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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WiFi

지하철 와이파이 불통, 스마트폰이 너무 똑똑해서라고?

【사람중심】 최근 한 언론 보도를 보니 지하철에서 WiFi 접속이 불안정한 이유로 통신사들이 스마트폰 이용자가 급증한 것과 함께 '스마트폰이 지나치게 똑똑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웠더군요. 스마트폰이 최근에 접속했던 WiFi 신호를 찾도록 설계되어 있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 다른 역의 WiFi 신호가 잡히면 혼선이 빚어진다는 것이죠.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통신사들이 말한 그 이유가 사실이라면, 스마트폰이 너무 똑똑해서 WiFi 무선인터넷 접속에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통신사들이 TV 광고에서는 안면몰수하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런 문제가 생길 것조차 모르고 그저 고객 끌어모으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일까요?


지하철 WiFi는 인내심 테스트용?

출처 : www.moveplayer.net

지하철을 타 보면 청년층의 대부분과 장년층의 상당수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는 사람,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는 사람, 온라인 게임을 하는 사람 등 저마다 하는 일들이 다양합니다(심지어 50대 아저씨, 아주머니의 상당수도 이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은 서로 다르지만, 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것이 있습니다. 다들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죠.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일은 이제 보편적인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과연 저 사람은 WiFi 망에 붙어 있을까? 셀룰러 망에 붙어 있을까?'하는 점입니다.


어떤 망에 접속해 있느냐와 상관없이 무선 인터넷을 쓰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WiFi를 선호할 겁니다. 3G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LTE 가입자라면 데이터 통신 요금이 무서워 WiFi를 찾을 것이고, 3G 가입자라면 '무제한 데이터 정액제'를 쓰고 있더라도, 최근에는 인터넷 접속 속도가 너무 떨어져서 WiFi에 접속하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WiFi에 접속하기. 통신사들의 광고처럼 쉽지 않습니다. 통신사마다 무선 AP(액세스 포인트) 숫자에 편차는 있겠지만, 지하철 승강장 등에서 이통사 AP는 어렵지 않게 발견됩니다. 그런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A역 승강장에서 WiFi에 접속했다가, 지하철에 오른 뒤 B역에서 도착하면 이미 WiFi 접속이 끊어져 있습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이 문제의 원인은 현재 통신사들이 지하철에 설치해 놓은 WiFi가 지능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WiFi 장비 가운데 콘트롤러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러 AP를 관장하면서 인증, 로밍 같은 역할을 처리해주는 장비입니다. 그런데, 통신사들은 이 콘트롤러 투자에 극히 인색합니다.


인증·로밍 이해 못하는 단순한 WiFi...서비스 품질은 너무 먼 얘기

우선, 이 장비가 설치되어 있으면, A라는 통신사의 이용자가 a-1이라는 AP에 접속할 때 한번 인증을 하고 나면 그 다음에 인근 지역에서 a-2나, a-3 AP에 접속할 때 별도로 인증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콘트롤러에서 이미 그 사용자가 정상적인 인증을 거쳐 접속했던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관리하는 다른 AP에 접속했을 때 또 다시 인증을 요구하지 않고 접속을 허용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비용을 줄이고자 콘트롤러 없이 AP만 설치하다 보니, AP에 연결하려고 할 때마다 인증을 요구하게 됩니다. 서울 강남의 삼성역에서 인증을 한 뒤 AP에 접속했어도 바로 옆 선릉역에서 WiFi 접속이 끊어지는 이유입니다. 인증을 거치지 않은 사용자로 인식되는 것이죠. 지하철 이동 중에 이동전화 통화는 잘 되는데, WiFi는 AP에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인터넷 접속이 불안정했던 경험을 했다면, 바로 이 때문입니다. 


반면, 콘트롤러가 설치되어 있으면 AP 간의 로밍도 자유롭습니다. AP 사이에 신호를 넘겨받으면서도 안정된 접속이 보장되는 것이죠. 콘트롤러가 설치되어 있으면 AP 사이의 로밍을 적절하게 조절해주기 때문에 지하철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더라도 무선인터넷을 마음놓고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아무도 없는 지하철에서 단말 한대로 접속할 수 있으면 굳이 통신사가 필요할까요? 특정 통신사를 언급하려는 건 아닙니다.)


늘어나는 AP...주파수 혼선은 '나 몰라라'?

WiFi 접속이 잘 되지 않는 또 한 가지 이유는 WiFi 주파수 사이에 채널 간섭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통신사들은 지하철 역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도심지에 여러 대의 WiFi AP를 설치합니다. 이동통신 기지국, 중계기를 늘리는 것은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죠. 


그런데, WiFi AP를 중구난방으로 설치하면 AP들 사이에 주파수 혼신이 생깁니다. AP 수가 적을 때는 서로 간섭이 일어나지 않게 위치 등을 조절할 수 있지만, 많은 사용자를 지원하려고 점차 많은 AP를 설치하다 보면 주파수 간섭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지하철에서 WiFi를 쓰다가 겪게 되는 또 다른 고충이 있습니다. 퇴근 시간의 시내 주요 지하철역 승강장은 가뜩이나 사람이 많아서 인터넷 접속이 느립니다. 셀룰러나 WiFi 모두 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겨우겨우 인터넷에 접속해서 인터넷 뉴스를 읽고 있는데, 승강장으로 지하철이 진입하면 인터넷 접속이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마냥 위태로워집니다. 갑자기 사용자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WiFi가 그 사용자들에게 네트워크를 잘 배분할 만큼의 용량과 지능을 갖지 못한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스마트 핫스팟, 5GHz WiFi 등 도입 필요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AP가 5GHz 를 지원하는 제품으로 설치되어야 합니다. 기존의 2.4GHz는 주파수 대역폭이 좁다 보니 간섭을 피해 우회할 수 있는 경로가 한정되어 있는 반면, 5GHz는 간섭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큽니다. 하지만, 5GHz를 지원하는 AP가 더 비싸다 보니 통신사들이 핫스팟에 설치해 놓은 AP는 대부분 2.4GHz 제품입니다. 5GHz 대역까지 지원하면서, 필요 시 2.4GHz와 5GHz를 수시로 넘나들면서 주파수 간섭을 피할 수 있는 똑똑한 AP가 설치된다면, 극장가나 대학가에서 WiFi에 접속하려고 애를 쓰다 포기하는 경험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WiFi 주파수 혼신을 피하고, 안정된 접속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최근 해외에서는 '스마트 핫스팟'이라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셀룰러 네트워크와 WiFi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어서 통합 운영하는 기술입니다. 무선네트워크 투자는 가장 효율적으로 하면서도, 해당 지역 안에서 무선 접속 품질을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스마트 핫스팟'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스마트 핫스팟'이 구축되면 WiFi AP 가운데서 보다 품질이 좋은 AP에 자동 연결이 될 수 있고, 인증을 여러 번 거칠 필요도 없습니다. WiFi와 셀룰러 가운데 품질이 좋은 네트워크에 우선 접속할 수도 있고, WiFi가 조금 속도가 느리지만, 내가 이용하려는 콘텐츠에 안정적으로 접속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WiFi에 우선 접속하도록 만들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 통신비는 절약하면서도 서비스는 늘 안정된 품질로 이용할 수 있는, 훨씬 똑똑한 무선네트워크가 제공되는 것이죠.



스마트폰이 너무 똑똑해서 지하철 WiFi 접속이 어렵다는 것은 정치인들이나 할 수 있는 수준의 해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WiFi AP 수가 몇 개라느니, WiFi 속도가 얼마라느니 하는 광고에 고객들이 언제까지고 현혹되기를 기대하는 것일까요? 4대강이 홍수를 예방하고, 강물을 깨끗하게 했다는 광고처럼 말입니다.



최근 인터넷 카페 등에 WiFi와 관련해 재미있는 이미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WiFi 로고를 닮은 식당 의자 등받이 무늬를 촬영해서 ‘최고의 WiFi 존’이라고 명명한 것도 있고, 개인들이 자신의 WiFi를 공개하면서 톡톡 튀는 이름을 붙인 것들도 있습니다. 광고만 요란할 뿐 정작 필요할 때는 도움이 되지 않는 통신사 WiFi 핫스팟에 보내는 조롱이나 실소는 아닐까요?


통신사들이 코미디는 정치인들에게 맡겨두고, 하루빨리 WiFi를 똑똑하게, 아니 정상적인 접속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으면 합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