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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LTE 경쟁 본격화…쓸 테면 써 봐라?

[사람중심] 새해 벽두부터 통신 시장은 온통 LTE 이야기 일색입니다. 우리나라가 콘텐츠나 서비스 보다는 ‘네트워크’ 그 자체에 열을 올린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통신사들이 ‘LTE=고품질서비스’라는 등식을 강조해 왔고, KT가 오늘부터 LTE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니 LTE가 아닌 통신 서비스 기사는 보기가 힘들 정도네요.

언론들은 ‘LTE냐! 와이브로냐!’를 외치던 것에서 방향을 선회해 ‘통신3사, 새해부터 LTE 경쟁 본격화’로 테마를 조정했습니다. KT가 어제 LTE 서비스 개시 선언을 했고, 여기에 대응하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전략도 나올 테니 당분간은 쏠쏠한 재미가 있는 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LTE, ‘빠른 것’이 곧 서비스?
그런데, LTE의 서비스 이야기는 찾아보기가 힘이 듭니다. 영화 한편 내려받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고, 1분에 음악파일 몇 개를 내려받을 수 있다느니 하는 기사들은 서비스를 다루었다기 보다는 LTE의 공식적인 기술 사양을 설명한 것입니다.

LTE에서 어떤 서비스가 가능해지는지, 단순히 노는 것 외에 우리 생활에 어떤 점이 달라지는지 하는 얘기들은 없습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뒤를 받쳐주고, 통신사들이 사업권을 쉽게 획득했던 ‘디지털 홈네트워크 서비스’ 같은 경우는 다양한 차세대 서비스의 비전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나라 통신사들이 그런 쪽으로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건 LTE에서만 국한됐던 얘기는 아닙니다. 대형 통신사들만을 철저히 감싸고 도는 우리나라 통신 정책의 특성상 ‘서비스’보다는 이른 바 ‘빨랫줄’만 가지고 장사를 해온, 통신사의 체질 문제니까요. 그나마 LTE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의 확산으로 빨리 시작한 편입니다. 3G 서비스는 다른 통신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훨씬 늦게 시작됐으니까요.


그런데 LTE와 관련해 더욱 심각한 고민은 ‘과연 이것이 좋은 서비스인가?’하는 점입니다. LTE에는 늘 ‘차세대’ 아니면 ‘고품질’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데, 우리나라가 워낙에 ‘통신 속도’를 절대 적인 기준으로 따지는 편이라 이런 표현을 더욱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LTE, 신기술로 망 구축하고 요금은 올리고
통신사들은 LTE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했습니다. 네트워크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어갔고, 무제한 요금제가 유지되면 트래픽이 급증할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LTE 스마트폰 광고에 매료되어 단말을 바꾼 소비자들은 요금폭탄을 맞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습니다. ‘쓸 테면 써 봐라’는 게 LTE 서비스 전략일까요?

우리 통신사들은 “요금을 제대로 받아야, 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논리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릅니다. 돈 벌게 해주면 통신망·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건데, 이 논리는 어떻게 보면 협박입니다.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 그만큼 통신 장비의 수도 줄고 운영·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어듭니다. 통신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가상화·클라우드 기술 기반의 LTE망을 구축했다’고 자랑을 합니다. 보다 경제적인 투자로 더 좋은 성능의 서비스를 하고, 망의 안정성도 높아졌다고 말입니다. 그런데도 왜 요금은 올라가는 걸까요?

물론, 초기에는 투자비가 많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용자가 일정 규모를 넘어섰을 때 통신비를 내리지는 않습니다. 투자는 미래에 수익을 예상해서 지금 지출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 통신사들의 LTE 투자는 ‘돈 놓고 돈 먹기’에 지나지 않은 것이군요.


통신 이용자 위한 정책은 언제쯤?
우리 통신사들이 획기적인 서비스들을 개발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돈을 잘 벌면 투자를 많이 해서 저렴하고 좋은 서비스도 만들게 된다’는 것이 통신사들의 논리인데, 지금까지 통신사들의 행태를 봤을 때 시장에 규칙(요금)이 정해지고 돈도 벌었는데 굳이 손해를 감수하고 서비스·콘텐츠에 투자할 것 같지는 않군요.

2월에 CJ헬로비전을 시작으로 드디어 국내에도 MVNO가 출범합니다. 외국에는 다 있는 MVNO이지만, 통신 1등 국가에서는 이제 시작입니다. 그렇지만, 빅3를 얼마나 견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망중립성 같은 제도들에서 MVNO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나, MVNO의 불리한 출발이나 그 이유는 모두 정부가 빅3만을 철저히 감싸고 도는 데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엄청난 부채에 허덕이던 BT가 혁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 정부가 망 중립성 정책을 철저히 관철시켰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이용과 관련해 기득권이 없어진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콘텐츠·서비스 개발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통신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정책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게 되는 때는 언제쯤 오게 될까요?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