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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스티브 잡스의 언중유골言中有骨

【사람중심】지난 10월 5일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운명을 달리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추모 행사들이 열린 가운데,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시는 시 커뮤니티센터에 조기를 게양하고, 스티브 잡스 추모 행사를 열었습니다. 쿠퍼티노는 스티브 잡스가 자라고 학교를 다닌 곳으로, 그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인 곳이 쿠퍼티노 시의회였다고 합니다. 이날 쿠퍼티노 시장은 “그의 회사가 비전이 성장해 감에 따라 우리는 세상을 좀 더 좋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애플 팀 쿡 CEO는 “애플이라는 회사 자체가 스티브가 세상에 남긴 최고의 선물”이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국내에서는 애플의 국내 공식 파트너 프리스비가 전국 매장에서 5일부터 7일까지 추모행사를 갖기도 했죠.


프리스비의 스티브 잡스 추모 행사



서점가에 다시 한 번 스티브 잡스 열풍이 불어 닥친 가운데, 또 다른 방법으로 스티브 잡스의 스토리를 기록하는 움직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는 10일,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스티브 잡스, 미래를 읽는 천재’가 개봉합니다. 스티브 잡스 생전의 여러 인터뷰와 수많은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IT 개척자 스티브 잡스의 인생을 조명한 것이라는군요.


스티브 잡스를 소재로 한 또 한편의 영화는 헐리우드 인기 배우 애쉬튼 거처가 주연을 맡게 되는 ‘잡스’입니다. 캐빈 코스트너 주연으로, ‘선거란, 투표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준 영화 ‘스윙 보트’를 제작한 조수아 마이클 스턴 감독이 만들고 있는 영화라서 더욱 기대감이 높습니다. 내년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이단적인 비저널리스트, 스티브 잡스의 어록

스티브 잡스는 2000년대 들어 세상을 떠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전세계적인 추모의 물결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잡스=애플’, ‘잡스=아이폰·아이패드’ 등의 이미지로도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스티브 잡스가 우리의 마음 속에 선명히 각인되어 있는 것은 그가 남긴 어록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단적인 비저널리스트(visionalist, 미래구상자)입니다. 기업을 평가하고, 시장을 전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수많은 비저널리스트들과 달리, 그는 그저 비전을 내뱉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또, 증명하는 작업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2001년 3월, 당시 사망임박설이 나돌던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2 발표현장에서 등장해 “우리는 한 동안 이 제품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고 말하더군요. 영점 몇퍼센트의 주식만으로 수십개 회사를 떡주무르듯하는 우리나라 대기업 그룹 회장과 같은 위엄은 없었지만, 혁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함께 열정을 쏟은 스태프의 한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음사의 스티브 잡스 사망 1주기 추모 한정판 ‘블랙에디션 세트’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혁신과 성공을 이끌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철학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그의 말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스티브 잡스 최고의 어록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스티브 잡스 사망 1주기를 기념해 볼까 합니다.


“우리는 휴대전화를 다시 발명할 생각이다.”

- 아이폰 출시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이 “왜 PC 제조사가 휴대폰을 만들려고 하냐?”고 질문하자


“MP3 플레이어 시장의 그 누구도 성공의 레시피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레시피를 갖고 있다.”

- 첫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미술관에 전시될 디자인을 가지고 와라.”

- 디자이너들에게


“우주에 충격을 줄 제품을 만들자.”

- 개발자들에게


“최고의 부자로 무덤에 묻히는 것은 내 관심 밖의 일이다. 밤에 잠자리에 들며 우리가 정말 놀라운 일을 해냈어라고 말하는 것. 내겐 이것이 전부다.”

- 1993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


“남은 인생을 설탕물이나 팔면서 지낼 것인가? 아니면 애플에서 세계를 변화시킬 기회를 손에 넣을 것인가?”

- 1983년 당시 펩시콜라의 차기 CEO로 꼽히던 존 스컬리를 영입하고자 설득한 얘기. 스티브 잡스는 1년 반 동안이나 설득해 CEO로 영입했지만, 결국 그에 의해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1997년 구원투수로 애플에 복귀했다.


“참된 만족을 얻는 유일한 길은 위대하다고 믿고,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걸 만나는 순간 가슴이 알게 될 것이다.” “항상 갈망하고, 항상 무모하라.”

-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 연설


“어떤 이들은 디자인이 외형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떻게 동작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무엇인가를 매우 잘 디자인하려면 그것을 잘 이해해야만 한다.”

- 와이어드 인터뷰



최근 언커버라는 회사가 스티브 잡스를 기리는 뜻에서 맥북프로 헌정판을 만들었습니다. 자선경매용으로 단 3대만 만들었다는군요. 이 맥북프로 헌정판은 전면의 애플 로고를 애플 로고 안에 스팁잡스 얼굴 옆면이 보이는 로고(홍콩의 아티스트 조너선 맥 작품)로 바꿔 넣은 것인데, 자선 경매에 9500유로(약 1370만원)의 가격으로 등록을 했다고 합니다. 



이 헌정판 맥북프로에는 1995년에 잡스가 했던 말이 새겨져 있다는데, 매우 가슴에 와 닿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당신이 자라면 세상은 그대로이고, 당신은 그 세상 속에서 산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그 벽으로 너무 세게 돌진해 가려 하지 말 것이며, 좋은 가족관계를 갖고, 즐겁게 살고, 적은 돈이나마 모으라는 말도 듣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제한된 삶이다. 

하나의 단순한 사실을 알게 되면 삶은 훨씬 더 광범위해질 수 있다. 당신의 삶이라고 부르는 주변의 모든 것이 당신보다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것을 바꿀 수 있고, 그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자신의 것을 만들 수 있다. 

일단 당신이 그것을 배우게 되면, 결코 이전처럼 살아 갈 수 없을 것이다.”



CNN이 스티브 잡스 사망 1주기를 맞아 6일 보도한, ‘잡스의 통찰력이 깃든 명언 10가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1. “컴퓨터는 가장 놀랄만한 도구다. 컴퓨터를 쓰면 인간의 사고는 마치 걷다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아진다.” (1990년 영화 ‘메모리 & 이매지네이션’)

2. “나는 결국 물건을 많이 사지 않는데, 이 물건들이 터무니없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2005년 인디펜던트)

3. “죽음은 인생에서 가장 멋진 발명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은 쓸모없는 낡은 모델의 시스템을 없앤다.” (1985년 플레이보이)

4. “사람들은 집중이란 집중할 것에 예스(yes)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중은 전혀 그런 게 아니다. 다른 좋은 아이디어 수백개에 노(no)라고 말하는 게 집중이다. 실제로 내가 이룬 것만큼이나 하지 않은 것도 자랑스럽다. 혁신이란 1000 가지를 퇴짜 놓는 것이다.” (1997년 애플 세계개발자콘퍼런스)

5. “최고의 부자가 되는 것은 나에게 별로 의미 없다.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대단한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1993년 CNN머니/포천)

6. “내 일은 사람들을 살살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더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2008년 CNN머니/포천)

7. “창조적인 방식으로, 예술가로 살려면 뒤를 너무 자주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당신이 한 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또 이것들을 던져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 (1985년 플레이보이)

8. “혁신은 지도자와 그를 따르는 자를 구별 짓는다.” (2001년 ‘스티브 잡스의 혁신 비밀’)

9.내 사업 모델은 비틀스다. 비틀스의 네 명은 상대방의 부정적 성향을 통제했다. 이들은 균형을 이뤘고 총합은 부분의 합계보다 컸다. 이것이 내가 사업을 보는 관점이다. 즉, 사업에서 대단한 일은 결코 한 사람이 아니라 팀이 해낸다는 것이다.” (2003년 ‘60분’)

10. “내 모든 기술을 바꿔 소크라테스와 오후를 함께 보내고 싶다.” (2001년 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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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