려 써라!

[사람중심] 12월 31일 자정. 종로 보신각 앞에서 재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가족, 친구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냅니다. “올 한해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힘차고 건강하게!”. 메시지 내용을 입력하고, 타종 사진을 붙여 ‘보내기’ 버튼을 클릭합니다. ‘받는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에는 계속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못했습니다.’라는 안내가 뜹니다. 몇번을 다시 전송해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 12월 31일 자정 무렵의 보신각 앞에서 나의 문자메시지가 경쟁을 뚫고 전달되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이런 경험은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가 열리는 잠실야구장이나, 광화문광장에서 월드컵 경기를 볼 때나, 피서객으로 가득 찬 휴가철의 바닷가에서도 종종 겪게 됩니다.



명절연휴의 고속도로 같은 도심의 통신망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이동통신 인프라는 한정되어 있는데, 많은 사람이 같은 기지국에 접속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트래픽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평소보다 수십수백배의 자동차가 같은 시간에 몰려드는 명절연휴의 고속도로와 같은 것이죠. 통신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최대한 많은 가입자에게 안정된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온갖 기술을 동원한다고 해도 한계는 분명합니다.


특정 시기에 엄청난 수의 군중이 모이는 것을 고려해 평소 트래픽 처리량의 수십수백배나 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습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비용효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그래서 아무리 ‘명절 대비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한다고 해도 통신 인프라의 한계 때문에 서비스 이용자는 불만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동통신 서비스 고객의 절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용량이 큰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에 더욱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재야의 종 소리를 들으며 그냥 문자메시지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타종 현장을 비디오로 찍어서 SNS에 올린다거나, 영상통화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재야의 종 타종 현장은 통신대란의 현장이 될 수 있습니다.



통신사가 빌려 쓰는 이동통신 인프라 등장

그런데, 통신사가 이런 고민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했습니다. 무선통신 인프라, 솔루션 분야 세계 선두기업인 에릭슨이 '서비스로서의 스몰셀(Small Cell)'이라는 서비스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서비스로서의 스몰셀'은 통신사업자가 원할 때 사용자가 많이 몰리는 트래픽 핫스팟 지역에서 네트워크 용량을 늘려주는 서비스입니다. 100~200미터 범위 안에서 무선접속 노드를 늘려주는 스몰셀 장비를 구축해 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특정 지역의 트래픽 적체 현상을 해소해준다는 개념입니다. 통신사업자는 특정 범위에서 평소보다 트래픽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불필요한 네트워크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특히 에릭슨이 파트너사가 스몰셀을 구축해놓고 여러 통신사에게 서비스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과도한 투자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에릭슨은 "서비스로써의 스몰셀은 매크로 셀을 추가로 구축하기 어려운 초고밀도 환경에서, 통신사업자들이 비디오 같은 고용량 트래픽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캐리어급 WiFi, 전용 미디어 콘텐츠, 광고 및 OTT 서비스도 수익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프라 구축 대비 훨씬 적은 비용만 지출하면, 인파가 몰리는 도심지나 경기장, 공연장 등에서 무선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품질을 보장하는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에릭슨은 몇 년 전 ‘헷넷(HetNet: Heterogeneous Network)’이라는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매크로셀 영역 내부 특정지역에서 사용자 수와 트래픽 수요에 따라 원격무선장비(RRH), 피코(Pico) 기지국, 릴레이 및 펨토 기지국 같은 스몰셀을 배치해 단위 면적당 셀 용량을 늘리고, 매크로셀 경계지역에 위치한 단말기의 서비스 품질을 높여주는 기술입니다. 도심지에 촘촘히 들어서 있는 대형빌딩들 사이에 음영지역이 존재하거나, 건물과 건물 사이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을 때 스몰셀을 효과적으로 배치해서 음영지역을 없애는 것이 목적입니다.

번호의 자부심?…서비스의 자부심!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면, 특정 범위 안에서 고객이나 그 고객의 서비스 특성에 맞춰 스몰셀을 배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추가로 장비를 설치하지 않고, 주변에 설치된 스몰셀의 RF 출력과 신호감도를 조정하는 것만으로 통신서비스의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에릭슨은 기존 네트워크 배치도에 건물의 형태와 면적, 인원 등을 입력하면 스몰셀 설정을 어떻게 조정하면 되는지 계산해주는 소프트웨어도 시연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엄청난 양의 트래픽이 소모되는 시기에 초고속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처럼 네트워크를 사용한 만큼 요금을 매길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해진 이용료만 받으면서 마냥 네트워크 인프라를 늘릴 수도 없는 것이 통신사업자의 고민입니다. 하지만,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해서 서비스 품질을 포기한다면 고객의 마음을 붙잡을 수 없습니다.


이제 '번호의 자부심'은 없어졌습니다. 통신사들이 '서비스 품질 경쟁'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통신사들마다 이동통신 기술과 커버리지를 자랑하는 광고,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고객에게 '서비스의 자부심'을 주기 위해 통신사들도 '네트워크 서비스'를 빌려 써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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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