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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IT 2013 … 구글 vs. 아마존 ‘최후의 대결’

【사람중심】 인터넷 업계의 혁신이나 성공신화를 얘기할 때 반드시 거론하게 되는 두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구글과 아마존입니다. 


구글링(googling, 구글로 정보를 검색한다), 구글드(googled, 구글의 지배) 같은 용어를 만들어 내기까지 한 구글은 두말할 것 없는 인터넷 산업의 대표 기업입니다. 독특한 검색 알고리듬과 광고시장을 뒤흔든 광고 모델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구글이 직접 만드는 서버와 스위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까지도 오랫동안  IT 업계의 관심사가 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안드로이드 OS로 스마트 기기는 물론, TV와 자동차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유명 밴드 전속 요리사 출신의 최고 요리사가 만드는 직원식당의 식단이며, 어깨가 결릴 때면 언제든 전문 마사지사로 부터 '만져줌'을 받을 수 있는 복지에 이르기까지 구글의 모든 것이 IT 업계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나 전자책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지켜 왔습니다. 인터넷으로 책이나 물건을 산다는 것이 지금은 당연한 행위이지만, 아마존이 개척한 역사에서 시작된 변화입니다. 규모야 어찌 되었든 전자상거래 전문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아마존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 기기와 앱 장터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태생으로 보나, 주특기로 보나 사뭇 다른 두 기업이 2013년에는 본격 대결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IT 전문 매거진 더 버지(The Verge)의 보도를 보면, 내년에 구글과 아마존의 경쟁은 전방위에서 펼쳐질 것이라고 합니다. 인터넷 서비스 외에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스마트 기기, 앱 마켓, 광고 등 두 회사가 발을 들여놓고 있는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구글의 IaaS - 쉬운 사용으로 차별화?

우선 구글은 아마존의 IaaS(Infra as a Service) EC2와 같은 서비스인 ‘Google Compute Engine(GCE)’ 사업에 본격 힘을 싣는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6월 첫 선을 보인 GCE는 초기에 100대 이상의 가상 서버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GCE에 구글 앱엔진과 빅쿼리 솔루션을 조합할 있어 대규모 애플리케이션 구성이 필요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구글은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구글이 2013년 GCE 서비스를 본격화한다고 봤을 때 예상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IaaS의 두 강자 아마존과 랙스페이스(랙커넥트, RackConnect) 보다 쉽게 쓸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아마존 EC2가 강력한 서비스이기는 하지만, 일정 수준의 IT 기술진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은 쓰기가 힘들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 아이뉴스24


만약 구글이 좀 더 사용하기 쉬운 IaaS로 시장을 공략한다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다양한 기업들에게 침투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을 겁니다(랙스페이스가 최근 ‘30분 만에 설치가 끝난다’는 컨셉으로 오픈스택 기반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내놓은 것도 이와 유사한 맥락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마존 EC2를 마음먹은 대로 튜닝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EC2의 평가가 극명하게 달라지는 점을 생각해 보면, 구글이 ‘쉬운 사용’을 경쟁력으로 채택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통제 vs. 아마존 스마트폰

두 회사의 대결은 스마트 기기 분야에서도 불꽃을 튀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한 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구글은 단말 제조사들과 레퍼런스 단말 '넥서스'를 내놓은 데 머무르지 않고, 보다 전략적인 스마트폰 사업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최고급 사양의 'X폰'과 'X태블릿'을 출시한다는 계획이 이미 몇 차례 보도되었습니다.


구글이 자사 브랜드로 최고 사양 스마트 기기를 출시하는 이유는 기존의 ‘넥서스’가 보급형 단말이기도 했지만, 넥서스라는 레퍼런스 단말을 출시하더라도 각 제조사별로 UI 등을 변형하는 탓에 구글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려는 최고의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외신들은 이미 ‘구글이 더 이상 안드로이드를 공유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까지 평가하는 마당이고, 안드로이드 단말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OS를 자체 규격으로 끌고 들어오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안드로이드를 기본 플랫폼으로 하되, 중국 제조사들이 하는 것처럼 각 제조사마다 안드로이드를 완전히 자기만의 것으로 재창출하려 한다는 것이죠.

아마존 역시 모바일 단말 플랫폼을 직접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7인치 태블릿 PC ‘킨들 파이어’ 시리즈로 경쟁력을 증명한 바 있는 아마존은 태블릿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과 별도로, 스마트폰을 준비 중입니다.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 OS를 만들 때 안드로이드를 상당 부분 뜯어고쳐 자체 온라인 스토어에서 앱과 콘텐츠를 유통했습니다. 아마존 스마트폰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짙어지겠지요. 아마존 스마트폰의 가격대가 100달러대이고, 대만 폭스콘에 500만대나 주문을 했다고 하니 구글로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앱 마켓 경쟁…덩치 큰 구글 vs. 실속의 아마존

단말에서 두 기업이 독자노선을 강화하는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한 분야의 격돌은 앱 마켓에서의 경쟁입니다. 구글의 앱 마켓 구글플레이는 올해 큰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4개월 동안에만 매출이 43% 성장했는데, 같은 기간 애플의 매출 성장률은 21%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구글플레이는 수익성이 고민입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100달러의 수익이 발생할 때 구글플레이에서는 불과 23달러의 수익이 날 뿐입니다. 유료 콘텐츠 구매에서 애플의 경쟁력이 월등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틈바구니에서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는 선수가 아마존입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100달러의 수익이 발생할 때 아마존 앱스토어는 89달러의 수익을 만들어 냅니다. 구글의 4배 가까운 성적입니다.


구글과 안드로이드 단말 제조사들의 연대가 느슨해지고, 독자적인 플랫폼 경쟁을 하게 되었을 때 이용자들이 어떤 플랫폼(앱 마켓을 포함한)을 선택할 지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요? 아마존의 유료 콘텐츠에 이미 길들여져 있고, 그 이용자들이 단말에도 더욱 충성도가 높아진다면, 그것은 애플이 보여준 경쟁력과 유사한 모습입니다. 


물론, 단말만 만들어서 공급하던 여타의 제조사들이 독자 플랫폼을 만든다고 해서 아마존 같은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아마존의 성공은 이들 단말 제조사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만들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막강한 자금력과 글로벌 인지도를 바탕으로 콘텐츠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든다면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통해 기대하는 앱 마켓의 수익은 더욱 위협 받게 될 것입니다.


아마존, 광고로 구글에 도전장?

아마존은 올해 광고 사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로이터가 최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아마존은 구매 내역과 구매 패턴 등 온라인 쇼핑몰과 온라인 서점에서의 개인별 구매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하는 사업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광고는 구글의 주특기이고, 맞춤형 광고 또한 e메일, 지도, 검색 등 가장 많은 개인정보를 가진 구글이 남다른 경쟁력을 가진 분야입니다. 


구글은 2011년 온라인에서 38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96%가 광고였습니다. 반면, 아마존은 2011년 온라인 매출 480억 달러 가운데 광고 매출이 5억 달러(1.04%)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구글의 고민은 모바일 세상에서는 광고의 파워나 수익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구글 입장에서 아마존이 고객맞춤형 광고 시장에서 뛰어드는 것은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아마존 고객의 유료 콘텐츠 구매 충성도가 구글 보다 월등하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카카오가 네이버, 다음의 텃밭인 인터넷 광고 시장에 도전장을 내는 것 같은 격이라고나 할까요? 


포레스터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쇼핑 이용자 가운데, 검색엔진을 거치지 않고 아마존닷컴에서 곧바로 구매를 하는 이용자의 비중이 무려 30%나 됩니다. 구글에서 가장 처음 상품 검색을 시작한다는 이용자 비율 13% 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불과 2년 만에 이 같은 역전이 일어났고, 모바일 광고에서 구글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으며, 고객의 유료 매출 충성도가 높은 아마존이 태블릿에 이어 스마트폰까지 출시하는 것을 감안하면, 2013년 광고 시장에서 아마존의 선전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구글과 아마존은 IT의 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과 상거래를 넘어 모바일 단말과 OS,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장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두 회사가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분야는 없습니다. 두 회사가 그 동안은 확실한 경쟁력을 지닌 사업 분야가 상이해 크게 부딪힐 일이 없었다면, 2013년은 그 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분야를 강화하면서 모든 사업 영역에 걸쳐 제대로 격돌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동안 쌓아온 경험과 기술을 모두 쏟아내면서 말입니다.


구글과 아마존을 단순히 ‘인터넷 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미 과거의 시각입니다. 두 회사의 행보는 IT 각 분야에서 새로운 발자취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습니다. 2013년, 두 회사의 경쟁은 IT 시장에 또 어떤 화제를 불러 일으킬까요? 우리 기업들이 IT 거인들의 격돌에서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