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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근거리무선통신,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품는다

- ‘구글 월릿’이어 애플․MS도 개발에 박차, KT·SKT도 도입 움직임

【사람중심】 모바일 단말의 용도가 빠르게 확장되어 가는 가운데,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이 모바일 결제의 요소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어 머지않아 이에 기반을 둔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최근 구글은 근거리무선통신(Near Field Communication, 이하 NFC) 모바일결제 서비스인 ‘구글 월릿(Google Wallet)’을 시작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시티 마스터(Citi Master), 스프린트(Sprint), 퍼스트데이터(FirstData) 등 관련 기업들과 손을 잡고 제공하는 것으로, NFC 기술을 활용해 이동전화 단말기로 금융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애플은 아이폰 5에 NFC 기능을 넣을 예정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독자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아이폰 이용자를 자사의 금융 체계 속으로 끌어들일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에서 앱을 이용해 금융 거래를 하는 이용자들이 자사 플랫폼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IT 산업의 또 다른 한 축인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최근 윈도 8 프리뷰 버전 시연에서 모바일 결제와 관련된 내용을 선보였습니다. 윈도 8에 탑재된 NFC 기능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바일 지갑에 활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NFC 기반 모바일결제 시스템에 관심이 높습니다. KT는 아이폰4 전용 NFC 케이스를 출시하고, SK텔레콤은 NFC 내장 유심(USIM) 카드를 개발해 NFC 기능이 없는 모바일 기기에서도 NFC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도 추진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정책연구실 김태현 전문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방송통신정책(제 23권 18호)」에 실린 ‘초점:NFC 모바일결제서비스 생태계와 TSM의 역할 논의’에서 NFC 모바일결제 서비스의 원활한 정착과 시장 확대를 위한 TSM(Trusted Service Manager)의 역할 및 해외 동향을 분석했습니다.


TSM은 모바일결제 서비스에서 고객들이 상점에서 모바일 기기로 결제한 거래 데이터가 안전하게 통신사를 거쳐 금융기관에 전송되도록 해주는 서비스 사업자 혹은 기관을 뜻합니다. NFC와 함께 모바일결제의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구글에 TSM 솔루션을 공급한 기업이 SK C&C입니다.       

TSM의 표면적 역할은 ‘안전성을 담보하는 데이터의 전송 및 처리 서비스’로 정의되지만, 실제로 생태계에서는 다수의 이동통신사업자와 다수의 금융기관, 다수의 이용자와 다수의 참여 사업자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함으로써 전체 NFC 모바일결제서비스가 작동할 수 있게 해주는 중추가 됩니다.

이러한 기대감 때문인지 프로스트 앤 설리번은 TSM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15년 연 3억 3,000만 유로에 이를 것이며, 2010년~2015년 동안 연평균 74%나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또한 TSM이 초기에는 기술 측면에 집중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시장이 성숙될수록 NFC 서비스 이해관계자들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면서 ‘비즈니스 형성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KISDI 김태현 연구원은 NFC 모바일결제 서비스의 대표 사례인 펠리카(FeliCa), 월릿, 아이시스(Isis) 등도 분석했습니다. FeliCa는 개발한 기술을 TSM인 펠리카 네트웍스(FeliCa Networks)를 통해 개방․공유함으로써 확산될 수 있었는데, 최근 들어 구글이나 아이시스도 플랫폼을 개방하겠다고 공표하는 등 개방형 생태계를 통해 시장이 발전해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NFC 모바일결제 서비스 발전의 기초가 되는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에서도 TSM의 역할은 필수적입니다. 통신사업자와 금융기관을 연결하고, 응용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TSM의 역할이고, 이러한 환경이 전제가 되어야 모바일결제 서비스가 조기에 확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 연구원은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위험 분산 측면에서도 제 3의 사업자(서비스) 활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사업자들, 금융기관들, 결제기술 제공업체들 모두가 NFC 모바일결제 서비스에 있어 TSM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선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서도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상황입니다. 사용자 측의 결제수단인 단말과 생태계를 이어주는 서비스 플랫폼을 모두 보유할 수 있다면 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테니까 말입니다.

NFC의 잠재적 이용 가치는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양방향 P2P(Peer to Peer) 기술을 접목하면 결제를 넘어서 마케팅, 정보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신용카드 보다 편의성이 높고,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여러 서비스가 통합되면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겠지요.

KISDI 보고서는 “TSM은 이러한 응용서비스 제공의 기반이 되는 동시에, 시장 확산의 기초가 될 것이다. 향후 NFC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논의하는 기초로 TSM의 적정한 도입형태 및 방안, 규모 등과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해 모바일 결제를 하는 서비스가 조만간 확산된다고 하니 문득 친한 선배 한 분이 생각납니다.

그는 전자결제, CDN, 이동전화 컬러링, 인터넷 메신저의 VoIP 서비스 등을 개발했는데, 모바일과 인터넷, 통신에 두루 해박한 사람이었습니다. 여러 분야의 역량을 소유한, 쉽지 않은 인재였고 몸담았던 회사들이 크게 성공한 경우도 많았지만 정작 본인은 ‘남 좋은 일’만 하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래서 늘 기술을 개발하고 안정화가 되면 그 조직에서 밀려나곤 했죠.

그런데 이 선배가 2년 전쯤 제게 블루투스나 지그비(ZigBee)를 이용한 전자결제 방식을 개발해 보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 전자결제를 할 때 휴대폰으로 인증번호를 받아서 PC에 입력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동전화로 인증번호가 뜨면 블루투스를 통해 이것이 저절로 PC에서 인식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 선배의 설명은 “이동전화는 보안이 강력하기 때문에 인증번호가 해킹당할 우려가 없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PC 옆에 있을 때 인증번호가 이동전화로 전송되는 순간 바로 PC에 보내면 보안 측면에서도 완벽하고, 편의성도 매우 뛰어나 전자결제를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NFC 기반으로 이동전화에서 직접 결제를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해 전자결제에서 번거롭고 위험한 부분을 해소하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는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선배는 결국 투자자를 찾지 못해 개발을 마무리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근거리무선통신을 이용해 모바일 전자결제를 한다고 하니 새삼 ‘그 선배가 고수는 고수였나 보다’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술이건 컨셉이건 결국은 그것이 성공할 ‘때’는 따로 정해져 있나 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