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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플랫폼/모바일

아이패드는 신문도 나온다는데…

【사람중심】 아이패드용 신문이 나온다는 소식이 어제 하루 동안 화제가 됐습니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이 19일 창간하는 아이패드 전용 신문 창간 행사에 스티브 잡스가 참석한다는 것입니다.

'더 데일리'로 이름 붙여진 이 아이패드 전용 신문에 루퍼트 머독은 더 데일리 창간과 관련해 “가장 흥미로운 프로젝트”라고 기대감을 나타냈으며, 약 3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기자도 100명 가량 뽑을 것이라고 하는군요. 뉴스코프는 시가 총액 측면에서 세계 최대의 미디어 복합 기업입니다.

‘더 데일리’는 오로지 애플 아이패드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만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외신들이 “더 데일리는 루퍼트 머독과 스티브 잡스의 합작품”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루퍼트 머독 소유의 월스트리트저널 등 많은 종이 신문이 스마트폰과 아이패드용 어플을 제공하지만, 아이패드용으로만 제공되는 뉴스는 ‘더 데일리’가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아이패드 전용 신문 창간 소식을 접하면서 콘텐츠 시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고 그 효과를 실감하면서 국내 시장에도 앱스토어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됐습니다. 단말 제조사와 통신사를 막론하고 앞다투어 자신들이 주도하는 앱스토어 구축 계획을 밝혔고, 한 통신사는 글로벌 앱스토어 구축을 주도하겠다는 발표까지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폰이 몰고 온, 가히 태풍이라 할 만한 열기에 허겁지겁 스마트폰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런 저런 어플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후속타로 터져 나온 아이패드에는 아직 스마트폰만한 대응을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아이패드용으로도 적지 않은 게임과 전자 책 그리고 전자 잡지들이 나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기존 스마트폰 시장의 확장이 아니라, 태블릿의 새로운 시장으로 여겨지는 전자 잡지나 교육 콘텐츠 측면에서는 아직 그 양이나 다양성이 초보적인 수준이라는 평가입니다.

한 전문가는 “종이 신문들이 아이패드용으로 제공하는 앱이라는 것이 스마트폰에 제공하던 앱을 조금 큰 화면으로 옮겨놓은 경우가 많다”면서 “교육이나 전자 잡지 등 태블릿의 특성과 좀 더 잘 맞아떨어지는 분야의 콘텐츠들이 많아지고 다양해져야 태블릿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형성되기 시작한 국내 태블릿 시장에서는 콘텐츠로 매력을 어필하기 힘들다 보니 보조금이 고객을 유혹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 예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은 아이패드보다 제조원가는 20% 정도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고가는 훨씬 비싸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고객을 붙들어놓을 자신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해외 미디어나 블로거들이 갤럭시탭을 평가할 때 종종 ‘갤럭시탭의 하드웨어는 인상적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갤럭시탭에서 하는 일이 대부분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확대해서 사용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합니다.

이 같은 평가는 아이패드 크기에 맞게 만들어진 전자 잡지 등을 갤럭시탭에서 이용하면 손가락으로 확대를 해서 봐야 된다는 데 기인한 것으로, 아이패드를 중심으로 태블릿 콘텐츠를 바라보기에 나오는 평가이기는 합니다. 아이패드를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를 중심으로 갤럭시탭의 가능성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주류와 달리 새로운 크기의 태블릿을 내놓으면서 차별성이 무엇인지 보여 줄 콘텐츠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 기존의 틀을 중심으로 갤럭시탭을 평가하는 상황을 불러왔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7인치가 더 좋은 해답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이전에 콘텐츠의 문제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내비게이션으로 쓰기에 딱 좋은 크기라거나, 전자 책을 보기에 좋다거나 하는 것은 분명히 장점입니다. 그렇지만, 기존 콘텐츠를 이용하기 좋다는 점 외에, 새로운 단말에 최적화된 새로운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경쟁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 아닐까요?

여러 태블릿 단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신문 어플이 나온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입니다. 이 단말이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서 6~12세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에 가장 기대하는 선물로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를 제치고 아이패드가 1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어린아이들이 아이패드라는 단말 자체가 예쁘거나 탐나서 선물받기를 기대한 것은 아닐 겁니다.

모바일 단말 최강국의 명성에 어울리는 태블릿 콘텐츠 시장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