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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WiFi

아이폰5, WiFi 경쟁 그러나 사라지는 무제한 데이터요금제

【사람중심】 통신사들의 WiFi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아이폰5가 그 시발점인데요, 아이폰5를 구매하려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WiFi 품질을 통신사 선택의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로 고려하리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입니다. 


KT와 SK텔레콤은 아이폰5 출시를 앞두고 WiFi 네트워크를 보강하고, 새로운 기술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이유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다른 스마트폰 사용자군과 비교해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월등히 높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모바일광고 전문 조시기관 치티카 인사이트(Chitika Insights)가 북미 지역에서 스마트폰으로 광고에 접속한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아이폰 이용자가 46%, 삼성 스마트폰 이용자가 17%였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급량이 애플 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별 사용자의 무선 데이터 사용량 차이는 더욱 클 것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출처 : 想像의 라이프 2.0


아이폰 사용자의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월등히 많다는 점은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증명된 것입니다. 2010년 8월 기준으로 SK텔레콤과 KT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각각 213만 7,000대와 132만 2,000대였는데, 직전 1년 동안의 무선 데이터 트래픽 증가량은 SK텔레콤이 232.4%, KT는 344.1%였습니다. 2010년 7월 한달 간의 무선 데이터 트래픽도 SK텔레콤은 308.1테라비트였던 데 반해, KT는 무려 444.7테라비트였네요.


이처럼 아이폰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상황이고, 또, 연말까지 아이폰 의무약정 해지 대상자가 300만명이나 되다 보니, 통신사로서는 이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데이터 통신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주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써왔던 아이폰 사용자들로서는 ‘무제한 요금제’가 없는 LTE망에서 아이폰5로 마음놓고 데이터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WiFi 성능과 커버리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 볼 테니까 말입니다.


너도나도 WiFi 신기술…완벽한 해결책일까?

WiFi 기술을 강조하는데 보다 적극적인 쪽은 SK텔레콤입니다. SK텔레콤은 최근 WiFi 속도를 높여주는 '스마트 채널본딩(Smart Channel Bonding)'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5GHz 대역 WiFi 주파수 안에서 채널을 분리해 2개 채널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기술로, 사용자가 많은 지역에 있을 때 상대적으로 트래픽이 덜 몰리는 채널에 접속되도록 함으로서 인터넷 접속 속도를 높여준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KT는 채널당 20MHz인 WiFi 대역폭 두 개를 묶어 40MHz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WiFi 채널본딩’ 기술로 무선 데이터 서비스의 트래픽 정체를 해소한다는 전략입니다. SK텔레콤은 이 기술이 “두 채널 가운데 하나라도 신호 간섭을 받게 되면 두 채널 모두 속도가 저하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설치된 WiFi AP 수는 KT가 20만개, 10만개를 설치한 SK텔레콤의 두배입니다.


그런데, WiFi AP가 많이 깔리거나, 주파수 대역을 똑똑하게 결합 또는 분리하는 기술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WiFi 성능이 안정적으로 보장될까요? 

언젠가 공중파 방송사에서 강남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WiFi와 3G 네트워크의 인터넷 접속 속도를 비교했는데, 3G가 훨씬 빨라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WiFi는 접속이 잘 되지 않거나, 접속됐다 하더라도 웹페이지 이동 속도가 매누 느렸습니다. 3G 보다 몇 배는 더 빨라야 되는 WiFi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문제는 WiFi AP가 너무 많고, 무계획적으로 설치돼 있는 것입니다. 


그물처럼 얽힌 WiFi AP, 불가피한 신호간섭

통신사가 과거에 돈을 받고 제공하던 WiFi 접속 서비스를 무료로 바꾼 것은 네트워크만으로 데이터 서비스를 안정되게 제공하려면 너무 많은 인프라 구축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WiFi AP를 많이 구축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WiFi는 주파수 대역 안에서 만들 수 있는 채널 수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통신사들의 WiFi AP가 혼재되어 있으면 주파수 간섭이 일어나 접속이 불안정해지는 것이 당연한 결과입니다(국내에 WiFi가 구축되던 초창기에는 한 지역 안의 몇몇 PC방들이 WiFi 채널을 점유해 남은 채널이 없어 WiFi를 서비스하지 못하는 PC방을 고사시키는 전략을 쓰기도 했었습니다.).


WiFi 업계에는 이런 문제점을 오래 전부터 지적해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외국계 WiFi 전문업체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핫스팟 구축에 이용하는 WiFi는 옥내용 기술이다. 채널 간섭 등을 고려해 네트워크를 디자인하는 옥내와 달리, 옥외에 WiFi AP를 많이 설치할 경우에는 신호 간섭으로 통신 품질이 나빠질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고 말해 왔습니다. 방송사가 실시한 3G 무선인터넷과 WiFi 무선인터넷 품질 비교에서 WiFi가 속도와 안정성 모두 나쁘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이 관계자의 우려를 증명해 보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본은 통신사들이 WiFi AP를 공동 구축해 투자비는 줄이면서, 트래픽은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효과를 봤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방통위가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니, 점차 WiFi 접속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만, 그럴 경우 통신사들이 지금처럼 WiFi에 적극 투자하게 될지는 의문입니다. 특정 통신사가 WiFi AP에 월등히 많은 투자를 해놓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요.


WiFi를 더욱 잘 쓸 수 있게 해주는 기술들

최근 미국에서는 스마트 핫스팟이라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WiFi얼라이언스에서 ‘밀고 있는’ 기술인데, 통신사가 WiFi까지도 전체 무선네트워크 전략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기존에 통신사 WiFi는 무선 데이터 트래픽 분산용으로 설치된 것인데, 스마트 핫스팟 기술을 적용하면 통신사가 3G, 3G LTE, WiFi를 하나로 통합 운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무선네트워크 디자인, 구축, 운용 등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한 WiFi 전문가는 “WiFi를 전체 무선네트워크 전략 안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지역에 실제로 무선 네트워크 증설이 필요한지, 특정 지역의 무선 네트워크 디자인을 어떻게 변경해야 되는지 등과 관련해 보다 똑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단말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노트북PC가 3G, 3G LTE, WiFi 가운데 어떤 네트워크에 접속해야 데이터 서비스를 가장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자동으로 파악해 늘 최상의 접속 상태를 보장해주는 소프트웨어입니다. 현재 이런 기능을 하는 소프트웨어는 우리나라와 스웨덴의 단 두 개 기업만이 갖고 있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시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변의 네트워크 가운데서 어떤 네트워크의 접속 신호와 안정성이 가장 좋은지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네트워크에 접속하려는 단말기이기 때문입니다.


WiFi 채널을 나눠 쓰거나, 두 개 채널을 붙여서 쓰거나, 셀룰러와 WiFi 네트워크를 통합해서 똑똑하게 운영하게 해주거나, 단말이 품질 좋은 네트워크를 찾아내게 하는 이런 기술들은 무선 데이터 서비스의 품질과 만족도를 한층 높여줄 것입니다.


기술 발달을 무색케 하는 데이터 요금제의 진화?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WiFi를 이동통신망에 더 효율적으로, 똑똑하게 연결해서 쓸 수 있는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왜 3G의 데이터 통신 품질은 점점 나빠지는 것일까요? 그리고 LTE에서는 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사라지는 것일까요?


아직 국내 통신사들이 이런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WiFi 신기술 어쩌고 하지만 사실은 별 효과가 없어서 실제로는 이동통신망 투자가 더 많아지기 때문일까요? 이도저도 아니라면, 소비자가 봉이기 때문인가요? 미국 등 해외에서는 저렴한 LTE 무제한 요금제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통신강국’에 사는 소비자도 그런 당연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