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모토로라(www.motorola.com)가 드디어 두 개의 회사로 나누어질 모양입니다.
모토로라는 지난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2011년 1분기에 시행할 분사 계획을 보고했는데, 모바일 기기와 가정용 제품(케이블모뎀 등) 사업을 모토로라 모빌리티(Motorola Mobility)라는 이름으로 독립합니다. 기업 및 통신사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은 모토로라 솔루션즈(Motorola Solutions)로 독립합니다.
모토로라는 지난 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내년 1분기부터 시행할 분사 계획을 최신 버전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모토로라는 각 사업별로 특성이 너무 뚜렷한 것이 회사를 둘로 나누는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기업 및 통신사 네트워크 인프라 사업은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여러 솔루션 간의 통합 등에도 공을 들여야 하는 반면, 일반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모바일 기기 및 가정용 제품은 정반대의 성격을 지녔다는 것입니다.
모토로라의 이 같은 결정에서 관심의 대상은 단연 ‘모바일’ 쪽이겠지만, 네트워크 분야를 오래 취재해온 저로서는 앞으로 과연 모토로라 솔루션즈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에 더 관심이 쏠립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모토로라는 ‘휴대전화’ 아니면 ‘무전기’라는 이미지로 각인돼 있지만, 사실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 솔루션이 만만치 않습니다.
2/3세대(G) 이동통신 장비는 물론, 4G 후보기술인 와이맥스(WiMAX)와 3G LTE 관련 장비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재난망 등에 쓰이는 주파수공용통신(TRS) 분야의 강자이기도 한 모토로라는 디지털 방식 TRS에서도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어 한때 우리나라의 국가통합재난망에 채택되기도 했습니다(현재는 여러 이유로 중단된 상태고, 와이브로로 대체되는 분위기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차후에 따로 한 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택시회사에서 많이 쓰는 아이덴(KT파워텔로 더 많이 알려진) 기술도 모토로라의 것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자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무선IP 네트워크를 들 수 있습니다. 옥내용 무선랜인 WiFi와 옥외 장거리용 무선 네트워크인 메시(mesh)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모토로라 자체 표준의 무선IP 네트워크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무선IP 통신에는 적지 않은 해결과제가 있습니다. 지원 거리의 제한, 신호를 가로막는 장애물의 제약, 음성통신 기능상의 한계 등 완벽한 통신서비스 네트워크, 완벽한 비즈니스 인프라로 받아들이기에 미진한 구석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무선IP 네트워크 분야의 플레이어들은 신호를 좀 더 강하게 멀리고 보내고, 음성을 더욱 잘 실어 보내고, 장애물의 제약을 뛰어넘으려는 노력들을 쉬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의 선두에 서 있는 기업을 꼽는다고 했을 때 모토로라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관련기사 보기)
모토로라는 PTP와 PTMP, 모토메시 솔로라는 비표준의 세 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IP 기술이라 저렴한 비용만 투입하고서도 장애물 간섭이나, 거리 제약을 뛰어넘어 무선통신을 연결하기 위한 기술들입니다.
PTP, 수백km 거리에서 무선 초고속 통신을
일반적으로 이동통신 네트워크로 커버리지가 안 되는 곳은 대부분 경제성이 떨어지는 지역입니다. 육지와 먼 섬이나, 산간오지 같은 지역은 사용자 수는 적으면서 네트워크 연결에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모토로라 PTP(Point To Point) 기술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지원 거리가 최대 200km나 됩니다. 실제 환경에 속도가 최대 300Mbps까지 지원된다는군요(이론상으로는 1Gbps).
설치가 쉽고, 내구성이 강한 장점이 있어 외국에서는 이동통신망이나 와이맥스망의 데이터 트래픽을 분산 처리하는 백홀(backhaul)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보통 백홍용 네트워크는 유선을 쓰는데 지원거리가 길고, 속도가 빠르다 보니 유선을 대체하는 것이죠.
국내에서도 도입된 예가 있는데, 모 이통사는 서해안의 섬을 연결하는 데 이 기술을 채택했습니다. 바다 밑으로 케이블을 깔지 않고도 육지와 섬을 연결해 초고속 인터넷을 지원한 것입니다. 또, 모 방송사는 회사 건물과 30km 떨어진 송전탑을 무선 연결하는 테스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30km 거리에서 속도가 30~40Mbps를 유지했다고 하니, 무선IP 네트워크라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높은 빌딩과 고가도로 등이 전파를 방해하는 도심에서는 무선IP 기술을 이용하기가 어려운데, 모토로라의 PTP 기술은 장애물이 존재해 두 지점을 일직선상에 연결할 수 없을 때도 좋은 대안이 됩니다. PTP에 MIMO(Multi-Input Multi-Output)를 접목한 것으로, 이를 ‘비가시거리 통신 기술’이라고 부른다는군요. ‘다중입출력’ 기술로 불리기도 하는 MIMO는 4G 네트워크나 802.11n WiFi에서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PTMP, 전원연결 없이 무선으로 수십km 연결
무선IP 네트워크에서 여러 지점을 연결할 때는 어떻게 전원을 연결할 것인지가 골칫거리가 되기도 하는데, 모토로라의 PTMP(Point To Multi Point) 솔루션은 전력선 없이 작동하는 SM(Subscriber Module)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합니다.
한 지역 안의 중심 건물이나 전신주 등에 AP를 설치하고 주변의 CCTV 카메라나 빌딩 등에 SM을 설치하면, 이 SM이 900MHz, 2.4/5.4/5.7GHz 등 다양한 주파수를 지원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도시 지역의 교통·방범용 CCTV 시스템이나, 공원·산간 지역의 산불감시용 CCTV 시스템에 유용합니다.
모토로라는 PTP와 PTMP 기술을 혼용해 바다 속과 지상의 연구실을 연결한 사례도 갖고 있습니다. 미 해양대기관리국(NOAA)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해저연구실을 운영하면서 대기·해양·우주·태양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연구하는데, 플로리다 Keye 해안에서 14.5km 떨어져 지점의 해수면 19m 아래 위치하고 있답니다. 이 해저연구실에서 지상연구실까지 영상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하고, 지상연구실에서는 해저연구실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이죠.
Mesh는 알겠는데, 모토메시(MoTo Mesh)는 뭐야?
모토로라는 장거리 WiFi 기술인 메시 네트워크에서도 특별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모토로라 메시 기술은 모토메시 솔로(solo)와 모토메시 듀오(duo)로 나뉘는데, 솔로는 자체 표준기술이고, 듀오는 국제 표준기술입니다.
이 중 모토메시 솔로는 신호간섭이 많아 무선IP를 활용하기 힘든 지역에 안성맞춤입니다. 보통의 WiFi가 2.4GHz 대역일 때 1/6/11 또는 2/7/12하는 식으로 3개 채널을 나눠 그 중 1개를 쓰는 것과 달리, 별도의 콘트롤 채널을 두고 3개 채널을 동시에 다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셀룰러 네트워크에서 차용한 이 기술은 콘트롤 채널이 3개 채널과 동시에 통신하면서 감도가 좋은 채널로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AP 사이에 훨씬 높은 수준의 이동성을 보장해 줍니다. 포뮬러1(F1) 자동차 경주에 도입돼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와 관람석의 감독이 실시간 통신을 주고받으며 전략을 수행하는 데 이용된 바 있습니다.
태국이나 인도에서는 경전철에 적용해 신호간섭 문제를 해결한 바 있는데, 국내에서도 한 지자체의 경전철 사업에서 비용을 산출해보니 신호시스템에 소요되는 비용을 수십분의 일로 줄일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한국시장은 아직 미개척지
그런데 모토로라의 이런 기술들은 아직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도입한 사례도 많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무선IP 네트워크‘하면 떠올리게 되는 ’국제표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다 가지고 있지 않은 기술이란 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약점도 되는 법이지요.
‘모토로라’하면 ‘휴대전화’를 떠올리게 되는 상황에서 모바일 단말 사업과 분리된 모토로라 솔루션즈가 시장에서 여전히 과거와 같은 모토로라로 받아들여질지 잘 모르겠습니다. '비주류 모토로라'처럼 인식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테트라(TETRA) 사업은 분사 여부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아직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자체 표준의 무선IP 네트워크 사업들은 앞으로 어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최근 국내에서 통신과 일반 기업, 공공 분야를 막론하고, 무선IP 네트워크에 부쩍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공급업체들에게는 기회가 크게 열릴 것이 기대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되는 분사가 무선IP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물론, 여전히 회사 이름 앞에 똑같이 '모토로라'가 걸려 있으니 괜한 기우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직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모토로라 브랜드를 대표했던 휴대전화 사업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국내 무선IP 사업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까요, 아니면 무선IP 사업에 더욱 집중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까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되겠습니다.
<사람중심 김재철>mykoreaone@b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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