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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통신/WiFi

WiFi 나비효과

- WiFi 핫스팟 구축, 통신사 백본망 변화로 이어져 -

【사람중심】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뉴스에서 종종 접하기도 하고, 유명 영화의 제목으로도 쓰였던 이 용어는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의 ‘브라질에서 시작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라는 강연 제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원래 ‘초기값의 미세한 차이 때문에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뜻한다고 하는데, 근래에 들어서는 ‘아주 미미했던 출발이 엄청난 결과물로 이어지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국내 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불고 있는 WiFi 확산 움직임에서 비롯된 어떤 변화를 보면서 ‘나비효과’라는 표현을 써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WiFi와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통신사의 코어망 쪽에서 일고 있는 어떤 움직임이 실은 WiFi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통신사업자들이 WiFi 접속 지역을 늘리고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핫스팟 확산이 통신사의 광 백본 네트워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최근 통신사들은 스마트폰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데이터 통신 트래픽을 분산시키고,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향상시키고자 WiFi 네트워크 확대에 힘을 쏟고 있죠. ‘핫스팟’이라고 불리는 이 무료 WiFi 네트워크를 얼마나 구축했는지가 대고객 서비스 측면에서 얼마나 좋은 통신사인지를 가늠하는 척도로도 받아들여지는 실정이어서, 최근 통신사 TV 광고의 초점이 WiFi에 맞춰지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WiFi가 통신 서비스 경쟁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면서, 최근 WiFi 네트워크 구축에 가장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통신사는 경쟁사들보다 준비가 한 발 늦었던 SK텔레콤입니다. SK텔레콤은 도심지 번화가 등에 핫스팟을 구축하는 것을 비롯해 이동통신 중계기에 WiFi를 결합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등 다각도로 WiFi 확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하네요.

특히 흥미로운 것은 SK텔레콤의 WiFi 확산이 백본 네트워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SK텔레콤은 광 백본 네트워크를 확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사업이 시작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WiFi 확산입니다.

WiFi 네트워크를 확충하는 이유는 무선인터넷 접속으로 이동통신망에서 데이터 통신 이용이 급증하는 것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국 주요 도시의 도심 곳곳에서 WiFi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게 되면 당연히 무선인터넷 이용량이 늘어날 수박에 없습니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 이용 확신 및 통신사들의 정책으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무선인터넷 이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껏 무선네트워크에서의 통신 트래픽은 대부분 음성이었고, 트래픽을 많이 차지하는 데이터 이용은 극히 미미했습니다. 하지만 가입자들이 무선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하기 시작하면 데이터 트래픽이 엄청나게 늘어날 테고, 이러한 변화는 결국 통신사의 백본 네트워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동통신망의 제일 끝에 붙어 있는 WiFi 액세스 포인트(AP)에 접속해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더라도 그 트래픽이 백본망까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내 통신사들은 2008년 하반기에 광 백본망 업그레이드를 시도했으나, 용량 증설이나 차세대 기술 접목 측면에서 필요한 만큼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SK텔레콤은 당시 다른 통신사보다 조금 많이 투자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광 백본망 용량에서 가장 여유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WIFi 핫스팟 확보에 적극 나서게 되면서 늘어날 무선인터넷 트래픽에 대비해 광 백본망을 확장하게 됐다는 것이 통신 업계의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은 최근 모바일 백홀(backhaul)용으로 PTS(Packet Transport System) 증설에 나섰습니다. 모바일 백홀은 무선망에서 급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유선망을 말하며, PTS는 TDM과 패킷(IP)을 동시에 처리해주는 장비입니다. 장비는 알카텔-루슨트와 화웨이가 공급하게 되는데, 사업 규모는 약 7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MSPP(Multi Protocol Provisioning Platform) 장비에 이더넷 카드를 증설하는 사업도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MSPP 역시 단일 장비에서 여러 통신 신호를 동시에 처리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 장비에서 더 많은 IP 패킷을 처리할 수 있게 이더넷 카드를 증설하는 것이죠. MSPP 카드 증설 규모는 30~40억원 정도로 알려졌으며, LG-노텔과 알카텔-루슨트가 공급하게 됩니다.

SK텔레콤은 이들 장비를 오는 9월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인데, 약 1,300개 기지국이 대상입니다. 그리고 연말까지 2,500개 기지국까지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다가올 무선 데이터 트래픽 급증에 대비한다는 방침입니다.

통신장비 업계는 앞으로 이더넷 스위치, 라우터 쪽에서도 증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입니다. IP 트래픽이 늘어나게 되면 결국 이에 맞게 광 백본망과 데이터 백본(IP)망을 묶어줘야(aggregation) 하기 때문입니다.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지만, 무료 서비스인 WiFi 핫스팟 확대는 통신사의 가장 중요한 3개 핵심 네트워크, 즉 이동통신망과 광 백본망, 데이터 백본망에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동통신망의 라스트 마일(사용자와 가장 가까운 마지막 1마일)에는 WiFi AP를 설치해야 하고, 광 백본망과 데이터 백본망에서는 (규모가 크지는 않더라도) 데이터 사용 증가에 대비한 투자가 있어야 되는 것이죠.

어떻습니까? 여러분이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고작 수십~수백킬로바이트에 불과한 데이터가 통신사로 하여금 백본망을 보완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WiFi 나비효과’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지 않을까요?

<사람중심 김재철>mykoreaone@bitnews.co.kr