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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WiFi

데이터 무제한 시대... 와이파이는 필요 없다?

[사람중심] WiFi(와이파이)와 관련된 기사는 늘 차고 넘칩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와아파이’를 검색하면, “정부가 공공 와이파이를 확충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하철 와이파이가 빨라진다.”, “통신사 무료 와이파이 속도가 기대 이하다.”, “어느 지자체가 무료 와이파이를 확대 구축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와이파이 보급·확대 기사 목록만 몇 쪽이 될 때도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와이파이를 검색하면 많은 셀 수 없이 많은 와이파이 AP(액세스포인트) 목록이 뜨는 것처럼 말입니다.


와이파이 소식도, 정책도 넘쳐나지만 관심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품질입니다. 공공와이파이는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고, 지하철에서 접속하면 몇 정거장 가기도 전에 연결이 끊어집니다. 어쩌다 연결이 되도 LTE 시대에 익숙해진 속도를 만족시키기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죠. 동영상이라도 볼라치면, 아예 와이파이를 꺼놓기도 합니다. 와이파이를 이용하면서 품질에 불만을 느끼지 않는 건 집이나 사무실처럼 완벽한 나만의 와이파이가 있을 때뿐인 것 같습니다. 집에서도 와이파이를 찾는 건 데이터 양이 부족한 중학생 아들뿐입니다.


사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된 이후로 와이파이는 더 이상 ‘필요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LTE 데이터 통신을 마음놓고 써도 정해진 기준량을 넘기 힘들고, 설령 넘었다 해도 하루 단위로 몇 기가씩 데이터 사용량이 보충되니 말입니다. 최근 기사를 보면, 유럽 주요 국가들은 한국 보다 훨씬 낮은 요금에 훨씬 많은 데이터 사용량을 제공한다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와이파이는 정말 필요 없는 것일까요? 와이파이 기술이나, 와이파이 솔루션 공급업체는 위기를 맞이한 것일까요?


와이파이 단말 매년 200% 성장... 칩셋가격은 LTE의 1/10

와이파이는 여전히 가장 강력하고 대중적인 네트워킹 기술입니다. 와이파이가 셀룰러 보다 돈이 안 되는 기술인 것은 분명하고, 전세계적으로 주요 국가·도시에서 LTE 커버리지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 면에서는 와이파이가 LTE를 압도합니다. 통신 기능이 있는 단말의 수를 비교하면 와이파이 단말이 LTE 단말 보다 8배가 많습니다. 그리고 와이파이 단말의 수는 매년 200% 성장하는 중입니다. 칩셋의 가격 차이는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10배나 됩니다. LTE 칩셋 가격이 10~20달러인데 반해, 와이파이 칩셋 가격은 1~4달러입니다. 


와이파이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이들에게 고품질의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역, 연령층, 경제상황 등을 고려하면 셀룰러로 초고속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사람들이 아직도 굉장히 많은데, 이런 지역에서 대중적인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저렴한 방법이 바로 와이파이입니다. 구글의 ‘구글 스테이션(google station)’, 페이스북의 ‘고속 와이파이(Express WiFi)’, 마이크로소프트의 ‘저렴한 액세스(Affordable Access)’ 등이 와이파이를 기반으로 무료 또는 저렴하게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처럼 와이파이를 이용한 ‘디지털 평준화’ 움직임은 갈수록 확산될 전망입니다. 국내에서는 최근 제4이동통신 도전을 선언한 넥스컨텔레컴이 차세대 와이파이(802.11ax)로 통신망을 구축, 데이터 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와이파이는 이 밖에도 IoT 서비스와 스마트도시 등의 핵심 인프라입니다. 감시카메라, 가로등, 버스정류장 등 각종 IoT 기기·장치에서 오는 모든 데이터를 셀룰러와 직접 연결하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모든 기기와 데이터를 연결하고, 이들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와이파이가 스마트도시를 떠받치고 있어야 합니다. 또 학교, 체육관, 전시장, 카페 등에서는 대중의 초고속인터넷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혜택을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와이파이를 기반으로 한층 똑똑해진 ‘매니지드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루커스 네트웍스의 'WiFi 인권선언'


이용길 루커스네트웍스 지사장이용길 루커스네트웍스 지사장

이런 가운데, 최근 와이파이 업계에서 “브로드밴드는 인권”이라고 선언한 회사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공공 시장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키워나가고 있는 루커스 네트웍스(Ruckus networks)가 그 주인공입니다. 루커스는 또 “와이파이는 연결을 넘어 ‘서비스’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루커스 네트웍스 이용길 한국지사장을 만나 와이파이의 역할과 새로운 도전과제는 어떤 것인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 지난해 ‘와이파이 선언서’를 발표했다.

“와이파이 선언서는 크게 네 가지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브로드밴드는 인권이다. 우리는 그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다. ▲둘째, 우리는 공정한 주파수를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싸울 것이다. ▲셋째, 우리는 미친 듯이 우리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것이다. ▲넷째, 우리는 와아파이의 기본을 새로운 도약에 적용할 것이다. 이 네 가지다.


- ‘브로드밴드는 인권’이라는 첫 번째 선언이 가장 눈길을 끈다.

“셀룰러폰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국가, 지역, 저소득층은 디지털 세상에서 점점 더 심각한 정보 격차를 맛보게 된다. 루커스는 남아프리카에서 ‘프로젝트 ISIZWE’라는 무료 와이파이 사업을 하고 있다. 대도시의 빈곤층 또는 빈곤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1050개의 무료 인터넷존을 구축했고, 사용자가 260만을 넘었다. 무료 와아파이 사업은 대도시에서도 필요하다. 뉴욕시와 함께 ‘LinkNYC city bridge’ 사업을 하는데, 공중전화 부스를 와이파이 허브를 포함한 멀티 서비스 키오스크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다. 뉴욕이 와이파이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 대중에게 공정한 주파수를 돌려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오픈G’라고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건물에 단일 안테나를 구축하고 통신사들은 이 안테나로 신호를 연결한다. 그리고 건물 안에서는 이 안테나를 통해 무선 브로드밴드를 쓰는 것이다. 3.5GHz 주파수를 이용하는데 사무실마다 AP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미국에서는 여러 벤더들이 라이선스 안 된 주파수 대역(5925~7250MHz)을 무료로 풀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루커스는 이런 사업에 적극 동참해 대중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품질의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도시서비스' 고민하는 파트너 되겠다."


- 와이파이 기술에서 루커스의 강점은 어떤 것인가?

“루커스의 최대 강점은 많은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했을 때도 성능을 유지하는 능력이 독보적이라는 사실이다. 아리스가 루커스를 인수한 뒤에도 ‘루커스’라는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루커스만이 가진 기술적 가치와 비즈니스 특성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이 국내에서도 잘 어필돼 지난해 전북, 제주 등의 와이파이 프로젝트를 수주함으로써 국내 매출이 30% 가량 성장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3분기에는 802.11ax 솔루션이 출시되고, 올해 중반 즈음에는 IoT 커넥티비티 모듈도 출시된다. 특히 주목할 것은 ‘IoT 서비스 매니지먼트’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여러 회사의 IoT 모듈을 통합관리할 수 있다. 관리 솔루션이 없는 IoT 모듈 업체들과 손잡고 적극적으로 IoT 생태계를 만들 계획인데, 한국 기업과의 제휴도 고려 중이다.


- '와이파이의 새로운 도약'은 어떤 개념인지 설명해달라.

“와이파이를 단순 커넥션이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이미 와이파이만으로 서비스하는 사업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 서비스와 공공 영역과의 결합도 활발하다. 단순히 무선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이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하거나 기존의 서비스를 진화시키는 것을 적극 고민해야 될 때다. 한국의 공공기관 CIO들을 만나 새로운 도시 서비스를 적극 논의하고 컨설팅도 할 계획이다.


- 컨설팅 측면에서 루커스는 어떤 걍쟁력이 있나?

“루커스는 미국의 뉴욕, 산호세 등 대도시는 물론 아프리카 등 도시 이외 지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했다. 산호세의 경우, 서비스 모델을 비롯해 이익 창충 방법, 장애 유형 분석, 장애 대응 방안 등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경험이 새로운 도시 서비스를 고민하는 공공기관에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힘이다. 

단순히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와이파이가 도시를 위한 서비스가 되려면 어떤 컨셉, 어떤 발전계획 등이 있어야 하는지 기본부터 같이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지자체의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의 자세다.”


- 올해 계획을 밝혀달라.

“올해부터 1~2년 간 국내 시장은 공공와이파이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그런데 단순한 ‘연결'에 치우친 측면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스마트시티, 스마트스쿨과 관련된 고민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해 와이파이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 나가겠다. 하나의 AP가 커버하는 사용자 수와 사용자의 만족도가 루커스의 장점이다. 단순한 스펙이 아니라, PoC(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로 경쟁하면 자신 있다.

이런 기술적 장점에 해외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빅데이터 연계 서비스를 공공기관에 적극 제안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스마트시티 와이파이 분야의 강자로 입지를 다지겠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