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국내 대기업들이 기업용 무선랜 시장에 뛰어들까요?
최근 업무효율 향상, 비용 절감 등의 목적으로 스마트 워크(smart work)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기업과 공공기관들의 무선랜 구축 및 업그레이드도 활발해지고 있는 분위기인데,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자체 브랜드 무선랜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무선랜은 스마트 워크 또는 FMC(Fixed Mobile Convergence)를 구현하는 필수 인프라입니다. WiFi가 지원되는 휴대전화 단말에 사무실의 개인전화(무선 VoIP)를 통합하고, 다양한 모바일 기기로 업무에 접속할 수 있게 하려면 안정성이 보장되고, 똑똑한 무선랜을 갖춰야 합니다.
KT의 FMC(Fixed Mobile Convergence) 서비스 관계자는 “안정성과 보안이 유선 못지않고, 네트워크 정책 설정이나 관리를 유선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무선랜을 구축했는지가 FMC를 추진할 수 있는 선결 요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삼성전자(네트워크 사업부)와 LG-에릭슨이 이 무선랜 시장에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설이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FMC를 구현하는 핵심 인프라 가운데 하나인 IP PBX를 보유하고 있고, 국내 기업 및 공공기관 고객의 절대 다수를 확보하고 있는 두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체 브랜드 무선랜을 가질 경우 사업성이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에릭슨이 당장 자체 브랜드 무선랜으로 FMC 시장을 공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삼성전자, 콘트롤러 개발 시도-현재는 중단?
우선 삼성전자는 이미 무선랜 AP(액세스 포인트)는 자체 보유하고 있습니다. 과거 삼성 계열사 가운데서는 삼성전기가 무선랜 사업을 주도했지만,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도 무선 AP를 직접 개발해 일부 영업도 해왔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간 무선 AP들을 통합 운영·관리하는 무선랜 콘트롤러를 개발하려는 시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에 정통한 IT 업계 인사는 “삼성전자가 무선랜 콘트롤러 개발을 하지 않겠다거나, 포기하겠다고 얘기한 적은 없다”면서, “다만 최근 개발을 시도했으나 예상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일단은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세계적인 벤더와 견줄만한 수준의 무선랜 콘트롤러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삼성전자가 마음먹고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면서, “하지만, 수익성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가 무선랜 콘트롤러를 직접 개발한다고 해도 이것이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할 목적은 아닌 것으로 얘기됩니다. 그렇다면 결국 국내용으로 개발하는 것인데, 예상되는 사업의 규모를 고려하면 투입되는 노력과 비용의 부담이 클 것입니다.
LG-에릭슨, OEM 방식으로 자체 브랜드 준비중
LG-에릭슨은 자체 브랜드 무선랜 확보에 보다 적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LG-에릭슨은 과거 LG-노텔 시절에 노텔의 무선랜을 취급하기는 했지만, 현재는 무선랜 사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최근 FMC, UC 사업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무선랜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OEM으로 자체 무선랜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공급키로 한 것입니다.
LG-에릭슨 관계자는 “외산 벤더로부터 OEM으로 무선랜 장비를 공급받아 국내에 공급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회사 로고만 붙여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기능이나 성능을 벤더 측에서 수용해 LG-에릭슨 브랜드로 공급하는 방식이다”고 설명했습니다.
LG-에릭슨은 우선 SMB용 제품부터 출시할 계획이며, 엔터프라이즈용 무선랜 공급은 분위기를 보면서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회사 측은 이를 위해 무선랜 사업의 경험이 풍부한 모 국내 업체와도 협력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FMC 토털 솔루션 보유’ 매력 vs. ‘완성도·사업성’ 미지수
IP PBX를 공급하는 대기업 입장에서 무선랜은 구미가 당기는 솔루션입니다. 최근 들어 FMC 사업을 통신사가 아닌, IP PBX 공급업체가 주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에 대기업 입장에서 무선랜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모 IP PBX 공급업체 관계자는 “무선랜이 FMC의 핵심 인프라인데다가, 무선랜까지 확보하면 IP PBX-UC 애플리케이션-무선랜-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엔드-투-엔드 솔루션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시스코, 아루바, HP 같은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기업들의 FMC 구축이 단기간에 크게 확산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어서 적지 않은 투자를 선뜻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내 IP PBX 시장의 70~80% 정도를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에릭슨이 자체 브랜드 무선랜을 공급할 경우 이들 기업 입장에서 무선랜 사업의 수익성은 그리 좋지 않겠지만, 외국계 무선랜 공급업체들에게는 불똥이 튈 것으로 보입니다. 무선랜이 IP PBX와 함께 공급돼야 하는 FMC 분야에서는 잠재 고객의 상당수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LG-에릭슨의 자체 브랜드 무선랜 공급은 당사자들 입장에서도 이를 바라보는 무선랜 전문업체 입장에서도 어려운 숙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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