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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플랫폼/모바일

HP ‘모바일OS 사업’ 포기, 기업용SW는 강화

【사람중심】 HP가 모바일 단말용 운영체제인 웹 OS(Web OS)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또,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PC 사업도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P는 미국 현지 시각으로 18일, 2분기 실적을 하향조정하고, 웹 OS 사업을 폐쇄한다고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HP가 이 같이 결정한 것은 웹 OS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PC 사업은 매출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잘 되는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레오 아포테커 HP CEO는 “과감한 조치들이 소프트웨어와 정보산업 안에서 HP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고, 주주들에게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웹 OS는 초창기 전세계 PDA 산업의 성공을 이끌었던 팜(Palm)에 이용됐던 OS입니다. HP는 2010년 팜 인수를 완료하면서 웹 OS 사업에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당시 HP의 발표는 태블릿, 노트북,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단말에 웹 OS를 채택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노트북, 태블릿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OS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 있어 절대적인 역할을 했던 HP의 이 같은 발표는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HP가 당시까지 노트북·태블릿 PC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기업인 데다가, 오랫동안 개선되어 온 웹 OS가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던 터라, 모바일 OS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탄생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까지도 흘러 나왔습니다.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밀리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또 하나의 악재가 더해졌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죠.

하지만, HP는 결국 지난 달 시장에 첫선을 보인 태블릿 ‘터치패드’와 웹 OS 기반 스마트폰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터치패드’는 매우 저조한 실적을 보여 가격을 100달러대로 낮추는 걸단까지 있었으나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PC 시장 1위 기업이 “모바일 단말에 우리 OS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한 지 채 2년도 안 되어 사업 포기를 천명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데, 외신들은 레오 아포테커 CEO가 그간 사양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계속 주장해 왔다는 점을 들어, 이번 발표가 이미 예고돼 왔다고 논평을 하고 있습니다.

웹 OS 사업 포기와 함께 또 한가지 놀라운 소식은 HP가 우리 돈 약 11조 원(102억 5,000만 달러)을 주고 영국의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Autonomy)’를 인수하기로 한 것입니다.

오토노미는 ‘베이지안(Bayesian)’이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기업 내 검색 및 언어 인식 분야에서는 거의 독보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핵심 사업은 ‘의미 기반 인식(meaning-based recognition)’인데, 규제 민감형(compliance-sensitive) 문서를 확인하고, 이를 저장하기 쉽도록 분류해 나중에 베이지안 기술로 다시 검색합니다.

오토노미는 또 세계 최대의 퍼블릭 클라우드 IDC 중 하나를 운영하고 있는데, 수 페타바이트(PB)나 되는 기업의 규제 민감형 문서를 보관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IDC는 오토노미를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검색 및 발굴(search and discovery)’ 전문업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기업의 데이터 양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정부의 각종 규제에 의해 일정 기간 동안 데이터를 보관하는 것이 의무화되는 상황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HP는 최근 몇 년 간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를 강조해 왔고, 올해 실시간 정보 분석에 강점을 지닌 버티카를 인수해 대용량 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오라클, EMC, IBM 등과 본격 경쟁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이번에 오토노미까지 인수함으로써 최근 관심이 높은 비정형 데이터 처리에서 더욱 강점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오랫동안 세계 1위를 달리던 PC 사업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충격적인 발표도, 클라우드 컴퓨팅과 데이터 폭발의 시대를 맞아 발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해가는 모습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IT 시장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에게도 영원히 안주할 수 있는 시장은 없는 모양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