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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전략과 정책

비디오 콘텐츠와 네트워크가 공존하는 법

[사람중심] 시스코시스템즈는 지난주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 아시아 엑스포 2010>에 맞춰 두 가지 발표를 했는데, 하나는 3G, LTE, WiFi 네트워크를 하나로 통합해서 운영할 수 있는 모바일 패킷 코어 플랫폼 <ASR 5500>을 출시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국 최대의 케이블방송 사업자인 오리엔탈케이블네트워크(OCN)가 시스코의 ‘비디오스케이프(Videoscape)’ 플랫폼을 도입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OCN 관련 발표는 다분히 행사가 열리는 장소인 중국 시장을 고려한 것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시스코는 이번 행사에서 통신사업자 수익 확보와 관련해 N-스크린 서비스를 중요하게 강조했고, 비디오스케이프는 N-스크린 전략을 포함해 시스코 비디오 네트워킹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디오스케이프는 ‘클라우드(Cloud), 네트워크(Network), 클라이언트 기기(Client Device), 이 세 가지 요소를 통합해서 풍부한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오픈 플랫폼’입니다.


시스코는 이 플랫폼을 발표하면서 “통신사업자들은 비디오스케이프를 활용해 가정용 텔레프레즌스(대화면 영상통화), 비디오 속의 전자상거래 등과 같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전형적인 네트워크 및 기기 사용 행태를 벗어나 장소와 기기에 구애받지 않는 확장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시스코 동영상 전략의 뼈대, ‘비디오스케이프’ 플랫폼

시스코는 오래 전부터 '비디오 네트워킹', '비디오 인식 네트워크' 같은 용어를 써 왔습니다. 네트워크와 서비스에서 동영상 콘텐츠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사용자와 콘텐츠를 인식해 동영상 서비스의 품질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사용자가 최고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용자 경험은 고객이 해당 서비스(통신사)를 떠나지 않도록 만드는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번 <모바일 아시아 엑스포>에서도 ‘비디오’는 시스코가 강조하는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비디오스케이프는 시스코 비디오 전략의 뼈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비디오는 통신사 입장에서 보면 좋은 수익성을 보장하기도 하지만, 네트워크 리소스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이 간극을 어떻게 줄이느냐는 네트워크 비용 문제로 고심하는 통신사들에게 중요한 숙제가 될 것입니다.


지난주 상하이에서 시스코 본사에서 비디오&커넥티드 라이프 솔루션 오퍼레이션 디렉터인 비쉬 아이예르(Vish Iyer)와 인터뷰를 하면서 시스코 비디오 네트워킹 전략과 관련해 궁금한 점을 문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에게 던진 첫 질문은 “시스코의 N-스크린 전략은 어떤 것인가?”였습니다. N-스크린은 최근 한국의 공중파 및 케이블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의 콘텐츠 사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주제입니다. 대형 방송사들이 제휴해 콘텐츠 공급 업체를 출범시켰고, 통신사, 케이블 방송사들과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비쉬 아이예르 디렉터는 N-스크린의 4대 요소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스코의 비디오 네트워킹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콘텐츠, 클라우드 저장공간, 네트워크 성능, UI가 그가 꼽은 N-스크린 서비스의 4대 요소입니다. 물론, 이 가운데 '콘텐츠'는 당연히 서비스 공급업체의 몫입니다. 


클라우드, UI, CDN

시스코는 나머지 세 개 영역에서 서비스 공급업체(SP)의 비디오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데, 우선 클라우드 저장공간은 이용자가 시간, 장소, 단말에 구애받지 않고 비디오 서비스를 열어 볼 수 있게 해주는 물자 보급 창고 같은 것입니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용 통합 컴퓨팅 시스템 UCS와 가상 서버의 원활한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스위칭 기술 등을 공급해 SP들이 비디오 서비스를 위한 콘텐츠 보급 창고를 쉽고 빠르게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사용자 환경(UI)은 사용자가 어떤 단말에서 비디오 콘텐츠를 이용하더라도 똑같은 화면 구성으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친숙하고 편리한 서비스라는 느끼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시스코는 이를 위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UI 기술 외에도 NDS를 인수해 UI 기술력을 강화했습니다. NDS의 UI 기술은 SP가 '매우 사용하기 쉬운' UI를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장점이라고 하는군요.


마지막으로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ontents Delivery Network, CDN)입니다. N-스크린을 위한 네트워크 성능은 가능한 한 사용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콘텐츠를 가져다 놓는 캐싱 기술 그리고 사용자의 단말 및 접속한 네트워크 상태를 인식해 그에 맞게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어댑티브 비트레이트(adaptive bit rate) 기술을 통해 구현됩니다. 


어댑티브 비트레이트는 모바일 단말로 접속한 사용자의 네트워크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낮은 비트레이트의 콘텐츠를 전송해 화질을 조금 나빠지더라도 비디오 서비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데이터 통신과 달리, 비디오에서는 잠시만 서비스가 끊어져도 방송사고가 일어나는 셈인데, 이런 상황을 막아 줄 수 있는 것이죠. 


네트워크를 아껴 쓰면서 비디오를 서비스하는 기술

비디오 네트워킹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얼마나 네트워크를 절약할 수 있는가?’라고 합니다. 같은 네트워크 리소스 안에서 최대한 많은 사용자에게, 최대한 안정적인 서비스를 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예르 디렉터는 “비디오 네트워킹은 단순히 고화질 콘텐츠를 전송하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화면 크기가 작은 단말일 경우에는 패킷량이 적은 콘텐츠를 보내면 네트워크 리소스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페이싱(pacing)’이라는 기술이 재미있었습니다.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버퍼링을 할 때 말 그대로 ‘페이스를 맞추는’ 기술입니다. 이와 관련해 <모바일 아시아 엑스포>의 시스코 전시부스에서는 페이싱 기술의 시연을 볼 수 있었는데, 기존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자주 접했던 스트리밍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시스코 관계자는 “고객이 60분짜리 동영상을 5분만 보다가 서비스 이용을 중단할 수도 있는데, 60분 분량 모두를 버퍼링하는 것은 네트워크 낭비다. 시스코의 페이싱 기술은 고객이 보고 있는 지점보다 조금씩만 더 버퍼링할 수 있도록 버퍼링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동영상 스트리밍에서 소비되는 네트워크 리소스를 30%나 절감할 수 있다ssrnsdy.


엔드-투-엔드 솔루션, 풍부한 전문인력

아이예르 디렉터는 시스코 N-스크린 전략이 여타 네트워크 및 비디오 솔루션 공급업체들과 다른 점을 엔드-투-엔드 솔루션, 뛰어난 사용자 경험, 비디오 전문인력의 규모라고 말했습니다.


우선,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솔루션을 갖고 있다는 점이 시스코가 내세우는 부분입니다. 시스코는 오랜 기간에 걸쳐 동영상 콘텐츠와 관련된 업체들을 인수해 왔는데, 지난해 인수한 BNI는 비디오 종류에 상관없이 대규모로 여러 단말에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회사입니다. 또 올해 초에는 디지털 저작권 및 UI분야에 강점을 가진 NDS를 인수했습니다.


사용자 경험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되는데, 그 하나는 모든 유형의 단말에서 똑같은 UI로 비디오 콘텐츠를 서비스할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비디오스케이프 플랫폼이 SNS나 B2B 애플리케이션에 쉽게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해서 사용자의 경험을 향상시키면 N-스크린이 ‘비디오 콘텐츠 딜리버리’를 넘어 수익창출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더군요.


비디오 사업 지원 인력의 규모는 연간 10억 달러에 이른다는 시스코 영상 비즈니스의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합니다. 비쉬 아이예르는 “시스코는 비디오 사업 분야에만 7,000여명의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인력들이 각 나라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해당 지역의 통신사업자들이 시스코 비디오 네트워킹 기술을 도입하고자 할 때 즉시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디오스케이프는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SP들이 종합적인 전략을 세우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시스코의 주장인데, 미국 AT&T, 캐나다의 텔러스, 호주의 텔스트라, 노르웨이의 텔레노어 같은 대형 SP들이 시스코의 비디오스케이프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동영상 서비스 전략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는 KT가 비디오스케이프 플랫폼을 구축 중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