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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WiFi

WiFi. 격세지감!

【사람중심】 격세지감隔世之感. 세상이 아주 많이 바뀌어서 다른 세대가 된 느낌이나 세대 사이에 사고방식이 매우 차이가 난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요즘 통신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뉴스를 한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WiFi를 들 수 있겠는데, 스마트폰 확산과 무선인터넷 이용량 증가가 WiFi의 위상을 완전히 바꾸어놓고 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WiFi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신사들에게는 금기의 대상이었다. 유선 광대역 서비스 쪽이든, 이동통신 서비스 쪽이든 WiFi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거부 반응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해외에서는 통신사들이 WiFi를 적극 구축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내에서는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만큼 시장이 소비자에게 열려 있지 않고, 공급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통신사들이 이동통신 데이터 트래픽 급증을 해소하는 효율적인 방안으로 WiFi를 적극 활용해왔다. ‘공유 WiFi’를 표방하며 일반 사용자들이 가진 WiFi 액세스 포인트(AP)를 다른 사람에게도 개방하는 FON이 통신사들과 여러 제휴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국내에서는 이 같은 변화들이 다 외면을 받았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WiFi는 그야말로 귀하신 몸이 됐다. 무선 IP네트워크가 부족한 SK텔레콤이 WiFi를 개방하라고 주장해 논란이 있었고, KT의 최근 발표 가운데서는 WiFi와 관련된 새로운 전략·서비스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돈이 안 되는 것’ 또는 ‘매출을 갉아먹는 것’으로 치부했던 WiFi를 아예 자사의 경쟁력으로 전면에 내세운 TV 광고까지 등장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국내에서 WiFi로 통신 서비스 이용 환경을 향상시킨 것은 케이블TV 사업자들이 먼저였다(관련기사).

GS강남방송과 HCN은 이미 지난 2008년 압구정·청담 까페골목 일대(GS강남방송)와 서초동 모 아파트 단지(HCN)에서 자사 고객들이 무선인터넷 및 무선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 같은 서비스에 고객들이 좋은 반응을 나타내자 지난해에는 서비스 제공 범위를 넓히는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각 통신사 안에서 전략을 담당하는 부서들이 해외 통신사의 WiFi 핫존 운영과 관련해 관심을 갖고 검토를 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는 했지만, 검토 그 이상이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단 몇 개월 만에 WiFi의 위상이 급상승했다. 옥외에서 WiFi를 제공하는 것이 통신사의 기본자세가 되어 버렸고, WiFi 접속 환경을 많이 제공하는 통신사가 고객 서비스가 좋은 통신사가 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변화는 결국 소비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무선인터넷 사용량이 많아지자 기존의 이동통신 네트워크만으로는 트래픽 증가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도 비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무선인터넷 요금을 올릴 수는 없고... WiFi에 투자하는 것은 통신사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동시에,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WiFi가 이처럼 통신 시장의 중요한 쟁점이 되면서 몇 가지 걱정스러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통신사가 WiFi를 자신들의 특별한 경쟁력인 것처럼 과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WiFi와 관련해 오히려 폐쇄적인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통신사가 무선 AP를 경쟁적으로 보급하면서 경쟁사 고객의 무선인터넷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정이나 소호사무실 안에서 되려 무선인터넷 사용에 제약이 있게 돼 사용자가 직접 AP를 설치해서 사용할 때보다 불편함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차세대 인프라 투자와 관련한 우려도 있다. 국내에 스마트폰이 본격 공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통신사들이 무선 데이터 트래픽 처리를 걱정하게 됐다는 것은 국내 통신사들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이동통신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통신 서비스 인프라 측면에서 보면 WiFi는 특정 용도의 액세스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도심지 등 상시적으로 또는 특정 시점에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일 때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지,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대체제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WiFi를 강화하는 데 무게가 실리면서, 차세대 무선 인프라와 관련한 얘기들은 쏙 들어가버린 느낌이다. 와이브로를 우선시하는 정부 정책 때문에 외국에 비해 차세대 통신망 검토가 상대적으로 늦은 상황에서, WiFi가 3G 무선인터넷 서비스의 새로운 대안인 양 인식돼 차세대 통신망 논의가 늦춰지는 것은 경계해야 될 일이다.

WiFi 접속 환경이 확산되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WiFi가 통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전유물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신사의 WiFi에 대한 접근은 ‘대중이 통신료 부담 없이 즐겨 사용하는 무선네트워크를 통신사들도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차원에서 제공한다’는 정도의 선을 지키는 게 적당하지 않을까. 그리고 정작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차세대 무선네트워크를 고민하는 일이다.

<사람중심 김재철>mykoreaone@b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