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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플랫폼/모바일

종이 신문 vs. 아이패드

【사람중심】 오는 19일, 세계 제일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프가 아이패드 전용 신문 ‘더 데일리’를 창간합니다.

월스트리스저널에 폭스뉴스까지 보유한 전통 미디어 산업의 최강자가 태블릿 단말용, 그것도 아이패드라는 단일 제품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전자 신문을 내놓는다는 사실은 새해 벽두에 들려 온 가장 흥미진진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패드가 게임, 전자책 등 기존 스마트폰 콘텐츠 외에 교육 콘텐츠, 전자 잡지 같은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만들어낸 것에 이어 ‘전용 신문’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아마도 신문사의 스마트폰용 어플을 좀 더 큰 화면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자 책, 전자 잡지를 스마트폰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태블릿에서는 화면을 일일이 확대할 필요 없이 한 화면에 종이 책이나 종이 잡지처럼 한 쪽을 온전히 담아서 볼 수 있었습니다. 태블릿에서 신문도 이 같은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단순히 오프라인 신문, 온라인 신문으로 구분하던 기존의 틀에 ‘휴대용 온라인 신문’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아이패드용 신문을 놓고 미국 현지에서는 이 새로운 시도가 종이 신문 시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에 더욱 관심이 큰 것 같습니다. 태블릿 전용 신문이 종이 신문의 수입 감소를 얼마나 만회할 수 있을지, 종이 신문의 유통 방식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가늠해보는 최초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과 뉴스코프의 합작품이 기존 종이 신문의 광고 수입 감소를 얼마나 만회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논평하기도 했습니다.

아이패드 출시를 계기로 아이패드에 초점을 맞춘 전자 책, 전자 잡지가 나올 때 출판사들은 위기가 올 것을 염려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종이 신문의 입장에서는 조금 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신문은 다른 미디어, 다른 광고 매체 등 같은 역할을 하는 다른 형태의 매체들과 비교해 각각의 시장에서 가장 앞선 지배력을 보여 왔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신문이 종이 신문에 도전했고 나름의 영역을 구축한 것도 사실이지만,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이 신문과는 분명히 구분되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론, 인터넷 신문이 신문의 이용 방식을 많이 바꾸어 놓은 것이 사실이지만, 태블릿용 신문은 기존 인터넷 신문과 같은 부류로 묶을 수 없는 새로운 파급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잡지의 경우, 태블릿용 잡지가 종이 잡지처럼 화면에 잡지 한 페이지를 고스란히 띄워놓고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면서 꽤 큰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연결됐을 때 접속해서 기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들고 다니면서 이용할 수 있기에 기존 잡지와 비교했을 때 나은 점은 많으면서도 부족한 점은 모두 제거됐기 때문입니다.

태블릿용 전자 잡지는 등장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기존 잡지를 대체할 수도 있는 새로운 미디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물론 잡지는 모든 사람이 읽는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종이에서 태블릿으로 대체되기 더 쉽다는 조건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태블릿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지게 된다면, 잡지들이 이 수많은 사용자 쪽에 보다 무게를 싣게 되는 것도 허황된 얘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생각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인데, 우리나라에서만 이미 지난 해에 700만 명이 들고 다니는 단말이 됐습니다.

아이패드용 신문도 비슷한 맥락에서 예측해 볼 수 있겠습니다. 종이 신문처럼 큰 화면은 아니지만, 잡지와 같은 방식으로 불편하지 않게 기사를 읽을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손에 들고 다니면서 최신 뉴스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종이 신문의 장점과 최신 뉴스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인터넷 신문의 장점이 결합됐다고나 할까요?

집과 사무실에서 종이 신문을 볼 수 있고, 인터넷에서도 신문을 볼 수 있지만 개개인이 들도 다니면서 보는 것은 분명 새로운 시장입니다.

신문이나 잡지를 읽는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로서의 태블릿이 아니라, 태블릿이 신문이나 잡지의 이용 행태를 바꾸는 새로운 플랫폼이 되지는 않을까요? 닌텐도가 게임을 이용하는 방식을, 구글이 광고를 제공하는 방식을, 신용카드가 현금을 사용하는 방식을 바꾸는 플랫폼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단순히 하나의 옵션이 추가된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패턴의 변화 즉 해당 산업의 작동 방식을 바꾸었던 ‘플랫폼의 변화’는 늘 혁명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뉴욕타임즈의 CEO가 “언젠가 종이 신문의 발행을 중단할 것이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가장 보수적이고, 기존의 유통 방식이 깨어지지 않는 종이 신문에도 플랫폼의 변화라는 혁명이 도래하게 될 지, 참으로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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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